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 한 너울성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히던 날, 울산 동구 주전 바닷가를 산책했습니다.

성난 파도가 포말을 일으키며 줄기차게 공격을 해도 꿋꿋하게 서있는 숭엄한 갯바위를 만났습니다.

기묘하게 생긴 갯바위가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망부석처럼 애타게 가다리며 부르는 겨울 연가를 포스팅합니다.

주전 바닷가 산책은 인근에 HD현대중공업 제2조선소 골리앗크레인이 보이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시작했습니다.

세찬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거센 파도가 치고 있는 주전 바다 파도는 갯바위를 강타하고도 조금도 미안해 하지 않았습니다.

성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와서 갯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도는 그 어떤 군림도 하지 않은 채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풍랑을 피해 출어를 멈춘 고깃배가 고즈늑하게 정박해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풍경이 그림이었습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는 피하고 보는 것이 안전제일주의임을 암시해 주고 있었습니다.

갯바위에 부딪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는 허세를 부리지 않았고, 순수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언제나 출렁이는 풍만한 가슴으로 갯바위를 흥건히 적시는 위력, 햇살에 번뜩이는 윤살, 관능의 율동이 일고 있었습니다.

갯바위에는 따개비가 부착해 살고, 홍합이 나일론 실 족사(足絲)로 껌 딱지처럼 붙어살며, 굴도 갑옷을 입고 붙어 삽니다.

비록 생명체를 키워내지만 뽐내거나 군림하지 않으며, 하늘에 기도하는 모습이 신령하게 느껴졌습니다.

갯바위가 불러주는 겨울 연가를 듣다 말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횟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텅 빈 횟집들은 어쩌면 사무엘 베케트 희곡 ‘오지 않는 고도’를 흠모하며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방금 검푸른 동해 깊은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알싸한 바다 냄새를 맡기 위해 회를 먹어 봅니다.

그윽한 미각이 혓바닥에 머물러 있다가 뱃속으로 들어가면서 호강을 시켜줍니다.

바닷가 풍경이 좋은 터여서 고풍스러운 저택부터 아담한 펜션이 한가로이 시간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그런 주전 마을은 싱싱한 회로 나의 갈증을 풀어 주고, 수척해진 양어깨를 감싸 안아 주었습니다.

바다는 삶의 궁금증을 갯바위 포말로 대답하고, 아린 상처는 시퍼런 가슴을 헤쳐 보이며 치유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파도가 사라지고 나면 둥근 수평선을 가느다랗게 뜬 실눈으로 바라보며 그 풍경을 즐겨봅니다.

바다의 섬 갯바위를 우르러 보았습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거센 파도를 물리치는 저 관능의 갯바위.

엉킨 번민을 풀어 주고, 지친 용기를 북돋아 주며 삶이 얼마나 공허하고 소소한지 일깨워 주는 물상이 되어줍니다.

정열적인 태양과 짙푸른 바다, 주전 해안의 주상절리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이곳에서 캠핑 중인 사람들도 보입니다.

햇볕이 바다를 핥고 성난 파도가 포말을 일으키는 주전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만시키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파도를 가볍게 물리친 갯바위가 불러주는 겨울 연가를 경청해 봅니다.

바다에 순응하며 강철보다 질긴 심지를 바닷속에 내리고 부르는 처연한 겨울 연가는 굴곡진 삶의 노래였습니다.

바다의 권력에 순응하며 맷집을 키우는 네 개 뿔 모양 콘크리트 방파제인 테트라포드가 파도를 삼키는 모습이 늠름했습니다.

바다에 순응하며 카오스에 저항했고, 자신을 내려놓으며 기생하는 생명체를 키우며 위대한 수호자로 보였습니다.

갯바위 위에 앉아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갈매기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였습니다.

신이 분출하는 지하 용암으로 빚은 주상절리 위에 앉아 있는데 어찌 절경이 아니겠습니까.

파도는 속이 여린 갯바위를 사랑했을 겁니다. 풍만한 젖가슴으로 훔치며 수없이 구혼을 했지 싶습니다. 갯바위를 안아본 유일한 것은 파도였을 것입니다. 갯바위는 갈매기가 꼬드겨도, 하늘의 별들이 유혹해도 끝내 절개를 지켰지 싶습니다.

해변을 따라 나있는 해안 보도를 따라 산책 중에도 갯바위가 불러주는 겨울 연가는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길기에는 바닷바람과 햇살에 잡은 명태를 말리기 위해 설치한 덕장이 이국적인 서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여전히 강한 파도가 밀려와 갯바위에게 청혼을 하는지 겨울 연가를 더 우렁차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더러는 끄떡도 하지 않는 갯바위 위에 갈매기 가족이 모여 앉아 곡진 사연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주전항 인근에는 상설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가수 대신 갈매기들이 겨울 바다 연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무대 중앙에 놓인 갯바위 곁에서 나도 덩달아 겨울 낭만이 가득한 구성진 겨울 연가를 불러 보았습니다.

주전마을은 경관형성 사업의 일환으로 10여 개의 제당들을 한곳에 모아 2005년 '성지방돌' 조형물을 세웠습니다.

뭍과 바다를 동시에 품고 살았던 주전마을의 뿌리를 모은 제당 표지석이기도 합니다.

네 개의 돌기둥사이로 옛 주전마을마다 모셨던 제당의 형상이 나타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주전 봉수대가 있는 주전의 '보밑마을' 등 7개 마을 제당을 모아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고 있었습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주전항까지의 산책을 마쳤습니다. 폐선된 '울진'호 어선이 전시되어 역사를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정박해 있는 어선들도 풍랑이 멈추어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주전항은 평온한 파도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검푸른 바다가 아픔을 지우고, 갯바위가 불러주는 겨울 연가가 세파에 입은 상처를 치유해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주전 바다가 너른 품속에 나를 안아주며 묵언으로 보듬어 주고 있었습니다.

주전 바다 몽돌과 어촌의 멋진 풍경화가 압권입니다. 그곳에서 얼굴을 가린 종교라는 바다를 음미하며 올곧고 숭고한 영혼은 삶의 반면교사로 삼기로 했습니다. 오늘 산책 도중에 갯바위를 바라보며 말없이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여러분들도 갯바위가 연가를 부르는 주전 바다에 가보기를 권합니다. 실의에 빠지거나 뜬금없이 가슴이 답답할 때는 종교가 되어 줄 것입니다. 무량한 바다의 득음이 등대가 되어 우직하게 다독여 줄 것입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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