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성지, 영월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이다. 아직 캠핑을 하기엔 이른 시기가 아닌가 하고 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확고하게 대답을 하자면 캠핑은 한 여름에 하는 것이 아니라 봄과 가을에 해야 한다. 진정한 캠핑 매니아라면 겨울 캠핑을 즐기겠지만 그건 좀 고수의 영역이므로, 그저 가벼운 리프레쉬를 위한 휴식과 낭만으로 캠핑을 즐긴다면 봄과 가을이 좋다. 여름의 뜨겁고 무더운 날씨와, 깨어나기 시작하는 벌레들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캠핑을 즐기는 목적인 ‘한적한 여유’를 원한다면 5월과 6월, 9월과 10월이 가장 캠핑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캠핑에 대한 완전 꿀팁 정보! 그렇다면 나는 캠핑 고수인가? 전혀 아니다. 나는 한 번도 캠핑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새로 터를 옮겨서 자리를 잡은 곳은 영월 무릉도원면 법흥계곡이다. 영월에는 영월을 대표하는 유명한 계곡이 몇 곳 있는데, 대충 꼽아보자면 김삿갓계곡, 연하계곡, 엄둔계곡, 그리고 법흥계곡이다. 각 계곡마다 분위기와 풍경이 조금씩 다른데, 법흥계곡은 그야말로 캠핑의 성지. 긴 계곡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는 길에는 빼곡한 고목으로 채워진 캠핑장들이 즐비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법흥계곡은 모든 계절이 한 박자씩 늦게 찾아온다. 지난봄에는 이미 읍내에서 벚꽃이 피고 진 이후에야 이곳의 벚꽃들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지금 역시 5월의 끝 무렵이고 6월이 다가오는 중인데도 여전히 해가 떨어지면 바람이 차고, 물은 짜릿하게 시리다.

집을 나서는 길과 돌아오는 길, 나 역시도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늘어선 캠핑장에서 낭만과 휴식을 찾아온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내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게 된다. 멀리에서, 도시에서,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러, 낭만과 휴식을 즐기러, 찾아오는 곳이 바로 우리 집 앞이라는 사실 덕분이다. 앞서 나는 캠핑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다름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하러 찾아오는 곳이 바로 나의 고향인 영월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제는 정말 산속으로, 계곡 속으로 들어왔으니 마당에 앉아 캠핑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며칠 전에는 무중력 의자를 하나 사서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한낮의 따사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노을을 바라보고, 밤에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감상했다. 자연을 120% 즐길 수 있는 도구! 무중력 의자! 2023년에 들어서 지출한 것 중 가장 만족스러운 소비다.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캠핑장에 온 기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귓가에서 웅웅 거리며 귀찮게 구는 날벌레 소리까지. 어제까지 내리던 비가 그쳐서 하늘은 파랗고 맑고, 구름은 물감처럼 퍼져 있는 풍경.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모습이다.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 주말에는 숲으로 캠핑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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