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전
왕소나무와 미륵불이 전하는 봄날의 평안 - 연산 송불암 부처님오신날 풍경
거대한 왕소나무 아래에서 두 손을 모읍니다. 석가탄신일에 찾은 사찰에서 부처님도 아니고, 오래된 나무에 먼저 마음이 갔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소원을 빌 것이 없어서 거창한 소원 대신 잠시 명상을 합니다. 이곳은 연산면 송불암, 이 나무는 천년 소나무라 불리는 소나무입니다. 논산시 보호수로 수령은 250년이라고 적혀 있지만 소나무 전문가 말로는 500년 이상 되었을 거라고 주지 스님이 말씀하십니다. 아름드리 줄기가 옆으로 굼실굼실 뒤틀며 자라 있습니다. 웅장한 가지가 위로 솟아 있고, 나무는 작은 동산처럼 보입니다.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논산시 연산면의 작은 암자 송불암을 찾았습니다. 논산에는 천 년 고찰이 많습니다. 관촉사(논산 제1경), 쌍계사(제5경), 개태사(제6경)는 유명세만큼이나 규모도 크고 문화재도 많은 반면, 송불암은 소박하고 아담한 매력이 있는 작은 암자입니다.
대전에서 논산으로 가는 옛길 중간, ‘송불암 미륵불’ 표지판을 따라 짧은 오솔길을 걸으면 먼저 맞아주는 것은 수백 년 된 왕소나무와 미륵불입니다. 올해도 철쭉꽃 피는 날짜랑 잘 맞아서 왕소나무 주위에는 연등과 철쭉꽃이 화려합니다. 음력이 늦을 때면 철쭉꽃이 다 진 후 늦봄이 될 때도 있는데, 올해는 5월 초라 신록으로 세상은 한껏 신선합니다.
소나무가 워낙 크고, 가지가 동산을 이루고 있어서 소나무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요. 가까이에서 본 소나무 줄기는 훨씬 웅장해 보입니다. 옆으로 길게 이어진 가지는 지지대를 받쳐 놓았습니다. 가지는 연붉은 빛을 띄고 있어서 아주 건강해 보입니다. 줄기 위로는 갈라진 틈새에 이끼가 끼어 있기도 해서 세월의 무게가 깔려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나무라서 송불암에서는 매년 단오 때가 되면 왕소나무 목신재를 엽니다.
충남 문화재자료 제83호인 송불암 미륵불은 고려 시대 석불입니다. 원래 근처 석불사에 모셔져 있다가, 임진왜란 때 사찰이 불에 타며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고 전해집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견디며, 오늘날까지 부처님의 자비를 전하고 있습니다.
송불암의 법회는 대광보전 앞 천막 아래 어르신들과 신도들이 모여 듣는 아주 소박한 자리입니다. 한쪽 나무 그늘에는 아이들과 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부처님오신날의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목탁 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 동안, 저도 소원지를 하나 써서 연등에 달았습니다.
점심 공양은 공식 메뉴인 산채비빔밥이었습니다. 푸짐하게 차려진 나물과 떡을 뷔페식으로 마음껏 담아 먹으니, 사찰음식 특유의 담백한 맛이 속까지 편안하게 스며들었습니다. 멀리서 찾아온 지인은 “사찰 맛집”이라며 단연 최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송불암의 법회는 큰 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한쪽 그늘 아래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점심 공양 또한 그저 편한 자리에 앉아서 먹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행동들을 하고 있지만 사찰의 내부는 고요해서 산새 소리가 태평스럽기만 합니다.
올해도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하며 연등 하나를 달고 나니 마음 한편이 가벼워졌습니다. 연산 송불암, 왕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 가면 세상의 걱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산 송불암
찾아가는 길 :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황룡재로 92-18
문의 전화 : 041-733-6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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