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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김해박물관 <크리스탈 가야> 전시, 투명한 아름다움 속 가야의 유산
제12기 김해시 SNS 서포터즈 김근
2025.06.09
국립김해박물관은 매해 주목할 만한 기획전시를 통해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최된 특별전 <크리스탈 가야>는 2025년 5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국립김해박물관 가야누리 3층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가야’라는 고대 왕국이 지닌 정교한 수공예 문화 중 특히 ‘크리스탈’이라는 소재에 주목하여 구성되었습니다. 맑고 투명한 아름다움, 세련된 조형미, 그리고 뛰어난 기술력까지 모두 담고 있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야인의 심미안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기회입니다.
1부. 꽃처럼 아름다운
전시는 ‘꽃처럼 아름다운’이라는 이름으로 첫 장을 엽니다. 이 공간에서는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 그대로의 수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위 속에서 생성된 수정 원석의 원초적 형태는 단순히 광물학적 흥미를 넘어, 가야인이 자연에서 얼마나 정성스럽게 재료를 채취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가야 지역에서 채굴된 수정을 그대로 보존한 이 전시물들은 이후 장신구로 탈바꿈하기 이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수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가능성의 조각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2부. 우아하고 영롱한
두 번째 전시실은 수정이 장신구로 가공되어 ‘문화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조명합니다.
가야인은 수정을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신분과 위엄, 심지어는 정신적 의미를 담아낸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전시 공간은 목걸이, 팔찌, 귀걸이 등의 수정 장신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세련된 조형미와 조화로운 구성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1부. 투명한 아름다움
이 소주제에서는 ‘완전히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수정’을 활용한 장신구가 중심이 됩니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간직한 수정을 실이나 금속과 결합하여 만든 장신구들은 자연 그대로의 선율을 담고 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원석의 매끄러운 곡선과 불규칙한 투명도가 오히려 더 큰 매력을 자아냅니다.
이처럼 ‘투명한 아름다움’은 가야인의 자연친화적 감성과 직관적인 조형미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2-2부. 저마다의 아름다움
‘저마다의 아름다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수정과 구슬들이 어우러진 장신구가 소개됩니다.
둥글고 매끄러운 자갈 모양의 수정부터, 붉은색·청색·흰색 구슬과 조합된 형태까지… 각각의 장신구는 서로 다른 색감과 질감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독특한 미적 감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단일한 미보다 조화와 다양성을 중시했던 가야인의 예술 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3부. 빛나도록 정교한
3부는 가야 장신구 제작의 정점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수정을 절단하고, 구멍을 뚫고, 표면을 연마하는 등 고난도 가공 기술이 활용된 장신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여러 개의 작은 수정을 정교하게 연결한 목걸이나 귀걸이 등은 지금의 주얼리 공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수공예의 극치를 엿볼 수 있는 이 공간은 가야 장인의 탁월한 솜씨와 장신구에 담긴 상징성까지 함께 생각하게 만듭니다.
크리스탈옥을 만드는 법
국립김해박물관 <크리스탈 가야> 전시를 관람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야인이 맑고 단단한 수정을 정교하게 가공해 장신구인 크리스탈옥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들은 먼저 하천이나 산지에서 수정 원석을 채취해 망치로 적당한 크기로 깨고, 숫돌이나 모래 등을 이용해 타원형, 방울형 등 다양한 형태로 다듬었습니다. 이후 실을 꿸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멍을 뚫은 다음, 다른 구슬과 함께 조합해 목걸이나 팔찌로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크리스탈옥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가야인의 섬세한 기술과 미의식이 담긴 고귀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4부. 금보다 고귀한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는 수정이 단순한 ‘보석’ 이상의 의미로 다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수정은 가야 사회에서 ‘금’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으로 여겨진 가치 있는 물질이었습니다. 수정이 가진 희소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맑음’이라는 상징성은 왕이나 귀족의 위상을 표현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전시에서는 실제로 무덤에서 출토된 귀중한 수정 목걸이, 왕실에서 사용되었을 법한 고급 장신구들을 볼 수 있어 가야 문화의 정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크리스탈 가야> 전시는 단순한 유물 감상이 아닌, 가야인의 미적 감각과 철학, 그리고 그들이 살아갔던 시대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수정이라는 투명한 소재를 통해 고대인들의 섬세한 감성과 기술을 느껴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립김해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는 이번 전시는 가야 문화의 또 다른 면모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2025년 7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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