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주말에 뭐하지] 전북 여름 생태관광 - 고창운곡람사르습지 탐방열차
전북이 간직한
생명의 보물창고
전북특별자치도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찬란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보석 같은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고창군 아산면에 위치한 ‘운곡 람사르 습지’는 전북을 대표하는 생태 보전의 보고이자,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아름다운 생태 유산입니다.
흔히 미디어를 통해 ‘람사르 습지’란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람사르 습지’란, 국제적으로 생태적·환경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아 람사르 협약에 따라 지정된 습지를 말합니다.
이 협약은 1971년 이란의 작은 휴양 도시 ‘람사르’에서 처음 채택되었으며, 물새와 습지 생태계 보호를 목적으로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1997년에 이 협약에 가입하였으며, 이후 현재까지 총 26곳의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지정된 람사르 습지는 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이며, 이어 경상남도의 우포늪이 두 번째로 등록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광주광역시 무등산의 ‘평두메 습지’가 가장 최근 등록지로 등재되었고, 고창군에는 무려 두 곳의 람사르 습지가 지정되어 있을 만큼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번에 소개해드릴 ‘운곡 람사르 습지’입니다. 이곳은 과거 논으로 사용되던 땅이 본래의 생태환경을 되찾으며 습지로 회복된,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회귀형 생태지대로,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철새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고창 운곡 람사르 습지 탐방은 ‘친환경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에서부터는 일반 차량의 출입이 제한되며, 방문객들은 무인 발매기를 통해 탐방열차 탑승권을 구매한 뒤, 열차를 타고 본격적인 생태 탐방지로 이동하게 됩니다.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탐방열차 타는 곳
무인 발매기는 실내에 마련되어 있으며,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요금은 편도 2,000원이며, 어린이와 경로 우대자는 1,000원입니다. 만 3세 미만의 유아와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신분증 지참 시)은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열차는 편도 탑승권이기 때문에, 돌아오는 편도 역시 별도로 구매하셔야 하며, 탑승 당일, 선택한 시간과 노선에 한해 유효하므로 변경이나 환불은 불가하다는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탐방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쏟아지는 무더위를 피해 탐방안내소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더위를 식힙니다. 탐방안내소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어, 탐방열차를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의 생태 코스는 총 4코스로 이루어지는데요. 이번 코스는 탐방열차를 타고 운곡생태 습지공원에서 내려 본격적인 습지 탐방로를 걸어 다닐 계획입니다. 시간은 대략 두 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이제 기다리던 탐방열차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탐방열차의 외관에는 수달 모양을 하고 있어 숲속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탐험 같은 기분을 안겨줍니다.
차고에서 막 출발한 탐방열차는 15분가량 숲길과 저수지 길을 따라 달리며 방문객들을 운곡습지 생태공원까지 데려다줍니다.
탐방열차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저수지가 보이는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어느덧 풍경은 더욱 풍성해지고, 시야 앞에는 조용한 물빛의 운곡저수지가 펼쳐지는데요.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운곡저수지
운곡저수지는 운곡습지를 설명하기 위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운곡저수지의 원형은 원래 마을 주민들이 논을 이루며 생활하던 9개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82년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마을 대부분은 수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긴 세월이 흘러 과거 논이었던 이 땅이 다시 본래의 습지 기능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손으로 파괴된 자연이 다시 스스로를 회복해낸,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운곡람사르습지 생태공원 투어
탐방열차를 타고 운곡저수지와 숲길을 유랑하다 보니 목적지인 운곡 람사르습지 생태공원에 다다릅니다.
운곡습지를 해설해 주실 해설사분께서 운곡습지의 역사와 배경, 람사르 습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운곡습지 투어가 시작됩니다.
투어 시간은 대략 두 시간으로 운곡 습지 곳곳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설사님이 들려주는 자연생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운곡습지로 향하는 초입 길. 처음 만나는 산책길은 잘 포장된 숲길을 따라 시작됩니다. 평탄하게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곳곳에는 쉼터와 안내 표지판이 있어 누구나 천천히, 그러나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길을 따라 흐르는 개울물은 투명하게 맑고, 돌계단 위로 졸졸 흐르는 물줄기 소리는 도심의 소음과는 전혀 다른 평온함을 전해줍니다.
물길은 마치 옛 마을의 기억을 따라 흐르는 듯 자연스레 이어져 있어, 방문객들은 단지 걷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시간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운곡습지는 단지 물과 습지 식생만이 아닌, 전체적으로 하나의 살아있는 숲입니다.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 아래에는 방문객들이 줄지어 걸어가며 해설사로부터 다양한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해설사님은 맥문동을 가리키며 “이것이 뭔 줄 아세요?”라는 물음을 던지며 본격적인 생태체험의 장이 시작됩니다.
