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완주 숨은 명소 - 종교와 역사, 자연이 공존하는 천호성지를 거닐다

기자단 2023 완주군 블로그 기자단 백은영 기자

완주 숨은 명소

천호성지를 거닐다

저는 무교인이지만 가끔 종교적인 공간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찾아가 본 완주에 위치한 완주 숨은 명소 ‘천호성지’에서도 깊이있는 힐링을 즐기고 왔습니다.

종교와 역사, 자연이 공존하는 천호성지는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 천호산 기슭에 자리 잡은 성지로,

이름처럼 ‘하느님을 부르며’ 살아온 신앙 터전입니다.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공간이 주는 성스러운 느낌 때문인지 경건한 마음으로 이곳, 완주가 겪어낸 역사와 그 역사 안에 천주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천호성지는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사적지로 1839년 ‘기해박해’ 무렵에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천호산 인근으로 들어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교우촌입니다.

처음에는 천호성지 내에 위치한 ‘부활성당’을 찾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국의 성당들은 유난히 특별한 건축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아 그 외형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더라고요.

국내 로마네스크 대표 건축물이라 할 수 있는 전주 전동성당은 물론, 익산 나바위성당, 아산 공세리성당, 대구 계산성당, 성북동성당, 횡성 풍수원성당 등 건축물에 관심이 많다보니 성당 하나하나가 궁금해집니다.

이번에 찾아간 완주 부활성당 역시 자연 속에서 특별한 위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네비를 찍고 찾아가는데 천호성당쪽으로 잘못 들어가게 됐습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한옥으로 이루어진 아늑하고 따뜻한 천호성당의 모습까지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천호공동체 역시 1839년 기해박해 이후 교우들께서 천호산으로 들어오며 신자 집에 공소를 설치하여 신앙교육과 기도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본래 천호마을은 고흥 유씨 소유의 종산으로, 척박한 땅이었으나 교우들이 피땀 흘려 일궈낸 곳입니다.

천호성당에서부터는 차로 올라갈 수가 없어서 걸어서 올라가다 보면 로사리오 동산이 나옵니다.

넓고 푸른 자연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새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름 모를 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새들이 이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5~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천호성지 전체 맵을 볼 수 있는 주차장 안내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부활성당 주차장 반대쪽으로 들어간거였더라고요.

이렇게 걸어가다가는 30분은 족히 더 걸어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천호성당으로 내려와 차를 타고 봉안경당 주차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도시에도 성당이 많은데 누가 이렇게 산속까지 올까 싶었는데, 저의 짧은 생각이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부활성당과 천호성당에서는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를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 순례자를 위한 미사

·부활성당(성지): 매일 11시(월요일 제외)

·천호성당(교우촌): 월 06:00 / 수, 금 19:30 / 주일 09:30

푸른 자연 안에 두 팔 벌려 모두를 반기는 웅장한 석상 앞에 서니, 천주교인이 아닌 저조차도 이곳에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천호성지는 상당히 넓었고 시설과 자연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주차를 하고 올라가며 귀여운 다람쥐도 만나고, 내딛는 걸음걸음이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주차장 바로 앞쪽에 보이는 건물이 가톨릭 성물박물관입니다.

일단 박물관을 지나 먼저 부활성당을 보러 걸어갔습니다. 주차장에서 위로 올라가면 오른쪽에 부활성당, 왼쪽으로 돌아가면 성물박물관 입구가 있습니다.

먼저 계단을 올라 부활성당으로 향했는데, 주변에 높고 낮은 산과 파란 하늘이 성당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나무 질감으로 이루어진 ‘자비의 문’ 안쪽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하느님과 이곳 천호의 순교성인 네 분의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이곳에 걸려있는 성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성 손선지 베드로, 성 이명서 베드로, 성 한재권 요셉 네 분 성인의 유해는 천호성지 내에 있는 봉안경당에 각각의 순교자실에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성당 내부는 교인들이 미사를 드리는 장소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찾아가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다행히 신부님께서 허락해주셔서 내부 모습도 담아올 수 있었습니다.

성당 내부는 단아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종교적인 공간이다보니 거룩함 마저 느껴졌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얼른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참고로 천호성지에서는 미사뿐만 아니라 순례 안내 및 성지해설도 들을 수 있는데, 원하시면 1주일 전에 사전예약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곳은 여행지나 캠핑지가 아니라는 점!

간혹 이곳의 넓은 잔디밭 사진만 보시고 캠핑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나봅니다.

여기는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미사를 드리는 종교적인 공간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성당 앞쪽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그늘아래 벤치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잠시 앉아 햇볕샤워도 하고 새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이 주는 선물을 잠시 만끽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잔디밭 너머 높은 계단 위에는 성인묘역이 위치해 있는데 계단이 너무 많아서 이곳은 패스하고 성물박물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천호 가톨릭 성물박물관 내부로 들어가기 전 뒤쪽 공간을 둘러보는데 박물관답게 천호성지의 조성 연혁과 앞서 언급한 네 분의 성인들에 대한 소개글을 먼저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조선시대 천주교가 국내로 들어오면 겪었던 가슴 아픈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어 일반인들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병인박해, 기해박해라는 커다란 역사 사건 속에 이곳 완주에서 일어났던 구체적인 이야기들도 알 수 있어서, 이곳이 왜 천주교 순례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성지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박물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평일이라 저희밖에 없어서 아주 조용했습니다.

실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해서 하나하나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십자가가 한가지가 아니라 모양도 다양하고 각각의 의미가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박물관은 크게 3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성 바오로관은 ‘강생’, ‘수난’, ‘부활’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져 있고, 성 베드로관은 천주교에서 행해지는 미사, 성사, 순교자 등 다양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천주교인이 아닌 저도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둘러 보고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자연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차를 타고 아래 실로암 연못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대나무숲길을 걸어보기 위해 들어올 때 이미 봐둔 곳입니다. 걸어서도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연못 안에는 잉어도 있고 반대편에는 작은 정자(산천정)도 하나 보입니다.

연못을 둘러싼 푸르름에는 어느 하나 같은 초록이 없습니다.

모두 다른 초록들이 어울려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모습을 보니, 우리 인생과 많이 닮은 듯합니다.

연못 옆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대나무 숲길 입구가 나옵니다.

대나무 숲길로 유명한 담양의 죽녹원이 부럽지 않은 시원함과 곧은 절개가 느껴지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대나무 숲길을 천천히 거닐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릇한 잎사귀 사이에 걸쳐져 있는 파란 하늘에서 봄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진정한 힐링과 함께 ‘여기 너무 좋다’를 되뇌이며, 천천히 돌아 나왔습니다.

환경과 생명을 보호하고, 역사를 고이 간직하며, 아름다운 기도의 물줄기가 흐르는 천호성지.

천주교인들의 뜻깊은 순례 장소를 거닐며,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완주 구석구석에는 우리가 그동안 미처 몰랐던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담겨 있어, 숨은 보물찾기 여정을 즐기는 기분입니다.

오늘의 완주를 걷고 다니, 내일의 완주가 더욱 기대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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