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곳

세종시장

전통시장만이 가지는 분위기가 있다.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북적이는 기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게를 맡아주는 상인들끼리의 친밀감. 물건을 사고팔지만, 사람이 모여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자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 아닐까.

글. 조인숙 사진. 박창수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끌벅적한 시장

“호루루루~ 호루루루~” 어디선가 경쾌한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뻥!”하는 소리와 함께 구름 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은 이 소리는 장날에만 볼 수 있는 뻥튀기 가게다. 뻥튀기 기계 소리에 어른들은 추억을 곱씹고,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인다. 낯선 소리에 깜짝 놀라 울먹이는 아이에게 뻥튀기 가게 사장은 맛보기 뻥튀기를 건네며 달랜다. 역시 시장은 이렇게 시끌벅적해야 제맛이다.

여주 한글시장이 끝나는 길목 맞은편의 덕산한의원부터 농협사거리까지 약 600m에 세종시장이 있다. 세종시장은 오래전부터 옛 제일시장을 중심으로 한 여주를 대표해 온 중심시장이다. 삼국시대부터 여주의 조포나루와 이포나루는 서울 마포나루, 광나루와 함께 한강 4대 나루로 불렸다. 충청도와 강원도 등 전국의 풍물을 실어 나른 여주는 수운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였다.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장이 발전했다.

여주군지에는 ‘조선시대 여주에서 주로 생산된 공산품은 싸리산 도자기와 창호지이며, 세종조에는 여주 양화군에 쌀 250석 적재적량의 관선 15척과 사선 20여 척 그리고 이에 필요한 군정 150여 명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상설시장이 자리하게 됐고, 이후 5일과 10일에 장이 서는 ‘오일장’과 함께 운영되어 왔다.

“오일장상인회와 세종시장상인회가 상생협약을 맺고 2023년부터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함께 협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여주 청년농업인과의 상생의 시작,

들들장

사람과 사람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세종시장은 여주뿐만 아니라 강원도나 수도권 사람들도 자주 찾는다. 많은 사람이 찾는 세종시장을 더욱 잘 알리기 위해 2018년 세종시장상인회를 조직했다.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을 기리기 위해 시장의 이름을 ‘세종시장’으로 했다. 세종시장 내 90여 개 점포 중 75개 점포가 상인회에 등록되어 있다. 세종시장상인회는 사라진 제일시장의 이름 대신 세종시장을 알리기 위해 지난 5년간 상인들과 함께 힘써왔다.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나가기 위해 오일장상인회와의 상생협약은 물론 여주 전통시장으로서 특색을 고민하고 발굴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가을부터 ‘들들장’을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여주오일장이 서는 날마다 들들장도 함께 들어선다. 들들장이란 이름은 ‘여주 농부들이 들녘에서 들고 오고, 여주시민이 들고 가고, 들썩거리는 장터’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오일장에 방문한 손님들이 ‘여주 특산물은 왜 없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다른 지역 오일장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살 수 있는데, 지금까지 저희 여주오일장에서는 여주 특산물을 보기 힘들었거든요. 여주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자, 여주의 청년농업인과 청년소공인들의 판로를 마련하기 위해 ‘들들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여주 고구마, 여주쌀 등 다양한 여주 특산물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박정기 세종시장상인회 사무국장은 덧붙인다. 현재 총 16개 점포 중 농산물 8개, 먹거리 4개가 운영 중인 들들장은 누구나 다 참여할 수는 없다. 여주시에 주소를 둔 청년농업인과 청년소공인이 대상이다. 들들장 덕분에 오일장이 서는 5일과 10일에는 오일장 상인과 더불어 들들장 청년상인이 자리하면서 세종시장은 더욱 활력이 넘친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 함게 열리는 들들장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어가는

세종시장의 내일

세종시장 한편에는 여주 특산물과 세종시장 자체 개발 브랜드 홍보관이 마련되어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여주 고구마를 알리기 위한 ‘고구마 아저씨’ 캐릭터와 세종시장에서 개발한 고구마 막걸리 등 세종시장의 개성을 담은 제품도 전시하고 있다. 박진택 상인회장은 “이곳은 여주 대표 특산물과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공간이자, 세종시장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박정기 사무국장은 올해는 세종시장과 함께 이 공간을 더 알리고, 나아가 세종시장 곳곳에 벤치 등의 작은 쉼터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사실 한글시장에 비해 세종시장 상인분들은 이곳에서 오래 장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평균 연령도 높고요. 저도 세종시장에서 32년여 가게를 운영해 왔으니까요. 그만큼 옛 정취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장 전체가 잘 돼야 상인 개개인도 잘 되고, 이웃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하다는 걸 잘 아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나눔활동에도 누구보다 앞장서는 분들이죠.”

세종시장상인회는 세종시장 활성화에 힘쓰는 한편, 어르신 대상의 효사랑잔치, 취약계층 반찬나눔,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등 상인들과 함께 꾸준한 이웃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전통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하지만 청년농업인이나 청년소상공인 등 젊은 세대와 함께 손을 맞잡고 나아갈 수는 있다. 추억의 재래시장 분위기에 젊은 세대의 새로움이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세종시장이야말로, 진정한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한 신조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왼쪽) 세종시장상인회 박진택 상인회장과 박정기 사무국장 / (오른쪽) 세종시장상인회는 꾸준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 운영시간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 점포수 90곳, 오일장 120개 노점

▶ 주소 경기도 여주시 여흥로11번길

▶ 주차 경기도 여주시 하동 189-3

▶ 문의 세종시장상인회 010-4101-5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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