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블로그기자단]숲속에서 힐링했어요! 천마근린공원 치유의 숲
글·사진 : 블로그 기자단 추미양
※방역수칙을 모두 지킨 후 취재하였습니다.
5월은 신록의 계절. 연둣빛 나뭇잎들이 나풀대는 산책하기 좋은 때입니다. 송파구에는 걷기 좋은 공원이 많은데요, 특히 피톤치드가 팡팡 품어나오는 숲길은 지친 몸과 마음을 챙기는데 가장 적합한 곳이죠. ‘송파 소식’ 5월호를 받아보니 ‘송파봄나들이 사용설명서’ 코너가 있네요. “봄나들이를 어디로 갈까?” 궁금하던 차에 살펴보니 ‘천마근린공원’이 눈에 띕니다. 이곳에서는 울창한 숲을 활용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네요.
천마근린공원은 천마산(141.4m)에 있습니다. 잠시 남양주시에 있는 천마산과 혼동되어 지도를 보니 마천동에 있는 자그마한 산이네요. 송파구에는 녹지가 많지만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된 산은 드문데, 반가웠어요.
천마공원 산림치유 프로그램 예약하기
산림치유란? 산림을 이루는 경관, 피톤치드, 음이온, 소리, 햇빛 등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해요. 천마공원의 산림치유 프로그램 이름은 “숲속 오감힐링여행”인데요, 둔해진 오감(五感)을 깨워 자연과 교감하면서 행복을 느끼도록 돕는답니다.
일단 예약부터 해야겠지요.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https://yeyak.seoul.go.kr/)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 후 검색창에 ‘천마공원’을 입력하니, ‘송파구_천마공원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뜨네요. ‘예약하기’ 버튼을 누른 뒤,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했어요. 단체 예약은 12명까지 가능한데, 저는 2명 신청. 이웃에 사는 동생과 함께 갑니다.
접수는 이용 예정 1일 전까지, 취소는 이용일 2일 전까지 가능하네요. 전화(산림치유지도사: 010-9040-5074)로 신청하거나 현장에서 접수해도 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숲 산책, 숲속 명상, 치유식물 해설, 자기돌봄 체조, 맨발 걷기, 건강 차 마시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숲속 오감힐링여행 ◆
○ 운영 기간 : 4월~11월, 매주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12시
오후: 2시~4시 (7·8월: 3시~5시)
○ 대상 : 성인 누구나(무료 제공)
토요일 오후는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진행
수요일 오후는 암 경험자 대상
○ 만남 장소 : 천마근린공원 산림치유센터
(서울시 송파구 성내천로 35길 53)
○ 교통 : 지하철 5호선 마천역에서 도보 10분
천마산림치유센터 찾아가기
저는 오전 시간을 신청했어요. 산길을 걸어야 하니 긴 팔 상의와 긴바지, 트레킹 신발을 신고, 모자도 챙겼고요. 마천역 2번 출구로 나와 사전에 받은 약도를 보고 만남 장소인 천마산림치유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가던 도중 천마근린공원 표지석에서 계단으로 올라갈 뻔했는데요, 이 계단은 천마산 정상으로 가는 가파른 길입니다. 우측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으로 가는 길을 따라 150m 올라가니 천마산림치유센터가 보이네요.
10시에 프로그램에 참여할 다른 일행 4명과 이종갑(68) 산림치유지도사를 만났습니다. 4명은 가족이더군요. 따님이 체험한 뒤 너무 좋아서 부모님과 동생까지 단체로 접수했답니다. 정보와 온라인 예약에 취약한 부모님을 배려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네요.
준비운동은 필수, 자기돌봄 체조
숲 산책에 앞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자기돌봄 체조인데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심기신수련(心氣身修練) 동작 구령에 맞춰 천천히 호흡하면서 온몸의 관절을 풀었더니 근육이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네요. 옆에서는 유아 숲 체험 온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새소리보다 더 기분 좋게 들립니다.
오감으로 힐링하는 산림치유, 출발!
오늘 치유의 주제는 행복입니다. 2시간 동안 행복하셔야 해요. 의무사항입니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지팡이를 나눠 주시며 당부하네요. 참여자는 모두 ‘행복’이라는 화두를 가슴에 담고 천천히 숲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나지막한 산이지만 경사가 제법 있네요. 지팡이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계단은 '행복의 100계단'이에요. 본인 나이까지 계단을 올라가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한두 가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뒤돌아서서 지나간 시간을 잠시 회상해 보고요. 다시 올라가면서 100세 시대의 남은 삶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건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산림치유지도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니,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네요. 무심코 걷기만 하던 산책과는 다른 마음가짐입니다.
치유식물 해설, 떡갈나무와 개암나무
천마산에는 참나무가 많네요, ‘참나무’라는 명칭은 어느 한 종(種)의 식물을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고 합니다. ‘도토리’라고 부르는 견과(堅果)가 열리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6종을 참나무라고 부른다고 해요. 나무가 단단하고, 무겁고, 화력이 좋아 참나무라는 통칭을 얻게 되었답니다. 산림치유지도사는 떡갈나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셨어요.
