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인전 연 조영미 화가·자비아동복지센터 사회복지사

나를 위로하고, 당신을 위로하고,

모든 존재를 위로합니다

미술 치료로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준 이야기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과 연둣빛 신록이 싱그러운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달이지만 부모나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학대받는 아동들이 있다. 이들에게 가정을 대신하여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고 온전히 독립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릉 자비아동복지센터의 사회복지사이자 화가인 조영미 씨가 ‘위로’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미술 치료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준 이야기와 그의 작품 세계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들어 보았다.

최현숙(수필가) | 사진 전용태(드래곤레이브)

미술을 전공했는데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어릴 때부터 모든 종이에 드로잉을 하며 놀았을 정도로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은 미대 입학을 권유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관광학과에 진학했어요. 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과 미련을 버릴 수 없었죠. 결국, 스물두 살에 집을 나와 고향 부산처럼 바다가 있는 강릉에 와서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술학원에 다녔습니다. 그 후 미대에 진학했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준비하던 중 강릉 자비아동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지금까지 근무하게 되었죠.

미술 치료는 아픔을 가진 아이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미술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나요?

1997년 3월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미술 재료를 살 형편이 못 되어 신문이나 폐지에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했죠. 예술가들이 고통 앞에서 초인적인 예술성으로 현실을 이겨내듯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는 아이엠에프(IMF)를 겪던 시기라 아이들이 너무 많이 상처받고 자비아동복지센터에 들어오는 바람에 24시간 생활을 같이하며 돌보았죠.

미술은 물론 도예와 재활 승마 활동으로 아이들이 자기를 표현하고 무의식의 행위예술을 통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가 존귀함을 배우려면 어른들과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비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안 ‘입양과 자립’ 유공자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두 번 수상하셨는데 어떤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까?

제가 제일 처음 만난 아이는 여덟 살이었는데 지금은 서른다섯 살쯤 되었을 겁니다. 지적장애에 뇌 병변 장애까지 겹쳐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가 심해져 지금 요양병원에 있어 가슴이 아파요. 그리고 입양되어 훌륭한 양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가 자기 뿌리를 찾기 위해 찾아와서 아기 때 지내던 방에서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모든 아이는 최초의 시작을 그리워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기 부모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아 안타까워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목탄을 사용한 이유는요?

저는 작품에서 ‘양자(量子 Quantum) 예술’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물리량을 쪼개고 쪼개면 더는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인 양자가 됩니다. 양자 세계는 우리 자신의 삶이 ‘사랑, 평화, 자유, 행복의 무량의(無量義)’로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오감이 작용하는 색(色)의 세계와 무한한 무의식인 공(空)의 세계를 ‘파동 wave’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그림에 입혔습니다. 싱잉볼 연주와 전시회에 준비한 150명분의 커피로 전시장을 위로의 카페로 만들고 싶었지요.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 것은 자연에 대한 위로입니다. 지난해 강릉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생명이 다 타버린 나무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작품 속에서 탄생과 죽음은 하나가 될 수 있지요. 그림 속 여백은 허공계(虛空界)와 무한한 창조의 바다를 표현한 것입니다.

강릉아트센터에서 연 개인전의 주제를 ‘위로’라고 정한 이유는 뭘까요?

위로란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주고 슬픔에 손잡아 주는 것이지요. 위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해도 마음의 근력을 회복하는 에너지를 발휘하기에 어쩌면 격려나 응원보다 더 필요한 것일 수도 있어요.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지쳐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잠깐이라도 와서 쉬었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위로가 필요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만물에 위로를 주고 싶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이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살다 보니 서글프고, 즐겁고, 고통스럽고, 행복한 감정의 홍수 속에서 일렁거렸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다 헌신의 아름다움, 나누는 삶을 알게 되었어요. 인간은 누구나 조건 없는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면에서 지속해서 솟아나는 힘을 마중물 삼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림이란 삶에서 어떤 존재였나요? 앞으로 계획과 못다 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제게 그림은 한마디로 무아(無我)의 행위예술입니다. 연금술처럼 변화를 불러오지요. 앞으로도 계속 그리고 양자의 세계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강릉 자비복지원에 관심을 주시는 강릉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이들을 더 소중하게 잘 돌보겠습니다.

Quantum Art Part 1, Qubit comfort meditation drawing

Quantum Art Part 1, Qubit comfort step

Quantum Art Part 1, Qubit comfort magnolia

Quantum Art Part 1, Qubit comfort headpat

조영미 화가의

작가 노트

나는 왜 살아가고 있지? 삶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건가?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살다 보니 서글프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행복했다. 그냥 날마다 변하는 감정의 홍수에 일렁이는 나를

보는 게 힘들었다. 우울이라고도 하고, 번아웃이라고 하고,

자아 찾기라고도 하고… 이번 그림들은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살되 살지 않는 상태, 즉 ‘생명을 잠재우는

상태’를 지속할 때 우주는, 나는, 나 자신을

깨우는 기적 같은 순간에 닿았다. 창조 무한의

생명 세계, 곧 양자의 세계다.

우리는 지금까지 흑백의 이분법적 사유로

살아왔지만, 양자 예술은 ‘무량의(無量義) 사유’로

무한한 창조성을 실현할 수 있다. 우리 존재는

누구나 무한한 창조성을 이미 온전히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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