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은 영월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어느 순간부터 외출을 할 때 당연하듯 겉옷을 챙긴다. 요즘엔 창을 활짝 열어놓고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이야 당연히 모두의 사랑을 받는 계절이지만, 유난히 올해 가을은 청량하고 맑다. 높고 푸른 하늘 위로 양털 같은 솜구름들이 둥둥 떠다닌다. 너무, 너무나 가을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가을이 가을스럽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유리창 안에서만 바라보며 어찌저찌 넘겨야만 했던 짧은 가을. 하지만 올해는 축복을 받은 것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가을이 왔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영월에 살면서 썼던 수기를 돌아보면 계절과 날씨에 대한 이야기 많다. 시골의 삶이란 역동적이거나 불현듯 일상에 돌발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자연의 흐름이 가장 큰 일상의 변화라서 그렇다. 당연히 내 눈길도 자연의 변화에 집중하게 된다. 쌓였던 눈이 녹고, 초록 새싹이 트고, 숲이 울창해지고, 장마가 쏟아지고, 산이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고, 마침내 다시 하얗게 눈이 쌓이는 자연의 흐름에 따른 변화.

시월이 되면 역사와 전통이 깊은 영월의 가을 축제인 ‘김삿갓 문화제’와, 최근 몇 년사이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영월 붉은메밀 축제’가 시작된다. 메밀 꽃이 필 무렵에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가을날 목 좋은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메밀 전병과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한잔 마시며 축제를 즐겨보는 여유를 부려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벌써부터 입맛이 돈다.

타지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그들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는 지를 먼저 안부로 묻곤 한다. 남쪽에는 큰 피해가 있다고 하지만, 영월은 무탈하다. 단풍은 아직이지만 아마 앞서 말한 축제들이 끝날 무렵이면 영월에도 울긋불긋한 단풍과 낙엽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벌써 가을이라니! 말 못할 초조함과 걱정이 조금 생기는 기분이지만, 그럼에도 가을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부정한 기운은 이내 씻겨진다. 가끔 마음이 복잡해지면 봉래산을 목적없이 오르곤 하는데, 특히 요즘 노을이 질 무렵의 풍경이 정말 장관이다. (아, 물론 걸어서 오르는 건 무척이나 힘든 산행이니까 차를 타고 오른다.)

딱 좋은 온도, 딱 좋은 날씨, 딱 좋은 풍경. 딱 좋은 영월. 나 예전에는 분명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산골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어른이 되면 반드시 도시로 올라가 살겠다고 다짐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덧 이렇게 산이 좋아진 건지 모르겠다. 계절을 몸으로 느끼며, 위로를 자연에서 받으며, 영월에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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