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세계유산 백제왕궁에선 풍요로운 문화 잔치가 열렸습니다.

룩스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으로>, 익산 민예총과 함께하는 <세계유산에서의 담소>를 한마당에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선율 속으로

역사와 해설이 함께 하는 콘서트 <선율 속으로>가 천년 백제의 왕궁에서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선율 속으로>는 콘서트 가이드가 함께하는 음악회였습니다.

룩스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송혜진 대표의 해설은 청중들에게 '생활 속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가이드가 되었습니다.

왠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과 친해지는 음악여행이었습니다.

#레미제라블OST

첫 연주곡 영화 레미제라블 OST는 지난 6개월간 대한민국이 겪어야 했던 격랑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었습니다.

12.3 계엄 이후 우리 국민이 보낸 시간을 되돌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 프랑스 시민들이 갈구했던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관객의 가슴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곡이었습니다.

혁명의 찬가이자 공동체의 의지를 담은 박력 있는 리듬과 반복되는 멜로디는 청중을 정신적 투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습니다.

#The Mission OST

영화 더 미션(The Mission, 1986) OST는 전설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작곡했습니다.

이 영화는 18세기 남미를 배경으로, 예수회 선교사들과 식민지 지배자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깊이 있는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영화음악 중 하나'로 꼽는 작품이라고도 합니다.

기자도 아름다운 선율을 잊지 못해 집으로 돌아와 다시 듣다가 급기야 영화 더 미션(The Mission, 1986)까지 보고 말았습니다.

오보에의 선율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영화 초반 예수회 선교사인 가브리엘 신부가 과라니족과 만나는 장면의 OST Gabriel’s Oboe는 오보에의 부드러운 선율로 순수와 평화를 상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건의 결과는 참혹합니다.

과라니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기에 그냥 아름답게만 들을 수 없는 음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름다움에 뒤에 숨겨진 슬픈 역사도 알게 된 곡입니다.

#하이든트럼펫협주곡제3번

공연 시작보다 일찍 도착해서 리허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앗? 귀에 익은 이 곡은? 어디서 들었을까?'

한참 기억을 더듬고도 찾지 못했다가 공연 중 콘서트 가이드의 해설을 듣고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장수 교양 프로그램 EBS ‘장학퀴즈’의 주제음악으로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수십 년간 장학퀴즈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던 곡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흥얼거릴 수 있었던 거구나!'

활기차고, 당당하고,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해맑은 봄날 백제왕궁에서 듣기 좋은 음악이었습니다,

#젓대연주

'젓대가 뭐지?'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악기입니다, 젓대 연주자 안창섭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야 아주 쉽게 이해했습니다.

·젓대는 옆으로 부는 대금의 우리말

·북한에서 대금을 개량한 현대 악기

안창섭 선생님은 연변대학교 예술학원 음악표현학과 민족음악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기자는 2024년 연변 독립운동 사적지를 다녀오며 <우리 노래 100년에 깃든 이야기> 책을 한 권 구해 왔습니다.

연변의 민족음악은 민족을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한민족의 영혼을 담은 장르입니다.

백제왕궁에 울려 퍼지는 젓대 소리가 아련하게 들렸습니다.

기자는 중국에서 조선족 연변자치주를 지켜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동포가 지켜온 역사가 결코 만만치 않았기에 한문화 발상지 익산 백제왕궁에서 듣는 젓대 연주가 주는 감상도 색달랐습니다.

#창작오페라 <준왕>의 아리아 &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This is the Moment>

창작오페라 <준왕>은 익산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입니다. 백제왕궁에서 테너 최진호 선생님의 준왕 아리아를 들었습니다.

공연장에서 들었던 느낌과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까닭을 무엇일까요? 아마도 공간이 갖는 역사성 때문일 것입니다,

오페라 『준왕』은 고조선의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한 창작 오페라로,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과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작품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창작 오페라가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 기여하길 기대합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의 대표 넘버인〈<지금 이 순간, This is the Moment>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뮤지컬 솔로곡 중 하나입니다.

지킬 앤 하이드(Jekyll & Hyde)는 극 중 헨리 지킬 박사가 자신의 실험에 모든 것을 걸고 결단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곡으로,

인생의 절정과 자기 확신, 비장한 운명 인식이 응축된 명곡입니다. 문득 변방의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역의 후배 예술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룩스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조상익 교수의 인터뷰가 뇌리를 스쳤습니다.

‘인생을 걸고 도약하는 인간’의 내면을 폭발적으로 선언한 〈지금 이 순간〉은 매 순간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불을 지피는 곡입니다.

우리 지역의 창작예술이 변방의 문화가 아니라 익산의 정체성을 품은 익산의 문화예술로 거듭나길 응원하며 <지금 이 순간>을 들었습니다.

익산의 창작 오페라 <준왕> 아리아를 부르는 테너 최진호

#생상스 죽음의 무도

생상스(Camille Saint-Saëns)의 〈죽음의 무도 Danse Macabre〉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교향시로,

죽음조차도 유희처럼 묘사하는 상상력 넘치는 음악입니다.

이 곡은 죽음이 자정이 되면 무덤에서 해골들을 불러내 춤을 추게 한다는 중세 유럽의 전설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죽음의 무도〉는 공포가 아닌 유희의 리듬으로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불협화음에서 시작된 춤은 생의 뒤편에 숨어 있던 죽음을 낯설지 않게 만들고, 죽음조차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결혼행진곡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의 〈결혼행진곡 Wedding March〉과 바그너(Wagner)의

오페라 로엔그린(Lohengrin) 중 〈결혼행진곡〉을 이어서 감상했습니다.

