
2년 전
공주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성지, 도보 순례길의 시작
공주 가볼만한 곳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유적
오늘은 역사적 아픔과 순교자의 고뇌를 뒤돌아볼 수 있는 공주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성지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날 천주교 성당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과거 국가로부터 핍박을 받았던 천주교도들의 아픈 과거가 묻어 있는 곳인데요. 천주교 도보순례길의 시작이자 종착지인 황새바위 순교 성지를,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걸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듯, 바위 계단 위를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공주 지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치 좋은 야외 카페가 나타납니다.
아직은 다소 기온이 낮아 야외에서 차를 드시는 분들이 없는데, 조금 더 지나면 저 곳이 북적북적 사람들로 넘쳐날 것 같아요. 멀리 학교도 보여 평일에는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물이 바로 황새바위 기념관입니다. 저 안에 들어가면, 이 곳 황새바위 천주교 성지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와, 어떤 아픔을 간직한 곳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공주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유적은 조선시대 충청감영에 갇힌 천주교인들을 처형하던 장소입니다.
'황새바위'라는 지명은, 이곳에 황새들이 많이 서식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천주교인들이 항쇄라고 불리는 형틀을 한 채 처형을 당해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황새바위에서 최초로 순교한 천주 교인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외조부인 리존창입니다. 그는 신유박해 때인 1801년 4월 9일 이곳에서 참수형을 당하셨습니다.
1866년부터 시작된 병인박해 때 공주에서 순교한 사람은 기록상 19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순교자 중 이름이 밝혀진 이들만 248명이나 된다고 하고, 이름없이 처형당한 천주교인까지 감안한다면 정말 많은 이들이, 자신의 교리를 지키고자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던 것입니다.
이런 커다란 아픔이 묻어 있는 이곳에 1980년 천주교회를 중심으로 성역화 작업이 추진되었다고 합니다. 1984년에 성지를 담당하는 신부가 부임하였고, 1985년에 순교자의 이름을 새긴 무덤경당 및 순교탑이 세워졌다고 해요.
이것이 바로 항쇄철사입니다. 총길이는 약 240.5cm로 죄인의 목을 봉쇄하는 철색으로 양 끝에 쇠로 만든 용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죄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발에 채웠던 족쇄입니다. 우리가 흔히 '족쇄를 채웠다' 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때 말하는 족쇄가 바로 저것입니다.
황새바위기념관을 나와 언덕 위로 조금 올라가면, 조금 전 기념관에서 읽었던 순교탑과 무덤경당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순교탑은 한국교회 200주년이 되는 해에 세워진 것으로, 높이가 13.8m나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다듬어지지 않고, 크기가 제각각인 돌들의 이름은 '열 두 개의 빛돌'이라고 합니다. 이 돌이 의미하는 바는, 예수님의 열 두 제자를 상징함과 동시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다 목숨을 잃은 수많은 이름없는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비석이라고 해요.
그리고, 열 두 개의 빛돌 끝에 무덤경당이 있습니다.
무덤경당은 얼핏 보면, 아주 작은 성당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지하로 내려가는 아주 좁고, 가파른 돌계단이 있습니다.
그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면, 이곳 이름을 왜 무덤경당이라 했는지 알 수 있게 돼요.
간신히 시신 한 구를 눕힐 수 있는 돌제단을 가운데 두고, 그 옆으로 이곳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수많은 천주교인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모두 적혀 있습니다.
이름을 일일이 확인한 뒤 다시 가파른 돌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나가는 문이 별도로 있더라고요. 저기 보이는 작은 틈새가 바로 외부로 나오는 출구입니다. 마치 카타콤의 순교자들처럼, 내부가 미로로 되어 있어요.
무덤경당을 나와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면 또 다른 순교성지가 나타납니다.
이곳에 황새바위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 천주교인들이 순교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왔다면, 그저 걷기 좋은 잘 꾸며진 산책로라고 생각했겠지만, 이곳에 서린 아픈 역사를 읽고 나서 걸으니 마음조차 무거운 길이 되었네요.
어느 특정 종교의 성지가 아닌, 본인들의 신념을 지키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의가 굳은 이들을 기리는 장소로서도 의미가 깊었던 공주 천주교 도보 순례길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주 여행 오시게 되면, 특히 도보 순례객이시라면 꼭 한 번 걸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천주교황새바위순교성지
위치 : 충남 공주시 왕릉로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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