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장승나라 하탑마을과 퇴계이황의 흔적이 서린 작도정사
SNS서포터즈
장승나라 하탑마을과 퇴계이황의 흔적이 서린 작도정사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광이 없어도, 많은 사람이 찾을만한 볼거리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 어느 곳이든 여행자의 눈을 끌리게 하고,호기심만 있다면 여행지로서는 충분합니다.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그리고 자신만의 여행지를 만들어가는 거 그게 여행인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우스광스럽기도 하고 조금 겁나스럽게 보이는 놈이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하며 차를 세웠습니다.
커다란 눈을 부라부라 부라리는 그의 포스에 눌려,얼떨결에 차에서 내리고 보니
눈앞으로 펼쳐진 세상은 장승 나라 장승 마을인 사천시 축동면에 있는 하탑 마을이었습니다.
장승은 예로부터 그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지만, 요즈음은 문화적 가치를 가진 전통문화의, 한 축으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들거나 돌을 쪼아 만든 것도 있고 쇠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뜨거운 햇볕이 내리쫴도 사계절 내내 같은 자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 있는듯합니다.
우리나라의 해학적인 탈과 마찬가지로, 장승은 무섭기 보다 다정다감한 친구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천시 축동면 하탑 마을의 장승은
우리나라 모든 장승들을 거느리는 왕이 있는 곳입니다.
한국 땅에 장승들이 많지만 대부분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처럼 대장군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하탑 마을에는 왕의 신분을 가진 장승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신분을 가진 장승입니다.
"천하 대왕" " 지하 여왕"
신분이 높아 군림하는 게 아니라, 나쁜 기운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천하의 질서를 지키는 왕으로서의 장승입니다.
장승은 사람들 곁에선 늘 동무가 되어주고,때로는 사람들의 못난 마음을 읽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날 하탑 마을에서도 가장 사람의 마음을 잘 보는듯한 송중기 닮은 장승이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한마디 합니다.
" 똑 바 로 살아라"
어찌 알았을까? 여행자의 번잡한 마음을 말입니다. 정말이지 똑바로 살아야겠습니다
- 찾아가는 길 -
退溪李先生杖屨所 (퇴계이선생장구소)
" 남들이 많이 찾아가지 않는 곳도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여행지가 되기 마련이다. 그게 여행의 매력이다. "
사천대교를 건너 서포면에서 곤양면으로 가는 길가 언덕 위에 조그만 기와집 하나가 보입니다.
애써 쳐다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쳐버릴 이곳은 작도 정사입니다. 퇴계 이황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입니다.
정사에 오르는 계단 입구에 퇴계이선생장구소(退溪李先生杖屨所)란 비문을 새긴 비석 하나가 보입니다.
장구지소란 '지팡이와 짚신을 끌고 와 놀던 곳이라는 뜻으로 이름 있는 사람이 이곳에서 자취를 남기고 거닐던 곳이' 라는 뜻입니다.
퇴계이선생장구소(退溪李先生杖屨所)는 퇴계 이황 선생께서 이곳에 자취를 남기고 갔다는 뜻입니다.
조선시대의 대학자로 한국을 빛낸 위인이신 퇴계 이황 선생의 흔적이 사천에 남아있다니,
그 숨결을 찾아 충분히 여행을 오랜만 합니다.
큰 비석 뒤엔 수풀에 가려져있는 또 하나의 비석이 있습니다.
앞의 비석보다 훨씬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붙은 작은 비석에는
똑같은 내용의 '퇴계이선생장구소(退溪李先生杖屨所)' 라는 비문이 새겨져있습니다.
이 비문석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사람의 흔적이라곤 보지 못한 듯한 풀들과 나무들은,
원초적 본능을 뽐내며 나 풀이야, 나 소나무 야라며 외치고 있습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서면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듯한 오래된 기와 건물 하나를 만나는데 이곳이 “작도 정사(鵲島精舍)”입니다.
작도(鵲島)는 우리말로 “까치 섬”이란 뜻인데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예전에는 이곳이 바다였다 합니다.
눈앞으로 펼쳐진 더 넓은 논들이 예전에는 바다였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작도 정사(鵲島精舍)는 퇴계의 흔적을 기리고픈 사천의 지방 유림들이 퇴계가 시를 짓던 바로 그 자리에 이름하고 퇴계의 위패를 모시는 곳입니다. 매년 음력 4월 제를 지내는 날에 문이 열립니다. 지금은 함부로 들어오지 마 하며
큰 열쇠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통에 대문 사이로 비친 작도 정사를 보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비문석 뒤에는, 당시 곤양 군수로 부임한 관포 어득강이 퇴계이황선생님의 학식과 명성을 알아보고 퇴계 이황 선생님을 초청해 조석을 논하고 시를 읊으며 회를 먹으며 술잔을 기울였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정말 좋습니다. 시대의 역사적인 현장을 현재와 연결해 주는 통로가 있다면 여행만 한 게 없을듯싶습니다.오늘 이렇게 퇴계 이황 선생님과 관포 어득강이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논하는 자리에 합석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여행은 이래서 좋습니다. 여행은 떠나고 볼일입니다.
"조수가 물러 날 때가 이르니 모두 배를 두고 섬으로 오르고 점심때가 지나서 배를 띄운 곳을 돌아보니 다 평지가 되고 까마득한 황무지고 주렴 그물에 가리어 은은할 따름이더라 이때 조수의 이야기를 하면서 회를 치고 술을 잔질함에 이르니 날은 이미 저물어져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더라, 까치 섬은 편편하니 손바닥 같고 금오산 멀리 높이 마주 보네 ~~~ "
-찾아가는 길 -
(작도 정사)
경상남도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 105-1번지
※사천시 SNS서포터즈가 작성한 글이며 사천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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