특히 맥문동이 넓게 깔린 숲길은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고, 중간중간 마련된 정자와 벤치 덕분에 지친 발걸음을 쉬어갈 수 있는 쉼표도 놓치지 않습니다.
공원 곳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 조형물이나 자연 친화형 놀이터도 마련되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운곡 람사르 습지는 ‘전북 천리길’의 주요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탐방길 중간에 만날 수 있는 이정표는 ‘고인돌 박물관(3.72km)’과 ‘운곡서원(0.49km)’ 방향을 알리고 있으며, 이는 이 일대가 단순한 생태공간을 넘어 문화유산과의 연계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해설사님은 길가에 있는 신나무 잎을 가리키며 직접 채집하고, 이것이 천연염색 재료로 쓰였던 사실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며, 은은한 회색빛으로 승복을 물들일 때도 쓰였던 귀한 자원입니다. 그 외에도 갈참나무, 야관문, 감나무 등 다양한 자생식물에 대한 설명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탐방로 중간에는 ‘조류 관찰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운곡습지는 한때 겨울 철새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점점 개체 수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우리가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느낍니다.
운곡습지는 단순히 생태 지식을 익히는 체험의 장일뿐만 아니라, 탐방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들도 종종 있습니다.
해설사께서 한 식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이 야관문입니다”라고 설명하시자, 관람객 일행 중 한 분이 “남자에게 참 좋은데….”라고 말문을 여는 순간, 주변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보이는 사진은 현재 논을 조성해놓은 공간입니다. 우포늪에서 따오기 방생에 성공한 사례를 모델 삼아 운곡 람사르습지에도 뜸부기를 복원하기 위해 논을 조성해놓은 것인데요.
어서 하루빨리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뜸부기가 운곡습지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나무와 풀숲 사이로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이 이곳이 습지의 중심에 있음을 다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는데요.
습지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무리 지어 살아가고 있고 여름철에는 연잎 위에 앉은 개구리나 잠자리 떼를 관찰하기에도 좋습니다.
데크로 이어진 운곡습지 탐방로로 가는 길. 운곡습지에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마을이 ‘용계마을’로, 원래는 옛 이름이 원평마을이었으나 이름이 용계마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탐방로 속 데크를 유심히 보면 아래 데크 사이로 간격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습지 환경과 식물 생장을 위해 햇볕을 잘 받아들이라는 구조로 발판 사이가 더 넓었으나 예전 초등학생의 발목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간격을 더 좁히는 방향으로 보수되었다고 합니다.
습지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판타지 속 숲속 마을에 들어온 것처럼 신비로운 장관이 펼쳐집니다. 운곡 람사르 습지의 특별함은 단지 그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은 과거 마을이 사라지고 논으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자연이 스스로를 복원한 매우 희귀한 회귀형 습지입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생태공원이 아니라, 생명이 스스로 길을 찾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지요.
운곡습지는 적극적인 생태복원 사업과 감시 체계를 통해 관리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하여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적극적인 노력으로 멸종위기종인 진노랑상사화를 복원 중이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작년에 이르러서야 개화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예전 동식물이 어울려 살아가던 자연 그 모습 그대로 돌아가려고 보존 활동에 기울인 덕분에 운곡습지는 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습니다.
투어를 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들도 배워가게 되는데 나무줄기 사이로 난 뾰족한 부분은 바로 ‘밀선’이라는 것으로 밀선에서 꿀을 분비하여 개미를 불러들여 해충을 비롯한 외부 침입자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자기 보호를 위해 보호색을 입히거나 꼬리를 절단하는 동물들도 있듯이 나무들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존을 위해 자기 보호 전략이 있는 것이지요.
이끼가 낀 벽돌 기둥은 과거 이 일대에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마을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운곡습지는 과거 주민들이 살던 마을이 통폐합되거나 이주하며 버려진 땅이었습니다.
사람이 떠난 뒤 방치되었던 이곳은, 시간이 흐르며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복원되고 원시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이 붉은 기둥은 사라진 인위적 삶의 잔해이자, 자연이 다시 생명을 품은 ‘전환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피의 형상이 다이아몬드 모양을 한 나무는 바로 은사시나무입니다. 은사시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교배한 종으로 사시나무와 은백양나무를 교배하여 만든 나무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국가적으로 필요한 목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된 나무로, 임업 박사인 고 현신규 박사(1911년~1986년)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운곡람사르습지홍보관
어느덧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운곡습지 투어의 마지막은 운곡 람사르습지 홍보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마지막으로, 운곡습지를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적의 공간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고창 운곡 람사르 습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자연이 회복하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마을이 사라지고, 논이 버려지고, 시간이 흘러 생태계가 다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 그 과정은 단순히 ‘습지’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합니다.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이곳은 앞으로의 지속할 수 있는 생태 관광의 모델이자, 교육과 보전, 치유의 공간으로 계속해서 기능할 것입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품 안에 안긴 고창의 생태 유산은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글, 사진 = 조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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