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선물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새 친구들은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언제 이렇게 우리 집에 날아온 거지? 정말이지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새로운 친구들을 발견한 건 한참이나 잡초를 뽑던 때였다. 이제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져서 오전과 오후에 잠깐씩 잡초를 뽑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호미질을 하던 내 눈앞에 어라? 멋들어진 꽃이 하나 우뚝 솟아 있었다. 이름도 모르겠고 내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니니 분명 어디선가 꽃씨가 날아와서 자랐을 텐데, 꽃을 이렇게 피울 동안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꽃 모양이 참 예쁘길래 호미를 내려놓고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는 곧 SNS에 올리며 사람들에게 꽃이름을 물어보았더니 이름도 예쁜 ‘초롱꽃’이라 한다. 야생화가 피는 마당이라니! 이것이 바로 자연이 주는 기쁨.

사실 나는 잡초도 웬만해서는 잘 뽑지 않는다. 길목에 자라 이동에 방해가 되거나 가시가 있어서 위험한 풀들은 뽑고 있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잡초도 그저 내버려 두고 있다. 끝없는 노동일뿐더러 어차피 가을이 되고 겨울이 오면 다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버려 둔 잡초 때문에 우리 집 고양이들은 매번 진드기 퇴치제를 바르고 있어야 하지만, 이렇게 의외의 야생화를 선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초롱꽃은 한해살이도 아니고 여러해살이라고 하니까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야생화는 말 그대로 손대지 않고 야생 상태 그대로 두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초롱꽃을 선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엄청난 선물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집 뒤편으로 산딸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이걸 왜 몰랐을까! 거리가 조금 있어서 멀리서 봤을 때 붉은 열매가 달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산딸기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말 그대로 정말 자연이 주는 선물! 엄청나게 퍼져 있는 산딸기 군락을 발견하고는 이제 나는 딸기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절로 신이 났다. 이대로 그저 내버려 두면 매년 봄, 나는 공짜로 산딸기를 양껏 먹을 수 있겠다. 계절에 따라 알아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양식들. 그때 불현듯 작년에 처음 시도했다가 망쳤던 텃밭이 떠올라 슬쩍 보러 갔더니, 세상에! 겨자채가 자라고 있었다. 작년에 심었던 다른 상추나 고추, 방물 토마토는 보이지 않았지만 겨자채가 몇 포기 있었다. 물론 잎이 몇 개 되지 않아 냉큼 잘라먹기에도 아쉬울 정도였지만 따로 씨를 뿌리지도, 모종을 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발아해서 성장한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자연의 선물들.

하긴, 그간 산에 지내면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들은 이미 몇몇 있었다. 뒤편에 버려둔 책장에 둥지를 지은 새들이나 포다닥 뛰어다니는 도마뱀, 그리고 어느새 우리 집 고양이들의 친구가 된 고등어 무늬 길고양이까지. 동물과 식물이 종의 구분 없이 자연스레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어가는 중이다.


{"title":"영월에 살아요_자연의 선물","source":"https://blog.naver.com/yeongwol4/223470916489","blogName":"달마다 새..","blogId":"yeongwol4","domainIdOrBlogId":"yeongwol4","logNo":223470916489,"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lin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