“떡갈나무라는 이름은, 조상들이 떡을 찔 때 새로 난 떡갈나무 잎을 아래에 깔았던 것에서 유래했어요. 떡갈나무 잎은 참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넓적하며,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입니다. 잎자루가 없고 키가 작죠”
“4~5월에 잎과 함께 꽃이 핍니다. 한 그루에 수꽃과 암꽃이 함께 있는 암수한그루고요. 수꽃이 얼마 전까지 많았는데 지금도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으로 남아있네요. 암꽃은 너무 작아 잘 안 보이지만, 암꽃에서 수정돼 가을에 도토리가 열립니다”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의 나무껍질에는 깊은 골이 있다. “나무야! 우리의 사랑이 느껴지니?”
식물도감에서 그림과 사진으로 보던 나무를 숲에서 직접 만나니 친구처럼 느껴지네요. 집에 있는 반려 식물처럼요. 나뭇잎과 수피(樹皮)를 관찰하고, 만져보고, 향을 맡으니 저절로 나무의 특징을 알게 되네요. 새들도 반갑게 지저귀면서 저희를 맞아주는 것 같고요. 오랜만에 가져보는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 순수한 소녀 같은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산허리를 따라 걷다가 독특한 잎을 발견했어요. 개암나무 잎인데, 멍 자국이 있네요. 잎이 처음 날 때는 갈색 반점이 있지만, 점차 없어진다고 해요. 아기 엉덩이의 ‘몽고반점’처럼요. 저는 나무가 병에 걸려 잎이 상한 줄 알았어요. 오점으로 보이는 것도 그 이유를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숲 관찰하기, 나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조용히 숲을 둘러봤어요. 상수리나무와 물박달나무가 사이좋게 일정 간격을 두고 공존하고 있네요.
“하늘을 쳐다보세요. 나무의 윗부분을 수관(樹冠: crown)이라고 하는데, 서로 조금씩 떨어져 있지요? 이런 현상을 수관 기피(樹冠忌避)라고 해요. 나무들이 수줍어서 살짝 거리를 둔다는 의미로 crown shyness(수관의 수줍음)라고도 부르지요. 수관 기피 때문에 좋은 점은 폭풍우에도 서로 가지가 부딪혀 부러지지 않고, 병충해가 번져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죠. 또한 수관들 사이의 좁은 틈으로 햇빛이 들어와 작은 나무와 풀도 자랄 수 있어요”
지난 3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냈는데, 이런 지혜를 식물은 이미 알고 있었나 봅니다. 부부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내야 오래 가겠죠? 자연의 생존 법칙과 인간의 생존 법칙에 공통점이 있네요. 자연에서 많이 배웁니다.
생강나무의 비밀
봄의 전령사인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 같은 시기에 노란 꽃이 피니 구분하기 힘듭니다. 지금은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지고 푸른 잎이 무성하네요. 잎을 따 만져보니 보드랍고 폭신하네요. 비벼서 향을 맡으니 연한 생강 냄새가 풍기네요.
“생강나무의 꽃은 산수유와 달리 꽃자루가 없어요. 가지에 바짝 붙어 둥글게 뭉쳐 핍니다. 산수유나무의 꽃 한 송이에는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지만, 생강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어요. 수꽃이 더 화려하지요. 암나무에 열린 열매는 초록색인데 빨갛게 익은 뒤 까맣게 변해요”
생강나무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고 하는데요, 산림치유지도사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동백나무는 실제로 생강나무에요. 옛날 부인들이 사용한 머릿기름은 동백나무 열매 기름인데, 강원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아 생강나무 열매를 대신 사용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 새소리에 잠이 들고
좁은 숲길을 벗어나 넓은 데크에 도착했어요. 주변의 자동차 소음도 사라지고 새소리만 들리는 가장 조용한 곳입니다. 매트 위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손에 라벤더 오일을 발랐어요. 향도 맡아보고요. 라벤더는 스트레스 완화, 심신 안정, 숙면에 도움을 준다고 해요.
우선, 바른 자세로 앉아 천천히 숨을 마시고 내쉬면서 손가락 마디마디를 마사지했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을 비워내고 현재의 호흡에만 집중하고요. 살아있음에 감사하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온몸의 긴장을 풀고 바닥에 누우니 새소리가 자장가로 들립니다. 스르르 잠이 오고요. 바쁜 일상을 잠시 잊게 하는 ‘쉼’이 주는 평화로운 시간. 자연과 합일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명상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수줍게 피어있는 작은 꽃들을 만났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생각나네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제 몸과 마음을 모두 챙기고 남한산성의 능선을 마주하며 내려갑니다. 연둣빛 가득한 숲길을 걷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네요. 숲의 치유 효과인가 봅니다.
행복한 마무리, 건강 차 마시기
2시간에 걸친 산림치유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따끈한 카모마일 차를 마셨습니다. 향긋한 온기가 온몸에 퍼지네요. 시각, 촉각, 후각, 청각에 이어 미각까지 행복한 힐링 시간. 처음 만났을 때 어색했던 참여자와도 가벼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동안 주말에 공원이나 산을 찾아 걷기만 했어요. 오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니 심신이 모두 건강해진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체험하니 좋고요. 예약해 준 딸. 고마워~”
저도 동생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냈습니다. 산림치유지도사의 친절한 안내와 숲 해설, 게다가 명상까지 할 수 있는 기회. 다음에는 트레킹 동아리 친구들과 와야겠어요. 여러분도 신청해 보세요. 강추합니다.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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