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동학사 계곡에 나란히 있는 동학사와 동학삼사 그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공주 가볼 만한 곳
동학사 계곡
산세 좋고 물맑은 국립공원 계룡산 기슭에는 동학사, 갑사, 신원사 등 천년고찰들이 많지요. 그중에서 동학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여승) 승가대학이 세워진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동학사(東鶴寺) 바로 이웃에는 동학삼사(東鶴三祠)라는 사당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연유가 무엇인지 동학사 계곡을 걸으며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비가 많이 내려서 동학사 계곡 곳곳이 폭포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소리와 산새소리 매미소리가 어울려 산속 음악회가 열리는 듯합니다.
동학사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오르다 보면 계룡산 탐방안내소 옆에 홍살문이 나타납니다. 절 앞에 일주문이 아닌 홍살문이 먼저 나타나다니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홍살문은 보통 유교적인 의미가 강해서 주로 서원이나 향교 앞에 설치하는 문이지요. 문이라고는 하지만 문짝이 없고 두 개의 기둥 위에 화살 모양의 세로 살대를 촘촘히 박아 구성하며 삼지창을 달거나, 태극문양으로 장식하기도 합니다. 붉은색을 칠하고 화살을 세워, 악귀나 나쁜 액운을 물리치려고 세운 신성스러운 문으로 누구든 이 문을 지나려면 말에서 내려 경건한 마음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동학사 일주문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이곳에는 홍살문도 있고 일주문도 있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네요.
동학사에 이르기 전에 제법 큰 규모의 암자들이 연이어 나타납니다. 문수암, 관음암, 길상암, 미타암 등은 모두 동학사에 속하는 암자들이지요.
동학사 바로 직전 계곡에 자리한 세진정(洗塵亭)에서 잠시 땀을 씻습니다. 세진정은 보통 보는 팔각정이 아닌 육각정입니다. 세진(洗塵)은 마음 속에 있는 번뇌의 티끌을 맑은 계곡물에 닦아서 깨끗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향하여 나가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곡의 맑은 물은 주변의 나무와 돌들을 깨끗하게 씻어주는데 내 마음 속의 티끌은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공부와 수행을 해야하나 봅니다.
동학사에 도착했는가 했더니, 향교나 서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삼문이 나타납니다. 현판에 동학사가 아닌 인재문(仁在門)이라고 쓰여 있군요. 올 때 마다 잠겨 있어서 담장 너머로 바라보기만 했는데 오늘은 활짝 열려 있어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삼문의 가운데 문은 신이나 제물이 드나드는 문이며 사람은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고 왼쪽 문으로 나오는 게 예법입니다. 문밖의 동학삼사(東鶴三祠)에 대하여 자세히 쓰여 있는 안내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동학삼사는 계룡산 동학사의 초혼각지에 세워진 숙모전, 삼은각, 동계사를 말한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 고려말의 충신 정몽주, 이색, 길재, 그리고 조선의 단종과 사육신 등 신라, 고려, 조선 3왕조의 충절 인물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절이 아닌 사당이군요. 그래서 입구에 홍살문이 세워져 있었던 거네요.
그런데 인재문 앞에 초혼각지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군요. 초혼각지(招魂閣址), '혼을 부르는 누각이 있었던 자리'라니 의미심장하군요.
세조가 단종을 폐위시킬 때 절의를 지키다 죽어간 사육신 등을 모셨던 초혼각이 이곳에 있었다고 하니 이해가 갑니다. 초혼각지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18호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문 안에는 삼은각(三隱閣)과 동계사(東鷄寺)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삼은각은 고려의 학자이자 충신인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야은 길재 등 이른바 3은을 모신 사당입니다. 동계사는 신라 충신 박제상을 기리기 위해 고려 태조 때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숙모전(肅慕殿)은 이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전(殿)은 임금님이 계시는 궁궐을 뜻하는데 무슨 사연이 있나 봅니다. 숙모전은 매월당 김시습이 노량진 강변에 버려진 사육신의 시신을 장례 지낸 후 삼은각 옆에 단을 만들고 제사 지낸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이후 동학사에 들렀던 세조가 죽은 영혼을 달래주기 위하여 초혼각을 건립하였으며, 여러 차례 중건하면서 단종의 위패를 모시게 되었고, 고종 때에 이르러 단종비 정순왕후를 함께 모시면서 숙모전으로 개칭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殿)자를 사용한 것이군요.
