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아람누리도서관에서 듣는 라흐마니노프

아람누리도서관 예술 강연

겨울밤, 도서관에서 듣는 라흐마니노프

연말이 가까워진 지금, 아람누리도서관에서 겨울밤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참여했습니다. 강의 명 <겨울밤, 도서관에서 듣는 라흐마니노프>, 강사 '더 클래식' 저자 문학수, 2023년 11월 28일(화)부터 12월 19일(화), 매주 화요일 4주에 걸쳐 19:00~21:00에 진행하였습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evich Rakhmaninov, 1873~1943)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피아노곡 걸작이 많습니다. 주요 작품은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꼽으며, 이 작품은 교향곡 1번의 실패로 얻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니콜라이 달(1860~1939)' 박사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선율이 곧 음악이며, 선율은 모든 음악의 토대다

음악의 요소 리듬(Rhythm), 멜로디(Melody), 하모니(Harmony) 중에 라흐마니노프가 가장 중시했던 것은 멜로디 즉 선율(旋律)입니다. 그는 1919년 음악잡지 <The Etude>와의 인터뷰에서 "음악의 세계에서 가장 지엄한 지배자는 선율이다. 선율이 곧 음악이며, 선율은 모든 음악의 토대다."라고 말했습니다.

선율은 소리의 높낮이가 길이나 리듬과 어울려 나타나는 음의 흐름을 말하며, 리듬과 달리 사람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모름지기 음악이란 '정서적 감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감정 표현을 중시한 그는 1939년 "새로운 종류의 음악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곡가들은 느끼기보다는 생각합니다. 주장하고 분석하고 계산하고 곱씹을 뿐, 절대 환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평생 그리워한 러시아

러시아 지주의 집안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부터 피아노를 익힌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는 안톤 루빈스타인(Anton Rubinstein, 1829~1894), 작곡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를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재정적으로 무능했던 아버지, 부모의 별거, 여동생과 누나의 사망 등 몇 가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가정에 대한 집념을 갖게 되었고, 훗날 미국에 이주 후 피아니스트로 살면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관절염과 요통에 시달리면서도 연주 공연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17년 2월 러시아 혁명으로 300년 왕조가 무너지고 10월에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하자 스웨덴으로부터 연주 요청을 받은 라흐마니노프는 12월에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떠났고, 여러 이유로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라흐마니노프는 혁명과 전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떠나온 고국 러시아를 평생 그리워했습니다. 그가 그리던 러시아는 정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작나무 숲 옆을 트로이카 썰매가 달리는 귀족 별장이 있는 전통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입니다. 지금의 러시아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에 잠겼던 겨울밤

사실 처음에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도서관 지하 강의실에서 들을 수 있는 음향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첫 수업에서 이번 강의를 위해 약 800여만 원을 들여 음향기기를 새로 들여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습니다.

강의 또한 클래식 이론과 음악 감상이 적절히 배합된 강의여서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동안에는 그저 러시아의 유명 음악가에 불과했던 라흐마니노프는 토스카(Tocka, 우울감, 비애감, 절망감, 끈적거리는 진하고 날것 등)에 관해 어렴풋이 알고 나니 좀 더 친숙한 예술가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