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영월에 살아요_눈 오는 날에는
눈 오는 날에는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세상에! 아침에 눈을 떠보니 또다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기쁘다, 기뻐! 눈이 오는 날은 기쁜 날이다. 역시 겨울에는 눈이 콸콸 내려야지! 하하하! 하는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했는데, 막상 출근을 하려 차에 올라타자 걱정이 앞섰다. 지금 내가 임시로 지내고 있는 아버지 댁은 면 단위에서도 더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정말 작은 시골 마을이라 아직 제설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말 그대로 눈이 쌓인 높이만큼 높아진 길을 보며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출근은 출근. 아무리 고난과 역경이 나를 가로막는다 해도 우리는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거, 갈 수 있을까?’ 마음을 졸이며 마을 길에서 큰길로 나오는 첫 난관을 맞이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뽈뽈뽈- 하며 걷는 속도보다도 느리게, 조심조심 쌓인 눈밭을 헤치며 마침내 큰길로 들어섰다. 성공! 그리고 역시나 큰길은 이미 제설이 되어 있었다. 핸들을 잡은 손에서 흘린 땀을 바지춤에 닦아 내며 조금 속도를 높이려는 순간,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두 번째 난관은 마을 큰길에서 읍내로 가는 38 국도(자동차전용도로) 위로 올라서는 일이었다. 어째서 나들목에, 그것도 높은 경사로에, 제설이 되지 않았을까… 아무도 읍내로 가는 사람이 없었나… 다시금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났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눈 쌓인 도로 위에서 운전을 하는 것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위기가 찾아왔다. 슬그머니 나들목으로 올라서던 중, 중간쯤 올라갔을까? 그때부터 헛바퀴가 돌며 차가 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한 거다. 오 마이 갓! 한참 내려가던 차는 약간은 삐딱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돌아버리지는 않고 도로 위에 덩그러니 멈출 수 있었다. 정말 천만다행으로 내 뒤에 다른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뒤 따라오던 다른 차가 있었다면 100% 사고였다. 짜릿해진 긴장감으로 오늘 출근은 포기하고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갈까 고민을 했지만, 이미 진입한 나들목은 당연히 일방통행. 여기에서 차를 돌려 역주행할 수도 없었다. 핸들을 이리 비틀었다가, 저리 비틀었다가, 후진을 했다가 전진을 했다가, 운전석에 앉은 채로 몸까지 들썩거리며 난리를 친 덕분인지 차는 조금씩 조금씩 언덕을 올라갔고, 마침내 38 국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올라선 38 국도는 이미 제설이 말끔하게 되어 있었다. 역시 최고! 더 이상은 눈길이 아닌 빗길이었고, 나는 안도하며 안전하게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너무 많은 긴장과 위기를 겪어서 그런가, 자리에 앉자마자 퇴근이 하고 싶어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무언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출근길에 허비한 나머지, 도저히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하나도 남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서 조기 퇴근을 할 생각이다. 사실 오늘은 열흘 밖에 남지 않은 2022년 한 해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는지, 어떤 실수와 성공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편 적어보려 했다. 사람은 본인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경험이든 경력이든 무언가를 얻어야 성장하므로. 그렇기에 연말은 역시 한 해의 마무리, 뒤를 돌아보기 좋은 시즌이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눈 오는 날에는 무조건 안전운전!’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마무리를 한다. 여러분, 눈이 오는 날에는 안전 운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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