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에게 그리고 울산을 여행하시는 분들께 더불어 우리 블로그를 통해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우리 울산의 걸을만한 곳들을 알려드리고 있는 오 기자의 울산's 걸어보고서의 오 기자 입니다.

뭘 해도 좋은 계절, 가을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인가부터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를 보이는 일교차가 큰 날씨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러다가 자연스레 가을 가고 겨울이 오지 않겠습니까. 가을 막바지에 울산의 걷기 좋은 곳, 지난달에 산으로 갔다면 이번엔 바다 근처로 가봅니다.

바다 근처라 해서 울산 동구나 북구쯤 생각하셨겠지요?! 울산 남구에도 바다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 울산 남구 장생포입니다.

울산 남구 장생포는 고래를 주제로 하고 고래를 테마로 한 관광명소들이 많은 곳이죠. 그중에서도 이들 관광명소들에 비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 쉽게 말해 숨은 명소라 할 정도로 특색 있는 걸을만한 곳을 알려드리려 하는데요.

바로 '장생옛길'이라는 곳입니다.

장생옛길은 장생포라는 지명인 장생(長生)의 의미를 담아 건강하게 걸으며 장수를 기원하는 이곳 마을의 옛길을 상징하는 곳으로 옛날 과거의 방디할매들이 고래고기를 머리에 이고 울산장으로 가는 길이자 고래잡이를 하는 선장과 포수가 살던 마을의 역사와 잠시 후 함께 만나볼 장생포의 생명수였던 우짠샘 등 여기 이곳 장생옛길은 그 시대 소통의 길이나 애환 그리고 추억을 새기던 길입니다.

장생옛길 초입에 들어오면 울산 출신의 야구선수,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선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울산 장생포 출신 야구선수 윤학길은 이곳 울산 장생포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으며 중학교 2학년 당시 야구부가 있는 부산의 모 중학교로 전학을 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울산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며 강한 어깨를 가졌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2루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바 있습니다.

주로 상무 야구단 또는 우리 울산에 제2 연고를 두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내고 국내 주요 구단에서 코치와 감독 등을 역임하며 지금은 야구계의 레전드로 기억되며 한 번씩 TV에서도 윤학길과 관련된 내용이 방송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장생옛길에는 옛날 장생포 사람들이 살아가던 모습과 누군가들에게는 고향일 이곳 장생포의 옛 정취를 그려낸 벽화들이 일반 민가나 주택 담벼락에 그려져 있습니다.

이웃도시 부산에 가면 감천문화마을의 벽화마을이 있듯이 우리 울산에도 장생포에 가면 옛날 장생포의 모습을 벽화에 그려낸 그 나름의 특색 있는 벽화마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동감 있고 그림만 보더라도 대충 어떤 모습, 어떤 생활상을 유지하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과 함께 걷고 있는 이 길은 1940년대 초 포장도로가 나기 전에 장생포 마을 중앙에 있는 마을길로 장생포 주민들의 옛 추억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장생포 사람들은 이 길을 통해 읍내로 나가거나 시장으로 나가 고래고기를 팔기도 했으며 남자들은 고래막에서 해체한 고래고기를 지게나 수레에 싣고 운반해 읍내 시장에 나가 팔았고 특히 '반티할매'라고 불렸던 할머니들은 삶은 고래고기를 떼어다가 소쿠리에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보부상처럼 주변 마을이나 역 또는 시장 등에 나가 팔았다고 합니다.

옛날 장생포에는 3개의 우물이 있었답니다. 그중 지금 보시는 우짠샘만이 우물 형태를 갖추고 있었고 윗마을에 있다고 하여 '우짠샘'이라고 불렸답니다. 또한 이 골목은 샘이 흐른다 하여 새미골 또는 샘골이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우짠샘은 마을의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했고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뭄이 심할 때는 바다 건넛마을에서도 물을 길어 갔을 만큼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우짠샘이 있는 이 우물터는 당시 장생포 사람들의 소식과 소통을 담당했던 공공공간이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물을 길으러 나왔다가 이 집 저 집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전하며 또 전해 듣기도 했을 것 같네요.

그러한 우짠샘도 90년대 주변의 개발사업으로 인하여 수맥이 끊겨 더 이상 맑은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의 장생옛길은 크고 작거나 높고 나지막한 민가와 주민들이 꾸려나가고 있는 밭들이 많이 있었으며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된 민가들이 좀 많더라는 점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러한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바로 인근에 있는 장생포옛마을과 같은 테마공간처럼 장생옛길을 좀 더 특색 있는 공간으로 육성해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방문객들이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걸어 올라가는데 저와 같은 방향으로 길을 나서는 무리들을 만나게 됩니다.

앞서 장생옛길을 소개하면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고래막에서 해체한 고래고기를 지게에 이고 길을 나서는 사람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이 동네에 살았던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들 또 지폐를 입에 물고 사람들을 쫓아가는 강아지 한 마리.

