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일 전
수백 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고택 완귀정
경상북도 영천시 남부동. 조용하고 차분한 이 마을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고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선 전기 학자 완귀 안증(1494~1553)이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하던 곳, 완귀정입니다.
어리연꽃이 고요히 흐드러진 호계천 기슭, 잔잔한 물소리와 함께 고즈넉한 운치를 자아내는 이곳에는
조선의 선비정신이 고스란히 깃든 고택 하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20호로 지정된 완귀정(玩龜亭)입니다.
입구에서 완귀정까지는 약 100m 남짓. 차에서 내려 조용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일부러 걸음을 천천히 옮겼습니다.
바람결 따라 나뭇잎이 흔들리고, 어리연이 핀 호계천의 물결이 잔잔하게 속삭이는 길. 짧은 거리지만,
고즈넉한 풍경 속을 걷는 그 시간이 완귀정을 마주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예고편처럼 느껴졌습니다.
완귀정 앞에는 우거진 나무 아래 작은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이 고택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입구부터 걸어 오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입구에는 완귀정의 역사와 건축적 가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안내판은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도 완귀정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천천히 읽어보며 선비의 정신이 깃든 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는데요.
조선 중종 시대의 학자였던 안증 선생은 벼슬에는 뜻이 없고 오직 성리학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QR을 스캔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문화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영천시는 현재 문중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 지역을 ‘역사문화마을’ 둘레길을 조성해가는 중입니다.
완귀정 외에도 국보 제517호인 청제비, 조선 성리학자 육우당 이존오의 고택인 육우당 고택이
인근에 자리해 역사기행이나 가족과 함께 걷는 산책길로도 매우 좋습니다.
완귀정은 1546년, 안증 선생이 직접 지은 살림집이자 학문의 터전입니다.
학문과 후학 양성을 위해 지어진 이 집은 단순한 거주공간을 넘어선 의미를 지닙니다.
담장 너머로 살짝 보이는 완귀정. 안타깝게도 문화재 보호를 위해 내부는 상시 개방되어 있지 않아
직접 안채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기와지붕과 낮게 드리운 처마, 그리고 대청마루의 나무결이 풍기는 정취는 멀리서만 봐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내부로 들어가서 안귀정 현판은 볼 수 없지만, 입구에 글씨체를 새긴 비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비석의 글씨는 미수 허목 선생께서 완귀정 현펀에 쓴 글씨라고 합니다
허목 선생은 헌부 대사헌, 이조판서를 지낸 서예가입니다.
완귀정은 이름부터가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완귀(玩龜)’란 ‘거북이를 가지고 논다’는 의미로, 혼탁한 세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신의 학문을 닦고자 하는 은둔자의 삶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는 안증 선생의 삶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이곳은 ‘한문화재 한지킴이 운동’의 일환으로 영천문화재지킴이 봉사단이 보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외부에서라도 건물의 형태를 보며 문화재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완귀정은 그저 오래된 고택이 아닙니다.
혼란한 세상을 뒤로하고 학문에 몰두했던 선비의 정신이 서려 있는 장소입니다.
기와의 곡선, 손때 묻은 기둥,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마루판 위엔 조선의 사상과 정신,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영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눈에 띄는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이처럼
숨겨진 문화유산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완귀정에도 잠시 발걸음을 멈춰보시길 바랍니다.
그 소박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잊고 있던 ‘정신의 여유’를 되찾아 보세요
주소: 경북 영천시 남부동 완귀정길 일대
주차: 완귀정 앞 나무 아래 주차 가능
관람: 문화재 보호를 위해 상시 내부 출입 제한
(외부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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