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하동]이름만 떠올려도 위로를 주는 하동야생차박물관

2025년 경상남도 뉴미디어 프렌즈 김종신

이름만 떠올려도 내 마음에 쉼표를 찍는 곳이 있습니다. 경남 하동 지리산에 자리한 하동야생차박물관이 그러합니다. 박물관이지만 초록으로 빛나는 녹차와 함께 주위 맑은 기운들이 우리를 다독여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하동읍 내를 지나 목적지를 향해 갈수록 호위무사처럼 벚나무들이 양옆에서 섬진강과 함께 길동무가 됩니다.

더구나 벚꽃길로 유명한 쌍계사 벚꽃길에 접어들면 차창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섬진강과 한 몸을 이루기 위해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화계천의 물소리가 차창 너머로 노크하기 때문입니다. 초록빛으로 샤워하는 기분입니다.

한달음에 박물관으로 향할 수 없습니다. 곳곳에 쉬어가라 유혹하는 쉼터와 카페 등이 우리를 즐겁게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개울을 건넙니다. 속계(俗界)의 묵은내를 벗어던지고 선계(仙界)로 접어드는 양 걸음이 더욱 상쾌해집니다. <티 사피엔스-하동 야생차 신인류>가 공손하게 받치는 차 한잔. 벌써 맑고 푸른 녹차 물이 입안을 내려가 온몸을 적시는 듯합니다.

박물관 앞에 차를 세우고도 바로 향하지 못했습니다. 박물관은 어쩌면 핑계이고 이 주위의 아늑하고 평화로운 푸른빛이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책 부스에 들어가 하동과 함께하는 책을 펼쳤습니다. “하여간 그쯤이면 되겠네. 섬진강이 흐르다가 바다를 만나기 전 숨을 고르는 곳. 수량이 맑은 철에는 재첩도 많이 잡히고 가녘에 반짝이는 은빛 모래 사구들…. 하동으로 갈 거야.~”시집도 읽습니다.

근처 차를 마시는 조형물 아래에서 다시금 숨을 고릅니다. 박물관을 에워싼 넉넉한 풍경 속으로 발걸음을 디딥니다.

2023년 여기에서 열린 하동 차(茶) 엑스포의 흔적이 남아 한·중·일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차 문화를 살짝 엿보게 합니다. 마치 찻잔을 들고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입니다.

걸음은 <티카페하동>으로 향합니다. 2층에 자리한 입구에 서면 각종 녹차와 함께 족욕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차와 명상’, ‘녹차 족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족욕을 하지 않아도 그저 앉아 너머를 바라봐도 좋습니다.

하동에서 난 녹차를 우려내 마실 수 있지만 오늘은 녹차 가루로 만든 아이스 말차라테를 주문하고 멍때리듯 앞을 바라봅니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풍광이 달곰합니다.

보약 한 첩을 지어 먹은 듯 나설 때는 온몸과 마음이 개운합니다. 다시금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동네 마실 온 듯 걷습니다. 초록 세상에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마음을 다독여주는 개울물의 청아한 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마음을 한결 부드럽고 평안하게 합니다.

야생차박물관으로 들어가자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차로 맺어진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 우정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차(茶)를 나누고 묵(墨)으로 우정을 꽃피우다’를 주제로 초의선사의 서예 진본과 추사 김정희의 친필 편지를 만납니다.

2층 1관 특별전시실에서는 ‘오얏꽃 그윽한 향내를 담다’를 주제로 대렴차문화원에서 소장 중인 은공예 차다기·다구 130여 점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대한제국 황실에서부터 사용하던 자두꽃 무늬의 은 다기·다구의 섬세한 미감이 눈이 호강합니다.

또한, 2관에서는 ‘고요한 곡선, 천년의 미학’을 주제로 신라 토기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차제구 80여 점을 전시하며. 시기별 차제구가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역사적으로 우리 차 문화의 위대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지난 5월 2일부터 시작해 오는 6월 29일까지 열립니다.

박물관 전시물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다시금 주위를 어슬렁거립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며, 공기는 상쾌합니다. 여기에 머문 시간이 얼마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길, 한잠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맑아집니다. 아름다운 유월에는 박물관을 핑계로 일상에서 구멍 난 삶의 에너지를 채우러 오면 좋고도 좋습니다.

하동야생차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