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생각하며 걷는 복산성당

물이나 산소같이 우리 일상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것들은 평소에는 그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합니다.

문제가 생겨 부재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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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체제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고 그러한 질서를 바탕으로 사회가 유지되고 있기에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은 당연한 것들로 여겨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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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로 대표되는 기본권은 하루아침에 그리고 평온하게 갖추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해방 이후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까지는 4.19와 6월 민주 항쟁으로 대표되는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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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자유가 억압되고 지금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피부로 와닿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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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곁에 남아있는 그날의 흔적을 찾아 나선 길에서 과거의 시간을 상상하며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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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의 뜨거웠던 울산의 그날을 찾아 블로그 기자단으로서의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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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중구 복산동에 위치한 복산성당. 주홍빛의 벽돌로 쌓아 올린 외관이 웅장함을 자랑하는 이곳의 예전 명칭은 울산성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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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천주교 부산교구 언양성당 울산공소로 첫 영세를 시작한 이후 2년 뒤 1956년 울산성당으로 승격하였고 1957년에는 본당 공사를 모두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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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은 2008년, 복산성당으로 이름을 변경한 건 1998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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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의 시간을 지나면서 여느 성당이 그러했듯 울산의 민주화운동의 성지는 바로 이곳 복산성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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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 박종철 군 추모 및 고문, 폭력 범시민 규탄대회가 이곳에서 진행되었고 5월엔 5.18 추모미사 7주기도 열렸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민주화의 열기로 가득했던 6월엔 민주헌법쟁취 범시민 결의대회가 복산성당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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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산성당 입구에 세워진 안내문

그때의 흔적이 지금 남아있진 않습니다. 복산성당 입구에 당시의 기록을 담은 안내문 하나가 지금은 왕복 10차로의 넓은 도로가 되어버린 길에 가득했을 그날의 함성을 상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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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산성당 앞 도로

복산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한 곳의 흔적이 있습니다. 성남동의 중심가에 자리한 뉴코아아울렛 성남점인데요.

예전에 이곳에는 주리원백화점이 있었습니다. 한때 울산을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한 곳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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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울산의 상권이 여러 곳에 형성되어 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성남동이 가장 중심상권이었습니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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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에 울산에서 있었던 주요 민주화운동 역시 이곳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복산성당에서 시작해 시계탑 사거리를 거쳐 주리원백화점 앞, 그리고 울산교까지 이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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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남아있는 상점들은 거의 없어 과거의 흔적을 찾긴 쉽지 않지만 거리는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어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했던 당시 시민들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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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 주변이나 시계탑 주변에는 이러한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안내문을 볼 수 없었고 뉴코아아울렛에서는 바닥에 새겨진 작은 동판 하나만이 이곳이 과거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장소였음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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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 바로 옆에는 지난 2021년 중구 상가 건물 화재 당시 순직한 노명래 소방관을 기리는 추모 동판도 함께 있는데 타인을 위해 헌신하신 소방관님의 숭고한 뜻 역시도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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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좌), 시계탑 거리 중앙(우)

비록 서울이나 인근의 부산, 대구같이 전국에서 주목할 만한 규모는 아니었을지라도 우리 도시의 의미 있는 기록인 만큼 더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많은 분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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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노력 덕분에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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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