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시간 전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있는 계족산의 숨은 보석 '산디마을 산신제 길'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있는 계족산의 숨은 보석 '산디마을 산신제 길'
도심 속 분주한 일상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어릴 적 고향 뒷동산을 떠올리게 하는 마을이 있습니다. 대전 대덕구 계족산 북쪽 깊은 골짜기, ‘산디마을’은 그런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입니다.
계족산의 북쪽 자락, 성재 아래, 앞산 남쪽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산 뒤편에 있다고 하여 ‘산뒤’, 혹은 ‘산북(山北)’이라 불리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장동 산디마을 입구에는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승이 세워져 있습니다. 예로부터 장승은 외부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잡귀를 물리치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의 장승은 2019년, 마을 주민들의 정성을 모아 다시 세운 것으로 ‘천하대장군’과 ‘지하대장군’이 마을을 지키는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장승 옆에는 돌탑과 함께 제단이 마련되어 있어, 지금도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동 계족산 자락을 따라 마을로 향하다 보면, 보리밭 사이로 붉은 양귀비가 피어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 길은, 산디마을로 향하는 입구에 자연스럽게 펼쳐진 꽃길입니다.
산디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3월 초사흗날, 마을 뒷산 제단에서 산신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합니다. 이 전통은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재도 마을 공동체가 함께 계승하고 있습니다.
장동 산디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대보름에 마을의 평안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탑제(塔祭)’가 열립니다.
‘할아버지 탑’, ‘할머니 탑’이라 불리는 돌탑 앞에서 주민들이 모여 제를 지내며, 전통 풍물과 함께 마을을 도는 의식을 진행합니다. 이 제례는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어 전통문화로서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탑과 할머니 탑은 찻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으며, 할아버지 탑 옆으로는 계곡을 따라 조성된 나무 데크 길이 이어집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너게 되며, 다리를 지나면 숲속에 자리한 할머니 탑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산디마을 입구 ‘할아버지 탑’ 건너편에 ‘할머니 탑’이라 불리는 돌탑 한 쌍이 세워져 있습니다. 돌탑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즉 서낭신(성황신)의 역할을 하며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해 왔습니다.
할머니 탑 옆에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서로 가지를 맞대어 자라는 연리지 목이 있습니다. 이 연리지 목은 마치 떨어져 있는 할아버지 탑과 할머니 탑의 아쉬움을 달래주듯, 두 탑의 연결고리처럼 느껴집니다. 자연이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탑제를 준비할 때는 마을에서 덕망 있는 사람이 제주로 정해지며, 제례를 앞둔 일주일 동안 마을 입구와 제사 장소 주변에 금줄을 둘러 부정을 막고 정성을 다해 제사를 준비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이 샘은 마을 위쪽에 위치한 공동 우물로, 제주의 목욕재계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푸른 산과 정겨운 골목이 어우러진 마을 끝, 산디마을은 대중교통으로도 닿을 수 있어요. 마을 끝자락, 조용한 버스 정류장이 이곳의 시작을 알립니다.
74번 시내버스는 산디마을 종점까지 운행되며, 대중교통만으로도 마을을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대덕구에도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습니다. 장동 산디마을 임도 삼거리에서 계족산 봉황정까지 이어지는 산디마을 산신제 길이 바로 그 길입니다.
1995년 임도 조성과 함께 심은 나무들이 이제는 울창한 숲을 이루며, 약 2.3km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여유로운 산책과 사색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담양의 가로수길보다 더 긴 이 길은, 차 없는 산길 특유의 고요함 속에서 더욱 깊은 쉼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 정돈된 수형 덕분에 길 전체가 하나의 풍경화처럼 펼쳐집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이 길은 사계절 모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산디마을 주민들은 특히 함박눈이 내린 겨울 풍경을 꼭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곡선이 아름다운 산신제 길을 걷다 보면, 한 걸음 뒤돌아보는 순간 비로소 이 길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앞서 걷고, 또 누군가는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 길은 마치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을 천천히 거니는 느낌을 줍니다. 자연이 건네는 고요한 선물, 산디마을 산신제 길의 메타세쿼이아 숲길입니다.
계족산에는 여러 갈래의 오름길이 있지만, 산디마을 산신제 길은 다른 길보다 탐방객이 적어 더욱 조용합니다. 사계절 푸르름이 살아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따라 자연과 마주하며 천천히 걸을 수 있어, 고요한 힐링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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