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활성화는 엘리트선수 양성의 근원이 됩니다”

한국프로복싱의 레전드,

전 WBA밴텀급 세계챔피언 홍수환을 만나다

1950년생,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4전5기 신화의 주인공. 바로 전 세계챔피언 홍수환이다. 이제는 링에서 내려와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는 홍수환과 여주시체육회가 만나 일상 스포츠로서의 복싱 활성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 조인숙 사진. 박창수


4전5기 불패의 신화를 창조한 홍수환

완연한 봄기운이 물씬 풍기던 어느 날, 여주에 뜻밖의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프로복싱 전 세계챔피언 홍수환이다. 74세의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1969년 데뷔 후 1980년 은퇴하기 전까지 그의 전적은 53전 44승 5패 4무.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4전5기의 신화를 쓴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회자된다.

“저는 무승부가 제일 싫습니다. 사각 링 위에서는 이기든가, 지든가 둘 중 하나여야 속이 시원한데, 무승부는 뭔가 찜찜한 그런 기분이 들거든요.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무엇이든 확실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링 위에서는 둘 중 하나뿐이라는 홍수환. 이제는 복싱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기업·관공서에 강연도 활발하게 다니고 있다. 끈질기게 버티고 일어났던 모습 때문에 많은 곳에서 강연을 요청하는 것 같다고 그는 답한다. 복싱선수임에도 일반인들보다 고운 손에 눈길이 간다. 복싱선수라 손도 클 것 같았다고 이야기하자, 홍수환은 한술 더 뜬다.

“제가 권투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니 손은 권투선수 손이 아니다. 그런 손으로 뭔 권투선수를 하냐’라고요. 그런데 그런 어머니의 잔소리도 귀에 안 들어왔죠. 대한민국 최초 세계챔피언인 김기수 선배 경기가 이미 제 뇌리에 박혀버렸거든요. 얼마나 멋있던지요. 선배와 같은 멋진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본격적으로 권투를 배웠죠.”

복싱은 과학과 기술이 꽃피는 스포츠라고 덧붙인다. 타고난 체격과 근성 등도 중요하지만 이론을 배우지 않으면 좋은 선수가 되기에 부족하다 설명한다.

짧은 옛이야기를 뒤로 한 채 생활체육으로서의 복싱을 통해 복싱의 활성화를 꿈꾸는 홍수환이 방문한 곳은 바로 여주시체육회다. 여주종합운동장에 자리한 여주시체육회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니 채용훈 여주시체육회 회장과 장노훈 수석부회장이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맞이한다. 곧이어 김근영 여주시복싱협회 회장도 합류했다.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살가운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주시체육회를 방문해 여주시 체육활동 현황과 복싱협회 일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가로서 각광받고 있는 복싱

“여주에는 12개 종목단체와 읍면동체육회 등 다양한 체육단체가 활동 중입니다. 축구, 합기도, 족구, 게이트볼, 궁도, 골프 등 다양하죠. 여주 인구 11만 3천여 명인 것을 생각하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시설이 받쳐주지 못하는 종목들도 있어서 활동에 제약받는 종목들도 있죠.”

채용훈 여주시체육회 회장이 현재 여주의 체육단체 현황을 소개하자, 장노훈 수석부회장은 “시민축구단과 양궁과 궁도도 유명합니다”라며 살을 붙인다. 뒤이어 김근영 여주시복싱협회 회장은 “다양한 체육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복싱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복싱이라는 스포츠 특성 때문인지, 요즘 사람들에게 어렵고 힘든 스포츠로 인식되어 복싱인구가 적어지고 있다. 이런 여주시 복싱 현황은 태권도와 비교된다.

“태권도 도장은 여주 인구에 비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학생들부터 성인까지 두꺼운 선수층이 분포해 있죠. 물론 취미로, 또는 건강 관리용 운동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두터운 아마추어 선수층은 곧 프로 선수층으로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복싱협회를 이끌며 어려운 점이 많다고 김근영 여주시복싱협회 회장은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네, 맞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야 합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본 대회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화이트칼라, 즉 직장인 복싱대회였습니다. 회사 대 회사로 경기가 열렸는데요. 우리 부장님이 다른 회사 부장하고 복싱 경기를 펼치는 거죠.”

링 위의 선수도,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관객을 보며 부럽기도 했다고 홍수환은 말한다. 어려워지는 복싱계를 살리려면 협회나 지도자, 선배들이 먼저 변화를 모색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후배들을 이끄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어 홍수환을 비롯 채용훈 여주시체육회 회장, 장노훈 여주시체육회 수석부회장, 김근영 여주시복싱협회 회장까지 복싱 활성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복싱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과 OTT, 유튜브 등 스포츠 중계 채널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스포츠 인기 종목과의 경쟁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이기에 더 많은 고민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챔피언 홍수환은 여주종합운동장을 바라보며 복싱계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오롯이 혼자 서야 하는 인생과 닮은 복싱

열띤 복싱계 현황에 대한 토론이 끝나고 이어진 자리에서 홍수환은 복싱이 인생과 닮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복싱이 더 재밌는 것 같단다. 어른이 되면 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 질 것 같은 상대에게 이기고, 이길 것 같은 상대에게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 복싱과 인생의 닮은 점이란다.

“연습할 때는 코치, 감독, 가족 등 많은 사람이 도와줍니다. 하지만 사각 링 위에 서는 순간부터는 오로지 자신밖에 없죠.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상대 선수를 이겨야 하고, 포기하고 싶은 자신도 이겨내야 합니다. 1대 1인 듯 보이지만, 2대 1이기도 한 거죠.”

이기기 위해서는 99% 연습과 1%의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기본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운’이라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스포츠만큼 연습과 노력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분야가 또 있을까요? 차곡차곡 쌓아온 연습량이 기회를 볼 수 있는 눈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이제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복싱 활성화에 더욱 크게 기여하고 싶다고 홍수환은 전한다. 또한 여주시민들이 생활 체육으로서의 복싱을 경험해보길 바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왼쪽 두 번째부터 채용훈 여주시체육회 회장, 세계챔피언 홍수환, 장노훈 여주시체육회 수석부회장, 김근영 여주시복싱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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