좀 송구한 작업을 해 보았습니다.

두 결혼행진곡을 느낌 중심으로 비교하여 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음악적 감흥을 깨는 비교라면 이해해 주세요!

결혼이란 이런 것인가요?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의 〈결혼행진곡〉은 사랑의 절정을 장엄하게 축하하는 음악으로

행진처럼 힘차면서도 따뜻한 음색은, 인생의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음악으로 장식한 노래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길이 열리고, 꽃잎이 날리며, 미래가 빛나는 듯한 환상이 마음을 감싸는 느낌입니다.

바그너(Wagner)의 오페라 로엔그린(Lohengrin) 중 〈결혼행진곡〉 고결한 사랑에 대한 찬가이자,

인간의 불완전한 믿음에 대한 은근한 예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중하고 아름다운 선율 속에 깃든 정적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묵묵히 노래합니다.

결혼이란 그런 것이지요?

#써니힐 은주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고 있지> 외 4곡을 부른 써니힐 은주 씨가 음악회의 마지막을 흥으로 장식해 주었습니다.

룩스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마치고 은주 씨의 노래에 호응하며 잠깐 백제왕궁이 흥으로 들썩였습니다.

기자에겐 낯선 경험이긴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백제왕궁에서 이렇게 음악을 품격있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콘서트가이드와 함께하는 음악회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 호강을 한 주말이었습니다.

#담소

<서울의 봄> 영화감독 김성수 세계유산, 백제왕궁 익산 수부(首府)에 날다

익산에서 이런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익산시가 품은 세계유산 백제왕궁 덕택입니다.

2023년 11월에 개봉한 영 <서울의 봄>은 천만 관객 영화입니다.

5월 31일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과 담소가 더 의미 있음은 비단 천만 관객 영화여서 만은 아닙니다.

12.3 계엄과 내란의 정국을 겪은 대한 국민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선을 하루 앞둔 5월 31일 담소는 그래도 평안했습니다.

담소를 위해 익산을 찾은 김성수 감독이 갖춘 익산에 대한 예입니다.

"익산을 처음 찾은 것은 아닙니다. 원광대학교에서 <서울의 봄>을 찍기도 했어요.

하지만 익산에 대해서 더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다큐도 봤습니다.

좀 일찍 내려와서 미륵사지, 제석사지도 먼저 돌아봤습니다. 왕궁리 유적지도 미리 돌아보았습니다."

익산을 홍보하는 기자로서 그의 사전학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큰 박수로 그를 맞았습니다.

"1979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당시 집이 한남동이었습니다. 외무 공관을 통제하더니 총소리가 났어요. 너무 놀랐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날의 9시간은 지워지지 않은 선명한 기억입니다.

나중에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이 공개되고 그걸 보면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이라고 하기엔 놀라움과 충격이 컸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라 자신이 없었어요. 불법적으로 승리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가 싶기도 했구요.”

김성수 감독이 영화 <서울의 봄>이 만들기까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역사적 사건이기에 전말을 아는 이야기긴 했으나 <서울의 봄> 제작 배경을 듣는 일은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견제되지 않은 권력의 횡포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가' 관객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역사적 교훈을 담은 영화입니다.

12.3 내란 정국의 대한 국민에게는 역사의 그림자를 체험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의 염려처럼 결코 불법적으로 승리한 이야기를 승리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 속 인물 중 이태신 장군(정우성 역)을 통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였습니다.

"이태신이라는 캐릭터는 12.12 신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운 '장태완' 장군을 모티브로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성도 그대로 쓰고 이름 한 자만 바꿨는데 이태신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현재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사려 깊고, 경청할 줄 알며, 본분을 묵묵히 지켜내는 솟대 같은, 당간지주 같은 지도자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이름에 장태완 장군의 '태'를 넣었어요. 영화는 창작입니다. 정우성 배우에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등장인물 이름 하나에도 이런 섬세함이 담겨 있을 줄이야!

담소을 진행하는 신귀백 선생님과 김성수 감독 뒤로 왕궁리5층석탑과 미륵산이 나란히 보입니다.

대담자들이 앉은 자리가 이렇게 익산을 상징하는 명소가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라는 것을 기사를 쓰며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자리입니다.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서울의 봄? ‘서울의 봄’은 1979년 10.26 이후 1980년 5.18 사이 수많은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시기입니다.

체코의 '프라하의 봄'에 빗대어 일컫는 말입니다. 김성수 감독이 생각했던 애초의 제목은 '서울의 봄'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제목을 '서울의 봄'으로 밀어붙인 인물은 제작자라고 합니다.

서울의 밤이 지나고 나서 서서히 아침이 밝아오는 장면, 시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을 이어가는 엔딩 장면에서 그는 내포된 희망의 메시지를 제목으로 추출해내지 않았을까요?

영화 <서울의 봄>은 권력과 정의, 침묵과 저항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내란 정국을 극복해 나가는 길도 같은 맥락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자가 영화 관련해서 익산의 효용 가치에 대해 물었습니다.

"익산이 가지고 있는 백제 유산을 이야기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케이션 장소로는 아니지만 이야깃거리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진관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기자는 아무것도 없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 공감했습니다.

익산만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적 요소들을 발굴하여 독창적인 콘텐츠 계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제언합니다.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백제왕궁 방문 기념 카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나만의 카드! 의미 있는 기념품이 되겠지요.

세계유산 덕택에 보낼 수 있었던 멋진 주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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