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덧 벚꽃이 차례로 개화하기 시작하고 봄비도 내리네요. 비소식을 듣고 남은 꽃잎이 마저 떨어지기 전에 얼른 길을 나섰는데요. 이번에 찾은 곳은 광안역 근처에 있는 호암골입니다. 범바위와 관련된 이야기가 예로부터 전해지는 곳인데, 특별히 봄꽃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걷다보니 여기저기 봄이 만개해있더라고요. 봄의 시작을 알렸던 매화는 이미 떨어지고 없지만, 그 뒤를 이어가는 봄꽃들이 아주 많으니 찰나의 봄을 마음껏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호암골의 범바위 이야기와 함께 걸으면 재미는 두 배가 되겠죠?


호암마을은 지금의 광안동에 있던 마을로, 지금은 개발되어 옛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요. 여전히 '호암'이라는 명칭이 광안 4동 일대의 골목길 구석구석에 남아 이곳이 호암마을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호암근린공원인데요. 광안역에서도 가까워서 금방 찾아갈 수 있었어요.

입구에는 이렇게 호암상이 세워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 호암골의 유래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 뒷산이었던 금련산 중턱에는 호랑이 모양을 닮은 바위가 있었다고 해요. 어느 날 길을 가던 나그네가 그 바위를 보고 호랑이인 줄 알고 놀라 기절하는 일이 발생하여 마을이 떠들썩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호암(虎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또는 범바위 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네요.

마침 공원 내에는 여러 가지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어 많은 동네 주민분들이 찾고 계셨어요. 공원을 한 바퀴 두르는 산책로와 운동기구도 잘 조성되어 있어 운동을 나오신 분들도 많더라고요. 한 켠에는 놀이터가 있어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 소리도 들려왔답니다.

이미 다 떨어지고 없는 매화를 뒤로 하고도 뒤이어 피어나는 꽃들이 굉장히 많아 마음을 설레게 했는데요. 산수유도 이제 끝물을 맞이했는지 이파리가 피어나기 시작했고, 동백은 큼지막한 꽃송이를 미련없이 툭툭 떨구고 있었어요. 빨갛고 탐스러운 동백이 떨어져 주변을 붉게 물들인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주변으로는 벚꽃과 살구나무꽃 그리고 개나리도 가득 피어나고 있었는데요. 봄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꽃들인 것 같아요. 개나리는 별을 닮은 꽃모양 자체도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학교 주변에서 많이 보곤 했더니 아이들을 닮은 귀여운 이미지라 특히 좋아하는 꽃이에요.

공원을 뒤로하고 골목길을 좀 더 걸어봤습니다. 하늘이 흐려 아쉽긴 했지만 햇빛이 살짝 비춰 꽃구경 하며 걷기엔 딱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화창한 날씨였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제 날이 제법 따스해져서 조금만 걸어도 금새 더워지더라고요. 분위기 좋은 동네 카페도 몇몇 보여서 책 읽으며 여유부리면 좋겠다 싶었어요.

돌아다녀보니 쌈지공원도 있고, 집집마다 화단에 꽃이 많아서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자리였는지 유독 한 그루에 벚꽃이 만개했길래 들여다보니 직박구리가 찾아와 꿀을 따먹고 있더라고요. 한참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니까 지나가시는 분이 "꽃이 참 예쁘죠?" 하고 말을 걸어오셨어요. 요즘은 바로 옆집에도 누가 사는지 모르는 세상인데, 이렇게 꽃 하나로 말을 트며 웃음을 나누니 좋았답니다.

골목길을 따라 계속해서 안쪽으로 올라가면 복지관 옆쪽으로 또 하나의 범바위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앞에 조그만 제단이 놓여져 있더라고요. 예로부터 마을 주민들이 이 범바위를 마을 수호신으로 섬겨왔다고 하는데, 6.25전쟁 당시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그 흔적이 사라졌던 것을 주민들이 복원한 것이라고 해요.

범바위 바로 아래쪽으로는 작년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호암골 공영주차장이 있습니다. 4급지로 구분되어 요금은 10분마다 100원, 일주차 2,4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호암골 찾으실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가니 호암초등학교, 동아중학교, 수영중학교까지 세 개의 학교가 모여 있는 스쿨존이었는데요. 문구점, 카페, 공방 등 소소한 상점들이 모여 있어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여기까지 호암골을 둘러보며 봄산책을 즐겨봤는데요. 봄꽃처럼 소박하지만 은은하고 따스한 감성이 느껴지던 마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짧은 봄이 다 가기 전에 근처 어디로든 걸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영구 SNS 서포터즈 홍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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