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솔향강릉: 2023년 가을] 국내 명승 제1호 오대산 국립공원 소금강
국내 명승 제1호 오대산 국립공원 소금강 |
율곡 이이 선생 경탄한 작은 금강산 ‘소금강’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선경(仙境)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에 있는 작은 금강산 ‘소금강’. 지리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를 이루는 백두대간 중간에 있는 오대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970년 맑은 폭포와 수려한 기암괴석,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대표적 선경(仙境)으로 국가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됐다.
글 최종일 편집위원 | 사진 김학주 명예기자
<오대산 소금강 ‘1569 율곡 유산(遊山)길’ 탐방>
* 코스 : 주차장 ~ 구룡폭포(원점회귀) * 주차 : 소금강 주차장 * 거리(시간) : 6.7km(3시간 정도)
* 코스 : 주차장(0.8km, 15분) - 무릉계(0.9km, 20분) - 십자소(0.3km, 10분) - 연화담(0.3km, 10분) - 식당암(0.8km, 20분) - 구룡폭포(0.8km, 15분) - 식당암(0.6km, 15분) - 십자소(1.7km, 30분) - 주차장(원점)
율곡 이이 선생이 수려한 산세·기암괴석·폭포·담소 등이 마치 금강산의 축소판 같다 해서 소금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원래는 학이 날개를 펴는 형상을 했다고 하여 청학산이라고 불렀다.
황병산(1,407m)을 주봉으로 우측은 노인봉(1,338m), 좌측은 매봉(1,173m)이 자리한 소금강은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이라고 하여 청학산(靑鶴山)이라고 불렸다. 매년 10월(둘째 주)에는 청학제가 열린다.
청학산이 소금강으로 불리게 된 것은 강릉이 고향인 조선 중기의 대학자 율곡 이이(1536∼1584) 선생이 ‘유청학산기 (遊靑鶴山記)’에서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율곡 이이 선생은 지금으로부터 454년 전인 1569년(선조 2년) 청학산을 탐방하고 ‘유청학산기’라는 글을 남겼다. 1569년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 간 지인들과 함께 청학산 산행에 나선 선생은 이모부 별장이 있는 소금강 인근 무진정에서 첫날을 보낸 뒤 둘째 날부터 무릉계폭-십자소-관음천(연화담)-식당암에 이르는 코스를 탐방했다.
소금강 탐방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율곡 이이 선생은 ‘유청학산기’에서 “오대산이나 두타산 등은 아름다움을 전파하여 관람하는 자가 끊이지 않는데, 이 산은 중첩된 봉우리와 골짜기 속에 그 광채를 감추고 숨겨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라며 “하물며 그 웅숭깊은 곳이랴! 이번에 우리를 만나서 후세 사람이 이 산이 있는 줄 알게 되었다”라고 깊은 감회를 밝혔다. 지금의 대표 명산 소금강이 있게 한 말이다.
1569 율곡 유산(遊山)길
소금강에는 ‘유청학산기’를 바탕으로 율곡 이이 선생이 걸었던 길을 따라 ‘1569 율곡 유산(遊山)길’이 생겼다. 2021년 오대산 국립공원사무소와 율곡연구원이 소금강 주차장에서 구룡폭포 구간을 문헌 고증과 현장답사를 통해 공간을 재해석하며 조성된 길이다.
소금강 주차장에서 율곡 이이 선생이 걸었던 식당암을 지나, 가지 못했던 구룡폭포까지 왕복 6.7㎞ 코스로 이뤄졌다. 당시 율곡 선생과 일행은 구룡폭포와 마의태자의 전설이 서린 금강산성과 만물상까지 탐방할 계획이었으나 식당암에 이르러 비가 올 것 같아 다음을 기약했다고 한다.
초록이 물드는 봄부터 단풍잎 떨어지는 늦가을까지 언제 찾아도 아름다운 소금강의 ‘1569 율곡 유산길’은 울창한 숲길과 기암괴석, 폭포, 소, 담 등이 하나의 테마처럼 잘 꾸며졌다. 짙은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햇살 맑은 날 소금강을 기록한 ‘1569 율곡 유산길’을 따라 율곡 이이 선생의 발자취 찾았다.
소금강은 연간 2~3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던 선경 (仙境)이다. 하지만 2019년 오대산 국립공원 소금강 집단시설지구 정비사업을 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소금강 입구, 새롭게 조성된 주차장과 상가들이 깨끗하게 단장하고 탐방로 환경도 좋아져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으나 기분은 좋았다. 평일이라 탐방객은 별로 없었다.
율곡 이이 선생이 청운이라 이름한 무릉계에서부터 십자소, 관음천(연화담), 식당암(비선암)을 지나 구룡 폭포까지 계곡을 따라 잘 조성된 탐방로, 울창한 소나무, 야생화 등이 계곡과 자연 친화적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구간마다 문헌 고증 등을 통해 공간을 재해석하였고, 새로운 길에 대한 해설과 율곡 선생을 스토리텔링한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율곡이 걸었던 길을 따라 산행
무릉계폭(청운)-십자소-관음천(연화담)-식당암(비선암)-구룡폭포
탐방로 초입에서 조금만 걸어도 무릉계의 멋진 숲길이 펼쳐진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생긴 기암(奇巖)을 보며 무한한 자연의 생명력을 느낀다. 20분쯤 걸었을까 ‘십자(十)’ 모양의 깊은 물웅덩이 십자소를 만난다. 소금강 계곡에서 협곡 형태의 풍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십자소 주변이다.
소금강 계곡은 그냥 평지만 있는 길은 아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고 내려가는 산길도 나오고, 절벽 아래 깊은 계곡으로부터 힘찬 물살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계곡을 끼고 10분 정도 걷다 보면 연화담이 나타난다.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물의 모양이 연꽃 봉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지나면 신라 때 지어진 천년 고찰인 ‘금강사’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식당암, 삼선암에 이르기까지 협곡 옆으로 기암, 낙락장송 등 아름다운 경치가 장관이다. 아마 소금강의 최고 절경이 이 구간이 아닐까. 숲길을 좀 더 들어가면 100여 명이 앉을 수 있다는 너럭바위가 나타난다.‘식당암’이다. 신라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군사를 모아 훈련을 하며 밥을 해 먹었다는 곳이다. 여기까지가 율곡 선생이 찾았던 청학산 유람길 마지막 지점이다.
식당암에서 울창한 숲길을 거쳐 협곡과 계곡을 잇는 다리를 건너면 소금강의 백미이자 ‘1569년 율곡 유산길’의 마지막 코스인 구룡폭포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식당암에서 구룡폭포까지는 1㎞ 정도로 당시 식당암에 있던 율곡 이이 선생은 “냇물의 근원이 매우 먼데, 흐름이 거센 곳에 폭포를 이루어 맑은 하늘에 천둥소리가 계곡을 뒤흔드는 듯하다”라고 폭포의 웅장함을 묘사했다. 구룡폭포까지가 ‘1569 율곡 유산(遊山)길’ 마지막 지점이며, 여기서 산행을 계속하면 만물상과 백운대, 노인봉까지 이어진다.
구룡폭포의 힘찬 물줄기까지 보고 내려오는 ‘1569 율곡 유산(遊山)길’. 이 길을 걸으며, 누구나 대자연이 만들어 낸 소금강의 경이로운 풍경과 함께 역사·문화적 가치를 깊이 호흡하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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