비록 움직이지 않는 동상에 불과하지만 이들 역시나 당시 이 마을과 이 옛길의 정취 그리고 분위기를 어느 정도 예감케 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당시 구수하고 정겨운 고향마을의 정취를 담아낸 벽화들이 많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고래잡이가 이뤄졌던 장생포에는 선장이나 포수들이 많이 살았겠죠.

장생옛길을 걷다 보면 하얀 정복을 입은 선장을 그린 벽화가 나오는데 이곳은 1926년 장생포 출생의 장생포의 대표적인 선장 중 한 명이었던 박영복 선장의 집이었다고 합니다.

박영복 선장은 일제말기부터 화장, 갑판원으로 고랫배를 타기 시작했지만 해방 후 젊고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울산에서 고랫배를 탈 기회를 얻기가 차마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포항으로 건너갔고 일제시기의 경험을 밑천으로 삼아 선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참고래나 밍크고래 등을 잡으며 포경 경험을 쌓았고 그 후 장생포로 다시 돌아와 장생포 포구의 최고 호황기를 누렸던 가장 큰 주역으로서 포경이 중단될 때까지 고랫배의 선장으로 일 한 분이라고 합니다.

장생옛길이 끝나가고 있는 지점에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그 당시 장생옛길을 주름잡고 돌아다녔을 개구쟁이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벽화도 곳곳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서 그 시대를 살아보지는 못했습니다만 TV에서만 봐 왔던 구수하고 정겨운 우리 고향마을과 같았을 것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자 그럼 열심히 올라왔으니 이제 다시 내려가 볼까요~!?ㅎㅎ

앞서 장생옛길 초입에 울산 장생포 출신의 야구선수 윤학길을 만나봤다면 다시 내려가는 길 초목에는 울산 장생포 출신의 가수 윤수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소 젊은 가요보다는 트로트와 같은 대중가요를 즐겨듣는 저로서는 참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울산 장생포 출신 가수 윤수일은 아파트, 황홀한 고백, 사랑 많은 않겠어요, 터미널 등등 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로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누구지 다 알 정도로 꽤 유명한 가수라 할 수 있는데요.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울산고래축제가 열리는 장생포에 와서 작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어 이 길을 걷는 동안 참 흐뭇한 미소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윤수일이 부른 '환상의 섬'이라는 노랫말이 적힌 벽화도 있었구요.

확실히 이곳은 울산 남구의 그리고 울산 남구 장생포만의 특색 있는 벽화마을이 틀림없습니다!

왜 이런 곳이 다른 곳들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지 의문입니다만 제가 쓰는 걸어보고서를 통해 앞으로는 좀 더 많은 방문객들이 이 길을 한 번 걸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하나 재밌었던 것은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한 동짜리 아파트인데요, 마치 LP판이 꽂혀 있는 수납장처럼 아파트 외벽에 페인팅 처리를 해서 곳곳에 가수 윤수일의 LP판 커버 사진을 정면에 보이게 하여 누가 봐도 이곳은 가수 윤수일을 위해 만든 곳이며 조성해 놓은 길임을 나타내 보였습니다.

참고로 지금 보고 계시는 이 길은 봄에 오시면 더 좋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만 장생포에도 벚꽃길이 있는 거 혹시 아십니까?

울산에 벚꽃길이라 하면 울주군 작천정이나 남구 궁거랑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겠지만 장생포벚꽃길도 두 곳 못지않게 화려한 봄 꽂을 싹 틔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곳 중 한 곳입니다.

장생옛길과 장생포벚꽃길을 걷고 있으면 갑자기 '구치도'라는 테마거리가 나타납니다.

1940년대 장생포초등학교 방향의 신치도가 생기기 이전에 울산 시내와 부산으로 오가던 장생포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길입니다. 이 길의 중심부는 장생포에서 가장 높은 동산인 천지먼당을 바라보고 있으며 매년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길로 예전에는 천지먼당 아래까지 벚꽃나무가 가득하여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곳에서 배출한 대표 인물로는 앞서 함께 살펴본 야구선수 윤학길과 가수 윤수일이 있대요 :)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고래문화특구로 전국 유일의 고래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울산 남구 장생포의 옛날 과거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장생옛길을 함께 걸어봤습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 또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에 여러분을 위해서 걸어본 이곳 장생옛길은 장생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출신 인물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던 '지붕 없는 박물관'이자 주변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로 눈과 마음이 즐거웠던 '지붕 없는 미술관'이었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나가는 가을,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그리고 더 추워지기 전에 장생옛길에 오셔서 장생포의 옛 모습과 그 정취를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title":"오 기자의 울산's 걸어보고서 ⑦ : 장생옛길","source":"https://blog.naver.com/ulsan_nuri/223259822133","blogName":"울산광역시..","blogId":"ulsan_nuri","domainIdOrBlogId":"ulsan_nuri","logNo":223259822133,"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