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위에서 만난 조용한 풍경

실직군왕릉 산책

삼척 시내를 조금 벗어나,

지도에 핀을 꽂고 찾아간 곳은

실직군왕릉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위치는 살짝 애매하고,

처음 도착했을 때는 “여기가 맞나?” 싶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주변은 조용하고 상가도 없이 덩그러니 계단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왕릉까지 이어지는 250개 정도의 계단은 제법 길지만,

옆으로 나란히 선 대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올라갈수록 숲이 점점 짙어집니다.

계단을 한참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이 열리듯 시야가 탁 트입니다.

계단 끝에 다다르면 고요하게 자리한 실직군왕릉과 마주합니다.

단정한 능이 언덕 위 잔디 사이에 자리 잡고 있고,

그 앞에는 낡은 비석과 석상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표면이 닳아 무늬가 흐릿한 비석, 고개를 숙인 돌짐승, 독특한 형상의 석인상이

이곳이 얼마나 오래된 장소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돌들이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곳에는 재미있는 설화도 전해집니다.

실직군왕릉 근처에 함부로 무덤을 파려 하면 땅에서 물이 솟고,

흰 호랑이가 나타나 방해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지하게 믿지는 않아도, 이렇게 오래된 장소를 보면

그 이야기가 괜히 생긴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맑은 날에는 삼척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뷰가 펼쳐집니다.

붉은 기와지붕 너머로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

멀리 산까지 겹겹이 이어지는 이 장면은 사진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인상적입니다.

모두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이곳만은 시간을 천천히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실직군왕릉 산책은 조용하지만 풍부한 경험이었습니다.

위치는 애매하지만, 올라가는 길의 고요함과 계단 끝에서 만나는 시내 풍경,

그리고 오래된 비석들과 전해지는 설화까지.

삼척에서 잠시 시간을 비워 조용히 걷고 싶은 날, 이곳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title":"계단 위에서 만난 조용한 풍경 실직군왕릉 산책 | 삼척 가볼만한곳","source":"https://blog.naver.com/samcheokcityhall/223894592914","blogName":"삼척시","domainIdOrBlogId":"samcheokcityhall","nicknameOrBlogId":"삼척시청","logNo":223894592914,"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