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메밀꽃 필 무렵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영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놀랍게도 원래 자연농원, 그러니까 현재의 에버랜드가 영월에 들어설 계획이었다는 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다. 물론 당시 나와 친구들은 이 소문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는데, TV나 만화에서만 봤던 동물원과 커다란 놀이기구가 들어설 뻔했다고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인해 무산이 되었다는 이야기의 전말을 듣고는 아쉬운 마음이 컸던 기억이 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다. 이번 글을 쓰면서 사실이었는지 살펴보았더니 위에 썼던 내용과 똑같은 이야기, ‘원래 OO에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라는 말이 구전되는 지역이 더 있는 걸 보니 가짜 소문이었거나 아니면 부지로 선정할 후보 지역군이 여러 곳 있었거나 싶다.)

이전 글에도 몇 번 나타냈지만, 나는 개발과 발전이 영월이라는 지역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역의 성장과 경제적 관점으로 보자면 당연히 개발하고 유치하고 생산성 있는 무어라도 만들어야겠지만… 글쎄다. 그걸 꼭 개발과 발전으로 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영월이 서울이나 용인, 원주나 강릉, 경주나 제주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또 해방이래 지금까지 쭈우우욱 이어오고 있는 ‘전통’이라거나 ‘충절’처럼 너무 오래된 것만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요즘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월에 어울리는, 영월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오늘 이야기할 요 ‘붉은 메밀꽃’같은 거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이야기는 사실 요 ‘붉은 메밀 축제’가 메인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주도한 행사가 아니라, 삼옥리 동네 주민들이 주관이 되어 직접 가꾸고 홍보해온 소규모 지역 축제가 점점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작년 3회차 때에는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을 하고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관광객 수는 영월군청 제공) 천혜의 자연이라 꼽히는 동강이 옆으로 흐르는 강변을 따라 2만5천평이 넘는 규모의 붉은 메밀이 빨갛게 꽃을 피우고 있는 절경을 보여준다. 제주에 유채꽃, 진해에 벚꽃, 거창에 아스타 국화가 있다면 영월에는 붉은 메밀꽃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이, 계절마다 이런 규모의 자연 친화적인 꽃 단지가 영월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삼옥에는 붉은 메밀이 있으니, 남면에는 수국, 주천에는 연꽃, 산솔면에는 메타세콰이어, 상동면에는 자작나무 등등. 축제가 아니더라도 사계절 모두 영월의 자연을 둘러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수 있도록 영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 ‘자연’을 중심으로 지역이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의미 그대로 영월이라는 지역 자체가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꿈과 환상의 자연 농원’이 되어 있지 않을까?

*붉은 메밀꽃이 필 무렵, 영월에는 또 하나의 축제가 있습니다. 이미 25회째, 역사와 전통이 깊은 <김삿갓 문화제>가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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