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시간 전
대전지역 작가와의 대화, 책 이야기 그리고 야생화 명소 추천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은 시작되고
그 길에서 들꽃을 노래하다
쉽게 찾는 야생화 도감 한광수 작가님 인터뷰
길을 걷다가 문득 돌 틈에 핀 풀꽃의 이름이 궁금했던 적 없으신가요?
저는 사진을 찍어와 이름을 찾아볼 때가 있는데, 정확한 이름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최근에 비슷해도 다 다른 이름을 가진 풀꽃들에 관해 사진과 글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도감이 나와서 소개합니다.
1,000종도 넘는 야생화 사진이 수록된 ‘쉽게 찾는 야생화 도감’을 쓰신 한광수 선생님께서 1990년부터 대전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살고 계시다는 글을 읽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2007년부터 꾸준히 야생화를 찾아 사진을 찍어 정리해 놓은 것을 모아 이번에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책을 펼치면, 꽃의 일반적인 구조부터 꽃차례의 형태, 잎의 부위별 명칭, 잎의 다양한 모양까지 그림으로 나와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들꽃을 만나는 장소별로 집주변, 산과 들, 물가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벼과 등의 들풀과 양치식물까지 수록해 둔 것이 보이네요.
책을 보면서 작가님께서 처음 야생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했는데요. 아이에게 방학 숙제로 ‘식물도감을 만들어보면 어때?’라고 조언한 때라고 하시네요. 학교에 있는 식물로 해 보자고 했는데, 막상 가서 아이가 사진을 찍어왔지만, 이름을 알 길이 없어 인터넷 카페에 문의했고, 이를 계기로 ‘풀에도 이름이 다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어 그다음부터 모르는 야생화를 만나면 꽃 이름을 찾아보고, 기록하기 시작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들풀들에게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자는 마음에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지요.
티끌 모아 태산
오래되어 진부한 표현 같지만, 좋아서 찾아다닌 자료 하나하나 버리지 않고 모아놓고 10년 넘게 쌓이니까 20방대한 자료가 되었다고 하시네요. 전공자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로서 도감을 출간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컸지만, 십수 년 동안 들꽃과의 인연을 정리한 자료를 그냥 묵혀두기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집필을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비전문가가 처음 꽃을 봤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알기에 쓴 책이므로, 그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특별히 좋아하는 야생화를 묻는 말에는 동호인 활동 초기에 정말 보고 싶었던 건 변산바람꽃이었으나, 지금은 특별히 좋아하는 야생화를 꼽을 수가 없다며, 꽃을 만나러 갔다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식물을 발견하는 것이 최고의 기쁨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 하셨어요. 어느 하나를 콕 집어서 얘기하면 다른 야생화가 서운해할까 봐 그러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여러 사진 중 책에 수록한 사진을 어떻게 고르셨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해 주셨어요. 생태적으로 접근해서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했고, 각 식물이 가진 특징이 겉으로 드러날 수 있게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답니다. 비슷하게 생겨도 이름이 다른 것들이 많은데, 왜 그런지를 알 수 있는 사진을 책에 수록했다고 하시네요.
쉽게 찾을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에 대한 말씀도 들어보았는데요. "서식지별로, 꽃이 피는 시기별로, 비슷한 종끼리 모아두었으니, 그에 맞춰서 찾아본다면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을 찍고 책에서 찾아보면 된다고 하시네요. 다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니 책을 곁에 두고 사진을 자주 본다면 그 식물을 실제로 보았을 때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신답니다.
이번 책에 아쉬운 점이나 앞으로 다시 책을 펴낸다면 하시고 싶은 게 있는지에 관해서도 질문하였는데요, 꽃들은 피는 시기가 있어서 개화 시기에 찍지 못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해서 찍지 못했거나 조금 부족하다 싶은 사진은 다른 분들께 도움을 받았는데(책 속에 별 표시:30~40개 정도), 너무 감사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앞으로 개정판을 만든다면 직접 찍은 사진이 다 들어갈 수 있도록, 또 새로운 종들을 더 수록할 수 있도록 열심히 꽃을 보러 다니겠다고 하셨어요. 지면의 한계가 있어 식물의 다양한 모습을 싣지 못한 점, 글씨가 조금 작은 점도 아쉬움으로 들었는데요. 다음번에 이런 아쉬움들을 생각해서 출간한다면 더 풍성한 도감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책 출간을 위해 아내가 옆에서 응원해 주고, 책 앞쪽 일러스트 부분도 도움을 줬는데,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한 것이 아쉬워 다음번 책에서는 꼭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요즘 볼 수 있는 야생화와 장소 추천
요즈음 볼 수 있는 야생화와 야생화를 보기 좋은 장소도 추천해 주셨어요. 근교에 있는 산자락 숲에 들어가 보면 간혹 노루발풀이나 옥잠난초도 볼 수 있다고 하시네요. 성북동 휴양림, 현충원 등산로 주변에는 여름철에 피는 사철란이 자생하고 있다고도 하시고요. 학생들과 예전에 자율 동아리 활동으로 ‘풀꽃 사랑반’을 운영해서 학교나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을 카메라에 담아 자기만의 작은 야생화 도감을 만들고, 계족산, 식장산 등 대전 근교에 있는 숲으로 가서 다양한 숲 체험도 하셨답니다.
작가님께서 지인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대전 명소로는 ‘한밭수목원’을 꼽으셨어요. "다양한 수목들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고, 연못 주변을 천천히 걷기만 해도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공간"이라며 추천하셨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수목원 서원 쪽에 황톳길이 새롭게 조성되어, 대전의 명소인 계족산의 황톳길을 도심공원으로 옮겨온 듯해서 더욱 재미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즘 한밭수목원에는 장미는 많이 졌지만, 수국원에 색색의 수국이 피기 시작했어요. 모감주나무가 노란 꽃을 피웠고, 주황빛 능소화도 여기저기 피어있답니다.
풀꽃들도 많이 피어 있는데, 한밭수목원을 천천히 걷다 보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보도블록 틈 사이나 담벼락 밑에만 봐도 괭이밥, 노랑선씀바귀, 개미취 같은 야생화를 볼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하면 자연스레 아이들도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저도 잠깐 밖에 나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유홍초를 발견해서 너무 좋았답니다. 도감을 찾아보니 유홍초(留紅草)라는 이름은 꽃이 붉게 피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독자와 대전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을 한마디 부탁드렸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우리보다 먼저 터 잡고 살아온 그들이다.”라는 말로 대신하셨어요. 그리고, 이 도감은 전문적 지식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니라 야생화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되신 분이나 야생화를 조금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꽃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생지를 알게 되더라도 그 자리를 조심스럽게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전하셨고요. 야생화가 자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아껴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들꽃에 대한 작가님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잡초라고 하지 마세요. 이름을 모를 뿐이에요. 유용하지 않다고 해서 ‘잡’이라고 부르면, 그 풀도 서운하겠죠”라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꾸준히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들꽃 사진을 정리해 온 것이 참 대단하게 다가왔어요. 특히 대전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니, 이름 모를 들꽃을 만난다면 이 도감을 꼭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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