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뉴미디어 멤버스] 근현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초량 이바구길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에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 점점 모여드는 피난민들로 인해 더 위로, 위로 오르며 판잣집이 세워졌던 산자락 동네는 이제 부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이 감천문화마을이죠. 그런데, 그 못지 않은 마을이 부산역 근처에 있습니다. 부산역에서 걸어서 오를 수도 있어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가는 여행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초량 이바구길입니다.
이바구길은 부산 동구를 뚜벅뚜벅 걸으며 근현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코스입니다. 6개의 코스가 있는데요, 부산역에서 걸어서 가볼 만한 코스가 초량 이바구길입니다. 부산 최초의 창고였던 남선창고터를 시작으로 산복도로에 있는 이바구길 관광안내소이자 게스트하우스 까꼬막까지 총 2.67km의 구간입니다.
출발장소인 남선창고터는 부산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200m 정도에 있어요. 1900년 함경도에서 물건을 가져온다고 해서 북선창고, 명태를 보관했다고 해서 명태고방으로도 불렸다고 해요. 보관한 물품은 경부선을 통해 전국에 보급하며 보급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2009년에 완전히 철거되어 지금은 붉은 적벽돌로 쌓은 담장만이 흔적을 남기고 있어요. 남성창고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상실감에 쓰게 된 소설이 조갑상의 ‘누군들 잊히지 못하는 곳이 없으랴’라고 합니다. 현재는 마트 주차장의 한쪽 벽면으로 사용되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남선창고터에서 바라보면 붉은 벽돌의 건물이 보입니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으로 당시 부산부립병원이었던 (구)백제병원 건물입니다. 1927년 2월과 12월에 각각 건립된 두 개의 동이 하나로 합쳐진 건물입니다.
1, 2층의 벽과 문, 계단 등 개화기 근대식 건물의 원형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어 근대시기 병원 건축의 공간 구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건축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647호입니다. 현재는 유명한 문학 출판사가 사용하고 있는데요, 전시되어 있는 책들이 건물의 분위기와 굉장히 어울려서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산복도로를 향해 걷다 보면 거리 갤러리가 꾸며져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동구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담장갤러리입니다. 옛 골목의 모습을 꾸며놓은 곳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초량초등학교입니다. 학교의 담장을 활용하여 동구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어요. 학교의 건너편은 초량교회인데요, 1892년 세워진 교회로 한강이남 최초의 교회라고 해요.
가파른 언덕을 따라 조성된 168개의 계단을 나타나면 우선 아찔함을 느낍니다. 부산역에서 산복도로로 오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만 좁고 가파른 계단을 보면 잠시 숨을 멈추게 됩니다. 60m가량 조성된 모노레일이 운영되었지만 안전 상 문제로 2024년 6월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로 교체된다고 하네요. 예쁘게 꾸며진 계단을 보며 오르면 생각보단 힘들진 않아요. 중간쯤 모노레일 하차장으로 사용되었던 공터에서는 잠시 쉬어가도 좋고 전망을 감상하기에도 좋아요.
조금만 더 오르면 유명한 명란 브랜드연구소가 나옵니다. 남선창고에서 보관되었던 명태의 알들도 맛나게 요리되었겠죠? 명란 브랜드연구소에서는 명란의 역사와 스토리를 전시하면서 명란요리와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168계단의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어 통창으로 동구 시내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쉬어가기 좋습니다. 저는 명란어묵을 먹으며 계단을 오르느라 힘들었던 다리를 쉬어주었어요.
조금 더 위로 오르면 산복도로 사람들의 삶과 생활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재미난 공간이 나옵니다. 공연, 전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산복도로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이바구 공작소입니다. 교복을 입고 사진촬영을 하거나 쭈그리고 앉아 추억의 오락기도 해볼 수 있어요. 그리고 전시물과 도서, 태블릿 등을 통해 산복도로 사람들의 삶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산복도로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망양로 산복도로 전시관을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 산복도로는 ‘산 중턱을 지난다’라는 의미인데요, 1945년 해방과 6.25한국전쟁이라는 민족의 역사와 근대 공업도시의 변천사와 궤를 함께 하는 부산만의 독특한 길입니다. 부산으로 모여든 피난민들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타지의 이주민들과 이농민들까지 가세하게 합니다. 산 허리께에 이룬 판자촌이 마을이 되었고 길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재미난 체험과 볼거리로 꾸며놓았습니다.
망양로 산복도로 전시관 인근에는 동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저는 기차시간이 다 되어서 까꼬막까지는 가보지 못하고 이곳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버스정류장도 바로 앞이라 부산역으로 갈 때에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반대로 버스를 타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도 좋을 듯해요.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삶의 짐을 가득 품었던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은 이제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었습니다. 부산을 오가기 위해 기차를 이용하게 된다면, 초량 이바구길을 걸으며 근현대사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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