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의 보고 반구정습지, 람사르 습지를 꿈꾸는 아름다운 자연

반구정 습지는 대황강(보성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강둑을 쌓는 과정에서 만곡부 물길이 끊기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습지입니다. 1991년 주암댐 건설 이후 대황강에도 광범위한 하상 습지가 추가로 형성되었죠.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인위적인 자연 훼손현장이 오랜 시간 지난 다음에 풍성한 식생을 자랑하는 생태의 보고로 거듭났습니다.

이곳은 한때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 등재를 추진했을 정도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국립생태원의 202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1,000종 이상의 동식물이 이곳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결코 작지 않은 대황강에 숨겨진 힐링 명소입니다. 특히 지금 같은 가을에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곡성 관광 9경(景)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합니다.

김갑 선생 충절의 역사가 서려있는 반구정

이곳을 반구정 습지라 부르는 이유는 강변 산기슭에 '반구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자를 최초로 세운 인물은 조선 인조 때 문신이었던 김갑(金甲, 1595~1647) 선생입니다. 벼슬을 내려놓고 낙향한 김갑 선생은 이곳 강 언덕에 정자를 짓고 '갈매기와 벗하며 논다'는 의미를 담아 반구정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하지만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던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그는 호남의 선비들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왕을 구하기 위해 남한산성으로 진군했습니다. 그러나 인조 임금이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회한의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따라서 반구정은 단순히 풍류를 즐기기 위한 장소를 넘어 김갑 선생의 우국충정과 올곧은 선비정신이 서려있는 역사의 공간입니다.

대황강에서 바라본 반구정

반구정 습지 탐방 소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반구정 습지를 향해 들어가니, 대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 나타났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널찍한 잔디 광장이 펼쳐져 있었어요. 광장 중앙에는 '반구정'의 의미를 담은 듯 갈매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멋진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반구정 습지로 들어가는 길

갈매기 조형물이 설치된 잔디광장

이곳은 오래전부터 이 고장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음을 증명하듯, 여기저기 모임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조금만 더 잘 가꾸고 정비한다면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해 보였습니다. 잔디광장 끝에는 수변을 따라 잘 조성된 데크길이 나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다소 쓸쓸한 느낌은 있었지만,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짙은 서정이 그곳에 감돌고 있었어요.

이곳을 기념하는 각종 비석, 1960년대 이전에 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산화조심'구호

수변을 따라 나 있는 데크길 풍경

왼쪽 산기슭을 따라 반구정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습니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긴 듯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길을 헤치고 오르자, 마침내 정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정자 지붕에는 풀이 무성했고, 콘크리트 기둥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1970년대쯤 지어진것으로 짐작됩니다. 정자 안쪽에 걸린 유려한 글씨체의 한시(漢詩) 편액이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아쉽게도 잡목에 가려져 있어 반구정 습지 풍경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구정 올라가는 계단과 쇠락한 반구정

반구정에 걸린 유리한 글씨체의 편액들

정자에 머물며 김갑 선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절벽 위에 지어진 정자 아래로는 짙푸른 강물이 굽이쳐 흘러갔겠지요. 강물이 휘돌아가는 만곡부 반대편에는 눈부신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을 것입니다. 섬진강을 따라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갈매기들이 유려한 날갯짓을 하며 강물 위에서 노니는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방불케 했을 것입니다. 고고한 선비였던 김갑이 정자 위에 앉아 고요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흐르는 강을 응시하는 모습 또한 한 폭의 그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자 앞은 잡목으로 막혀 있었어요.

정자에서 내려와 계속 데크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습지에 형성된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습지 맞은편 경작지에 서 있는 서양식 하얀 2층 집이 아름다운 풍경의 중심을 잡아주는 포인트 역할을 해주고 있네요.

반구정 습지 데크길에 펼쳐진 풍경

데크길은 대황강 제방앞에서 끝이 났고, 계단을 따라 제방 위로 올라가니 드넓은 대황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곳 대황강 역시 주암댐으로 인해 유량이 줄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토사가 쌓이고 수목이 자라 울창한 하상 습지를 형성하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황강에 형성된 하상 습지

대황강 제방은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도 유명합니다. 하류 방면으로는 석곡 대황강 자연휴식공원과 대황강 출렁다리를 지나 압록까지 연결되고, 상류 방면은 주암댐과 그 주변을 순환하는 자전거길과 연결된다고 합니다.

대황강 제방길

제방에서 바라본 풍경

반구정 습지가 힐링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며

반구정 습지는 전혀 화장을 하지 않은 절세미인 시골 처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차장을 만들고, 주변 산과 강변의 수목을 정비하고, 반구정을 옛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힐링 명소이자 생태 관광지로 거듭날 것입니다. 더욱이 김갑 선생이 이곳에 머물며 시를 짓고 나라를 걱정했던 역사성까지 갖춘 곳입니다.

서정과 서사가 공존하는 반구정 습지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려요^^

#곡성 #곡성여행 #곡성가볼만한곳 #전남여행 #가을여행 #힐링여행#대황강 #반구정습지 #반구정 #대황강자전거길 #생태공원 #습지여행 #힐링명소 #산책코스 #가을산책#김갑선생 #충신김갑 #역사여행

{"title":"[곡성 가볼 만한 곳] 대황강에 숨겨진 힐링 명소, 반구정 습지","source":"https://blog.naver.com/gokseong_love/224036651526","blogName":"곡성군 공..","domainIdOrBlogId":"gokseong_love","nicknameOrBlogId":"곡성레터","logNo":224036651526,"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