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시간 전
150년 만에 다시 열린 서원, 경북 영주 이산서원
이산서원
🏠주소 : 경북 영주시 이산면 이산로621번길 23
🌳편의시설 : 공중화장실 , 주차장
☎️문의 : 영주시 문화예술과 ☏ 054-639-6583~4
🚗주변 가볼만한 곳곳 : 우금촌고택, 만취당, 문천서당 등
150년만에 다시 열린 서원,
경북 영주 이산서원을 가다.
영주 여행 중 우연히 들르게 된 한곳, 경상북도 영주시 이산면 석포리에 위치한 이산서원(伊山書院). 이곳은 우리나라 서원 규약의 효시이자 퇴계 이황 선생의 숨결이 서린 역사적 장소입니다.
마을 위의 작은 구릉에 자리한 서원은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 담백한 아름다움은 오히려 이곳이 지닌 본질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주었죠. 이번 여행에서 다녀온 이사서원을 소개해 드리께요.
이산서원은 내성천을 향해 남향으로 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누각인 관물대에 올라서면 그 탁 트인 풍경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내성천도 마지막 겨울을 견디고 흘러가는 중입니다.
이산서원을 향하는 길목에서 반드시 건너야 하는 하나의 다리, 석포교. 석포교는 영주시 이산면 석포리의 내성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로, 이 다리를 지나면 바로 이산서원 복원지구로 연결됩니다.
다리 양옆으로 설치된 녹색 아치형 펜스는 내성천의 물결을 형상화한 듯하고, 그 사이사이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깃발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퇴계 이황의 지혜,그 뿌리를 내리다. 이산서원
이산서원은 1558년(명종 13년), 영천군수 안상(安瑺)이 설립하고, 성리학자 퇴계 이황(李滉)이 이름을 지어주고 운영 지침을 직접 작성한 서원입니다.
이황 선생이 직접 강당을 ‘경지당(敬止堂)’, 동재를 ‘성정재(誠正齋)’, 서재를 ‘진수재(進修齋)’, 정문을 ‘지도문(志道門)’, 누각을 ‘관물대(觀物臺)’라 이름 붙인 곳입니다.
이황 선생은 서원기(書院記)와 함께 원생들이 지켜야 할 ‘원규(院規)’를 작성했는데요. 이 원규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규약으로, 이후 전국 서원 운영의 전범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산서원은 2008년 영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면서 지금의 이산면 석포리로 이전, 2021년, 150여 년 만에 모든 공간이 복원된 모습입니다.
이산서원에서는 멀리서 관물대의 누각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옵니다. 마치 마을을 수호하듯 구릉에 서 있는 이 누각은, 서원의 품격과 깊이를 상징하는 듯하네요.
🌳‘성학십도’를 간행한 곳, 이산서원
이산서원은 퇴계 이황이 집대성한 『성학십도(聖學十圖)』의 목판을 간행했던 장소로도 유명해요. 성학십도는 국가와 개인의 도리를 함께 논하는 철학서에요.
오늘날 그 목판은 소수박물관에 보존돼 있으며,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17호로 지정되어 전통 학문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어요.
상징적인 의미와 역할이 있는 이산서원은 성현을 모시고 학문을 닦는 사제 공동체의 중심지였어요. 그리고 박승임(朴承任), 김륵(金玏), 권두문(權斗文) 등 지역 학자들도 함께 활동했던 지적 공동체였죠.
🌿‘길을 뜻하고, 도를 향한다’는 서원의 첫걸음
이산서원의 정문인 지도문(志道門)은 바로 ‘도를 향한 뜻을 품는다’는 의미예요. 서원에서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은 결국 ‘참된 길을 따르기 위한 수양’이며, 그 첫걸음은 바로 이 문을 넘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잠긴 지도문(志道門) 사이로 보이는 경지당(敬止堂)의 풍경이에요. 전면 4칸, 측면 2칸의 단아한 형태. 절제된 선과 정갈한 비례, 그리고 그 안에 흐르는 묵직한 시간의 결이 있는 경지당입니다.
'경지당'이라는 이름은 ‘공경함으로써 멈춤을 배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경(敬)’은 자신을 다스리는 시작이며, ‘지(止)’는 무분별한 욕망과 탐심을 멈추는 깨달음을 뜻해요. 몸과 마음을 고요히 내려놓고 도(道)를 향해 나아가는 학문의 공간이죠.
🌳삶의 태도와 배움의 방향을 품은 유생들의 공간
이산서원의 강당인 경지당 좌우에는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했던 두 개의 재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요. 성정재(誠正齋)와 진수재(進修齋)는 모두 퇴계 이황 선생이 직접 명명한 곳이에요.
성정재와 진수재는 경지당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어 사진을 찍을 땐 정면 구도 혹은 경지당을 중심으로 균형 있게 프레임에 담는 구도가 좋네요. 시간이 지나 고풍스러운 맛이 생긴다면 이산서원은 핫플레이스가 될 듯합니다.
이산서원의 사당은 제향 공간이자 퇴계 이황의 정신을 기리는 정신적 중심축이며, 유교적 예(禮)의 전통을 상징하는 장소에요.
사당에는 퇴계 선생만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이산서원의 설립과 유지를 위해 헌신한 인물인 소고 박승임(朴承任)과 백암 김륵(金玏)도 함께 배향되어 있어요. 학문과 정신을 함께 세운 선현들의 공을 기리는 ‘공동의 기억’라 할 수 있는 곳이죠.
🌿지켜온 역사, 함께 나눌 가치
복원된 이산서원은 우리의 전통교육과 철학, 정신이 스며 있는 살아있는 문화자산이에요. 그 긴 시간을 견디고 지금 우리 앞에 다시 선 서원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예산, 그리고 지역의 의지 덕분에 가능했을 겁니다.
관물대 위에는 꼭 올라가 보세요. 관물대(觀物臺)가 ‘세상을 바라보고 마음을 닦는 자리’라는 뜻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장소인 듯합니다.
이름도 뜻깊은 관물대(觀物臺)는 ‘사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닦는다’는 성리학의 핵심 개념인 ‘거경궁리(居敬窮理)’ 사상이 스며 있는 공간이에요.
한때는 역사 속에 잠들어 있던 이산서원이 과거의 유산이 아닌, 지금 우리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과 울림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제 이곳이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문화와 배움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엔 아이와 함께 다시 방문해 퇴계의 원규를 읽고, 관물대에 올라 서원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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