동학삼사 사무실도 열려 있어 들여다 보았습니다. 중국의 고서 역경(易經)에 나오는 '공덕을 널리 베풀어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의 덕박이화( 德博而化)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동학사(東鶴寺)는 신라시대 당나라의 상원조사가 지은 계룡산 중턱 남매탑이 있는 청량사에서 시작합니다. 고려 태조 때 도선국사가 지금의 동학사 자리에 사찰을 중창한 뒤 태조의 원당이 되었다고 해요. 한편, 왕건을 도와 고려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 류차달은 이곳에 신라의 시조와 박제상을 제사하기 위하여 사당인 동학사(東鶴祠)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 후, 절이름도 상원암에서 동학사로 바뀌었는데, 동학이란 동쪽에 있는 학 모양의 바위에서 유래한다고 하네요. 영조 때 신천영의 난으로 사찰과 사당 모두 소실된 것을 순조 때 월인선사가 신축하였으며, 고종 때 보선선사가 중창하였다고 안내판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동학사는 절과 사당이 공존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학사는 대웅전과 삼성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승가대학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스님 교육을 엄격하게 시키고 있다 합니다. 정식 승려(비구/비구니)가 되려면 조계종 총무원에 행자로서 등록한 뒤 최소 6개월의 수행 및 체류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남성 행자는 갈색 옷, 여성 행
자는 주황색 옷을 입고, 행건이라고 불리는 각반을 차므로 정식 정식 승려와 구분이 됩니다. 정식스님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고 어렵다고 해요. 5급 승가고시에 통과하고 일정기간의 교육을 수료해야 예비승인 사미(남자)/사미니(여자)가 되는데 의복은 정식 승려와 같으나 목과 팔에 갈색 띠를 둘러 구분을 합니다.
정식 승려가 되려면 승가대학 등에서 일정기간(보통 4년) 공부와 수행을 하고 4급 승가고시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정기간 교육을 받고 비구(남)/비구니(여)가 되는 것입니다. 3급 승가고시를 합격해야 주지 스님이 될 자격이 생기고, 2급을 통과하면 대덕(남)/혜덕(여), 1급을 통과하면 종덕(남)/현덕(여)이 된다하니 머리만 깎는다고 스님이 되는 게 아니라네요. 스님이 되겠다고 출가를 했으나 대부분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환속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동학사의 대웅전은 1980년에 개축된 건물이며 동학사의 중심이 되는 법당입니다. 스님의 독경 소리가 대웅전 경내를 넘어 동학사 계곡을 따라 널리 퍼져나갑니다. 음력 유월 초삼일이라서 제사를 모시는지 스님들과 신도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계시는군요.
동학사 대웅전 앞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58호로 지정된 동학사 삼층석탑이 있습니다. 이 탑은 계룡산 남매탑이 있는 청량사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합니다. 전설에는 신라 성덕왕 때 동학사를 지으면서 함께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탑의 모습을 볼 때 고려 시대의 석탑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원래 탑의 1층과 2층 부분만 남아 있었는데 2008년에 기단부와 3층을 복원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대웅전 경내에는 수련이 꽃피우고 있습니다. 연꽃은 진흙 속 더러운 곳에 있어도 항상 깨끗하게 피어나서 세속 찌든 때에 물들지 않는 부처님의 세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동학사(東鶴寺)는 고려 태조 때 도선국사가 지은 절이며, 동학사(東鶴祠)도 고려 태조 때 류차달이 세운 신라 박제상의 사당이었다고 해요. 즉 절과 사당이 나란히 자리하게 된 것이지요. 조선초에 고려의 유신 길재와 동학사의 승려 운선이 함께 단을 쌓아서 고려 태조를 비롯한 여러 왕과 정몽주의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불교와 유교가 서로 교류하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동학삼사는 숙모전과 삼은각, 동계사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입니다. 이곳에 절과 사당이 고려 태조 때 나란히 세워졌으며, 서로 교류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 둘은 같은 운명체로서 불에 타 없어지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면서 이름과 모습이 바뀌었으며 절은 동학사, 사당은 동학삼사가 되었습니다.
이념이 서로 다른 절과 사당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무척 특이하게 느껴지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동학사
위치 :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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