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
국내 유일의 물소 목장여주 ‘까망목장’을 찾아서[2025년_6월호]
국내 유일의 물소 목장 여주 ‘까망목장’을 찾아서
여느 축산 농가와 다를 바 없는 외관. 하지만 축사 안으로 발을 디디자
다소 낯설고도 이국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일제히 고개를 내민 검은 물소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방문자를 반긴 것.
뉴질랜드를 떠나 여주에 정착한 물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한다.
글 두정아 사진 박시홍
뉴질랜드에서 살던 물소가 여주로 온 까닭은
“강아지 같아요.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하죠. 졸졸졸 따라다니고, 등을 긁어주면 꼬리를 흔들며 좋아해요.”
여주 멱곡동에는 검은색 물소를 만날 수 있는 축산 농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 낯선 소는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들어왔다. ‘까망목장’의 김민준 대표는 “일반적으로 물소라고 하면 아프리카에 있는 뿔이 큰 물소를 떠올리시는데, 우리 목장의 소는 이탈리아 혈통의 강물소로, 온순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아내 전희영 씨와 함께 운영하는 ‘까망목장’은 치즈 ‘덕후(특정 분야에 몰두해 파고드는 사람)’인 부부의 노력과 땀으로 탄생했다. 무역업을 했던 두 사람은 치즈를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해외 낙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여행 차 방문한 뉴질랜드에서 물소 치즈를 맛보게 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뉴질랜드 목장 주인인 노부부와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은퇴를 앞두고 있음에도 후계농을 구하지 못해 고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한국에는 물소가 없으니 한번 내가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 승계를 간절히 바라신 노부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운영에 관한 서류부터 치즈 제조 공법 등을 다 전수해주셨습니다. 국제치즈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도 하셨다고 해요. 운 좋게 시기가 아주 잘 맞아떨어졌어요.”
외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일은 처음에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지만, 복잡한 절차와 과정은 예상외로 순탄하게 흘러갔다. 뉴질랜드 정부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 우리나라로 치면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할을 하는 곳이 있어요. 그곳에서 검역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과 협약을 체결했고 그다음 절차에 따라 소를 수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희가 뉴질랜드에 요청하긴 했지만 ‘과연 이게 될까?’ 했었죠.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월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김 대표의 유학 경험은 해외에서 행정 절차를 밟는 데에 이점으로 작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내 희영 씨는 관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무역 및 통관 관련 분야에 지식이 뛰어났다. 그렇게 물소들은 지난해 5월, 여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전국 유일의 물소 목장이라는 자부심
동물의 해상 수출이 금지된 뉴질랜드의 동물보호법에 따라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물소들은 한국 땅을 밟자마자 뜻하지 않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계절이 정반대라는 점이 문제였다. 한국은 무더위가 시작됐는데, 물소들은 겨울털인 상태로 입국하게 된 것. 한국 더위에 적응해 갈 무렵, 금세 추위가 찾아왔다. 추운 기온에도 겨울털이 좀처럼 나지 않아 애가 탔던 부부는 축사에 난방을 하고 보온커튼을 설치하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이충우 여주시장님, 박두형 여주시의장님, 여주시축산과와 경기도를 비롯해 많은 관계자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정찬성 팀장님과 팀원분들, 서울대와 경북대 교수님들이 오셔서 소의 건강관리도 해주셨고, 청년창업농과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각종 사업에서도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웃 농가에서도 사육 지식에 대한 공유뿐만 아니라 장비도 빌려주시는 등 도움을 주셔서 크고 작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와 아내 희영 씨는 축사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 팔도를 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그들은 “여주에 왔을 때가 4월이었는데 곳곳에 벚꽃이 예쁘게 만개해 ‘여기다’ 싶었다”라며 “서울과도 가깝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노부부가 물소를 떠나보내며 당부한 것은 ‘교감’이다. 김 대표가 시간이 날 때마다 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유다. 빗을 이용해 얼굴과 등을 긁어주면 교감뿐 아니라 소의 스트레스 완화에도 좋다고. 사람을 잘 따르는 특성상 체험 목장을 운영하기에도 제격이다. ‘까망목장’에는 총 24마리의 물소가 살고 있는데, 수컷 한 마리를 제외하면 모두 암컷이다.
“전국 유일의 물소 목장이다보니 많이들 신기해하세요. 물소 사진을 찍기 위해 여주까지 왔다는 사진작가분도 계셨죠. ‘물소를 구경하고 싶다’라는 문의가 많아 체험 목장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6월 중 오픈 예정입니다. 여주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 코스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유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을 꿈꾸며
‘까망목장’은 국내 협력 목장에서 젖소의 위탁 사육을 통해 원유를 생산하여 유제품을 직접 가공 중이다. 그릭 요거트와 카이막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물소 원유로 생산한 치즈가 유통될 예정이다.
“물소는 젖소 키우는 것과 비슷해요. 임신 기간은 10개월 정도인데, 지난해 경기도 축산진흥센터에서 인공 수정을 도와주셨어요. 오는 9월 출산 예정으로, 착유가 가능해지면 본격 제품 생산을 할 계획입니다. 물소 원유로 만든 치즈는 향이 풍부하고 맛은 진하고 담백합니다. 차별화된 맛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물소 원유는 소화가 쉬운 A2 단백질을 포함해 칼슘, 무기질, 비타민 등 전체적으로 영양 성분이 높고 지방 함량도 높아 치즈와 카이막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현재 ‘까망목장’의 유제품 생산은 타 지역에서 하고 있는데, 조만간 여주로 시설을 옮길 예정이다. 목장에서 원유를 생산해 바로 옆에서 생산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기 위함이다. 신선도 유지뿐 아니라 유통 마진도 줄일 수 있다. 국내 우유 소비량은 계속 감소 추세지만, 치즈 같은 유제품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제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치즈의 자급률은 2022년 기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는 우리나라가 식량 자주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제품은 대부분 신선 제품이라 빠르게 유통되고 빠르게 소비되어야 하죠. 우리나라에서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프리미엄 유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반향을 일으켜 보고 싶습니다. 많이 유통되는 슬라이스 치즈나 스트링 치즈 외에도 브라타, 할루미 등 다양한 치즈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의 최종 꿈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 그는 “대한민국이 유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했다. 열정과 패기로 첫 발을 디딘 꿈 많은 청년 부부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까망목장
위치 여주시 주내로 737-30
문의 070-4350-4941
목장 체험 안내(100% 네이버 예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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