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도로가에 있는 플랑카드로 남원시에 하는 행사를 자주 접하는 편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신호 대기 중에 읽는 플랑카드를 같이 눈여겨서 보는 편이지요.

“큰 애야,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니?“

“무슨 날인데요? 일요일? 누구 생일인가?”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야. 저기 행사한다고 플랑카드 있잖아. 이따 저기 가볼까?”

정월대보름 행사 안내 플랑카드

정월대보름이라고 남원 곳곳에서 볏집태우기 행사를 하는 듯합니다. 사매면이랑 왕정동에서도 한다고 플랑카드에 안내가 걸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인월면에서 하는 행사가 가장 크고 성대한 듯 하여, 아이들과 함께 가 보았어요.

남원시와 전라북도립국악원이 함께 하는 정월대보름공연

지리산아, 달을 올려라!

남원 인월면 정월대보름 행사에 전북도립국악원 공연

우리가 인월 행사장 근처에 가니 크게 플랑카드가 걸려있네요.

행사장은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근처였습니다. ​​

행사장 입구의 플랑카드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정도 되었는데요.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어요. 주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았고요. 간혹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또 부모님을 따라 온 어린 아이들도 몇 명 보였습니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솜사탕을 파는 분을 만났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들리듯이 우리 아이들도 이런 것을 지나칠 수 없지요. 하나씩 들고, 신나게 행사장으로 향합니다.

오후 5시.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습니다.(좌)/솜사탕을 빼고 갈 순 없지.(우)

행사장에는 따듯한 음료인 커피와 수정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고요.

1만원이면 연에 소원을 적을 수 있었는데, 이 소원을 적은 연은 나중에 볏짚을 태울 때 같이 태워주더라고요.

5시 정도에는 미리 준비되어있던 산신제를 지냈는데요. 인월면의 동네 이장님들이신 것 같은 분들이 모여서 절도 하고, 복도 빌었습니다.

산진제(좌)와 산신제 옆 농악놀이(우)

해가 지기 시작하니 몹시 추워졌습니다. 운봉이 지대가 높다보니 해가 빨리 떨어지고 기온도 금방 낮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낮이 따스했다 하더라도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낮에 햇볕 덕분에 날이 포근하더라고요. 겨울인 것을 깜박 잊을만큼 따스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입고 간 것이 실수였습니다. 우리는 너무 춥게 입고 가서 오후 5시부터 볏짚 태우기를 하는 7시까지 추위에 덜덜 떨었답니다. 혹시 내년에 가신다면, 따듯한 담요! 핫팩! 그리고 롱패딩과 털모자,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가시길! 꼭 당부 드립니다.

우리는 너무 추워서 산신제 행사를 하는 동안 람천 둑길을 쭉 걸었습니다. 지리산둘레길 코스라서 그런지 경치가 참 좋습니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준비하고 와서 둘레길을 걸어야겠습니다. 자전거로 가기도 좋은 길입니다.

오후 6시부터는 전북도립국악원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해가 지고 너무 추웠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에는 잠시 동안 추위도 잊어버릴만큼 멋진 공연들이었어요. 날이 추운데도 한여름에 공연을 하듯 열정적으로 공연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대를 보는 우리도 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이즈음 산에 노을이 물들어서 무대 뒤로 배경이 정말 어떤 예술 작품보다 예뻤습니다. 노을지는 뒷산이 무대배경이 따로 필요없는 움직이는 예술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공연도 더 예술적으로 보였습니다.

코로나로 행사가 미루어져 3년 동안 준비하였다는 전북도립국악원의 공연

오후 7시에는 드디어 폭죽터트리기와 함께 볏짚 태우기를 했습니다. 정말 너무 너무 추워서 발이 꽁꽁 얼어버린 탓에 집에 그냥 돌아갈까 고민하기를 1시간 정도 하다가 버티고 버텨서 본 것이라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뒷줄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우리 아이들이 추워하는 것을 보시고는 핫팩을 하나 주셨는데 정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 핫팩이 아니었더라면 볏짚 태우기까지는 보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을 것 같아요. ​​

농사가 잘 되라고 정월에 볏짚을 태운다죠.

볏짚이 꽤나 튼튼하고 조밀하게 지어져서 그런지 꽤 오랫동안 타더라고요. 소원도 빌고, 제일 앞쪽으로 가서 손과 발도 녹이고, 뒤로 돌아 하늘에 꽤나 밝고 크게 떠오른 보름달도 보았습니다.

행사장에서 나가는 길에는 지인분을 만났는데, 줄을 서서 도시락을 받았다면서, 하나를 나눠주셨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춥다고 웅크리고 있는 동안에, 아마 행사장 어디에선가 찰밥을 나누어 준 모양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맛있게 먹었네요.

행사장에서 나누어 준 도시락. 찰밥이랑 나물이랑 두부랑.

정월 대보름의 의미를 아십니까? 아마 어린 아이들은 정월 대보름이라는 말도, 볏짚 태우기의 의미도 잘 알지 못할 것 같은데요. 내년에도 이어질 인월면의 달맞이 축제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여 우리의 전통 문화와 놀이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는 건 어떠신지요?

소원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정월대보름: 음력 1월 15일. 한국의 대표적인 세시 명절의 하나. 음력 새해의 첫 보름달을 뜻하며, 전통적인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는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해 농사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하는 날이었다. <삼국유사>에 대보름에 대한 첫 기록이 남아 있으나, 그 이전부터도 대보름은 한국의 중요한 절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동제의 형태로 다양한 제사와 의례가 전해지고 있으며, 지신밟기와 쥐불놀이철머 농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놀이도 전승되었다. 약식과 오곡밥, 묵은나물, 부럼깨기와 같은 절기 음식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출처: 다음백과/어학사전

남원시 블로그 기자단_김 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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