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봄맞이 여행, 제천 월악산의 골뫼골 걷
달이 뜨면 주봉인 영봉(1097m)에 걸린다고 해서 '월악'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은 내륙에서는 드물게 산맥과 호수가 함께 어우러진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산에 '악(岳)'자가 들어 있는 데서 짐작하듯 돌산이 월악산입니다.
봄빛이 물들어 여행하기 좋은 요즘입니다. 막바지 봄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산하에는 따뜻한 온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제천 월악산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길은 즐거운 리듬이 함께합니다. 깊숙한 곳에 작은 산골의 계곡을 따라 이어진 산길에 접어들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매년 선정하는 명품마을 중 한 곳이 제천의 골뫼골이라고 합니다.
골뫼골의 보물 찾기로 사자빈사지 석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층기단부 사자 4마리를 배치하여 탑신을 받치고 있는 특이한 모습의 석탑입니다. 하층기단 정면에 적힌 이타브이 내력을 통해 원래 9층탑이었고 탑이 만들어진 연대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곳에 건물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집이나 별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석탑에는 고려현종(1022)에 몸 쓸 적이 아주 물러갈 것이라고 기원하면서 월악산 사자빈신사에 구 층 석탑을 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현종은 최근 종영된 KBS드라마 고려 거란전쟁에서 그려진 바 있습니다. 거란의 침입은 이곳 제천까지 영향을 미쳤던 모양입니다. 현종은 태어나자마자 암울한 전란의 시대를 살았고, 몇 년 뒤 고아가 되었으며, 생명의 위협을 받던 중 강조의 정변으로 목종이 시해당하며 갑작스럽게 즉위했습니다.
계곡에는 월악영봉, 자연대, 월광폭포, 수경대, 학소대, 망폭대, 와룡대, 팔랑소 등 송계 8경(景)이 절경입니다. 이곳에는 큰 바위들이 있는데 너럭바위 또는 떡바위라고 합니다. 크고 넓고 쉬기에 좋은 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월악산 서쪽 기슭에서 발원해 충주호로 이어지는 8㎞의 송계계곡길은 기암절벽 사이를 휘감아 흐르는 물길 주변에 산성, 석탑, 불상 등의 문화유산이 널려 있습니다.
4마리의 사자상 한 가운데 비로자나불상이 모셔둔 것이 독특합니다. 앉은 모습의 비로자나불상은 특이하게도 두건을 쓰고 있으며 뒷머리에 나비매듭과 표정이 색다릅니다.
바위들이 하나같이 크고 묘하게 힘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힘으로 만들어지기에 시간의 힘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풍경 속에 위치하고 시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자연은 찾아오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감추거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에는 꾸밈이 없고 거짓이 없어 좋습니다. 그대로를 꾸미지 않고 받아들이며 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습니다. 바위에 앉아서 물소리를 듣기에 좋은 곳입니다.
제천이 골뫼골이라는 곳은 처음 와본 곳입니다. 산이 내뿜고 물이 흐르고 계곡이 보여주는 풍광 속에 소리의 유회만이 남겨진 듯합니다. 이 돌들은 언젠가는 강의 끝에 가서 모래가 되어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해수욕장에도 채워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그 모습은 모지 못할 것입니다. 제천의 월악산은 봄 여행하기에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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