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도심 속 마을 이야기, 노형동
제주공항에서 내리면 고층 쌍둥이 건물이 보인다.
제주의 지리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은 이 건물을 랜트마크 삼아서 동서남북을 구분하기 시작하는데 이 건물이 있는 동네가 노형동이다.
제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도시에서 온 여행객 입장에선 이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경향이 있다.
편의시설을 찾아서 여행을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매력을 못 느낄 수가 있다.
연동,노형동을 제주도의 강남이라고 불리는데 노형동은 제주 경제의 중심지로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2개의 교육기관이 자리해 있다.
약 5만 8천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도내에서는 가장 많다.
노형동은 500~600년전 설촌됐다고 전해진다.
일부에서 '노형(老衡)'이라는 지명이 큰 못에 배를 띄우고 노(櫓)를 젓는 형태와 같다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조선시대의 문헌과 비석 등에서는 이미 지명을 노형(老兄)으로 쓰고 있다.
노형은 원노형을 비롯해 월랑·정존·광평·월산·해안 등으로 이뤄졌다.
원노형마을은 현재 노형 로터리 동남쪽에 위치하여, 1100도로를 따라 제주일고에서 동쪽으로 연동과 경계선을 이루는 마을로 노형동에 최초로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전해진다.
본디 노형마을인 것을 ‘원’자를 붙여 ‘원노형’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는 원노형이란 명칭은 이 곳이 노형동 설촌시거지(設村始居地)요 발상지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구전에 따르면 약 600여 년 전 현재 마을의 400m 남쪽인 ‘더렁굴’이란 곳에 이씨가 사냥과 목축을 하면서 거주하다가 원노형으로 옮겨 설촌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랑(月朗)은 민간에서 '다랑굿' '다랑곳'으로 불렸는데 앞곶을 중심으로 동쪽은 동반월, 서쪽은 서반월로 불렸다.
양 반월이 모이면 만월(滿月)이 되고 만월시에는 달이 밝아 온 세상을 밝힐 수 있다 하여 월랑이라 부르게 되었다.
고지도에는 월랑화촌(月朗花村)이라 표기된 것이 있다.
정존마을 이 마을에는 정종(正宗)이라는 힘센 장사가 나타나서 전 마을을 거느리고 다스렸는데 이 사람의 이름을 따라 정종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종(宗)’자는 임금의 묘호(廟號, 임금이 죽은 뒤 그의 신주를 종묘에 넣고 그 임금에 대해 붙이는 이름)와 같다고 하여 ‘존(尊)’으로 개칭되었는데, 지금도 일부의 문서에는 ‘정종(正宗)’으로 표기되어 있다.
광평마을 광평이란 ‘너븐드르(넙은드르)’ 즉, ‘넓은 들’을 의미하는 말인데 지명을 한자로 바꾸면서 ‘광평(廣坪)’이라 표기하게 되었다. 마을의 설촌은 현치적(玄致績)에 의해 이루어졌다.
월산마을의 월산은 해방 전에 ‘름·새빌이[일명 누릉나미]·뱃밭·새동네[일명 꿩이술]·물욱이[水玉]’ 다섯 개 자연부락을 합하여 월산(月山)이라 불렀다.
름은 (馬)의 음(자갈의 쇠붙이)과 같다 하여 붙여졌고, 새빌이는 샛별(晨星, 金星) 동산이었는데 달체의 월(月)과 동산의 산 자를 따서 월산(月山)이라 명명하였다.
누릉나미는 옛날에 새빌이 거리 가운데 커다란 누룩나무(자음동화의 비음화 현상으로 누룽나무)가 있었다고 하며 누룩나무를 상징하여 누릉나미라고 불렀다. 벹밭은 지형이 남쪽에 위치하여 햇볕이 잘 비친다 하여 벹밭(日田)이라 불렀으며 문헌상에도 일전(日田)이라는 기록이 있다. 새동네는 동네가 새로 형성되었다는 뜻이며, 꿩이슬은 아침 이슬이 많은 숲이 있어 꿩이 서식하였다는 뜻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물욱이는 땅이 습하여 물이 잘 고이고, 물이 구슬처럼 맑아 물욱이(水玉)이라 하였다.
해안동은 한라산과 어승생의 화산활동에 의해 평탄한 지형을 갖추고 있다. 500여년전부터 진주 이씨가 마을 북쪽에 위치한 '주루레' 일대에 살면서 설촌됐고 김해 김씨와 송씨가 이 지역의 예음물과 이승물 지역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커졌다.
해안(海安)동은 ‘해안(蟹眼, 게의 눈)’으로 불렸다가 후에 ‘바다가 잘 보이고 정상이 평평할 뿐만 아니라 바다처럼 늘 마을이 평온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해안(海安)으로 바뀌었다.
해안마을 해안마을은 해발 280m 고지에 위치해 있으며 서쪽으로는 무수천이 흐르며 광령리와의 경계를 이루고 동남쪽으로는 해안축산마을과 인접한다.
신비의 도로
1981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온 어느 신혼부부가 택시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데, 세워둔 차가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을 발견한 후 알려진 곳이다. 제주도에 관광지가 많지 않을 때 이곳이 필수코스였던 적도 있다.
신비의 도로는 내리막길에 차를 세워두면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차가 오히려 오르막 쪽으로 올라가는 기이한 도로로 도깨비 도로, 요술 도로라고도 불린다. 사실 이는 오르막길이 보이는 쪽이 경사 3도 가량의 내리막길이여서 단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2894-63
1100도로 어리목입구 교차로에서 동쪽으로 1km 정도 들어오면 주차장과 탐방안내소가 있는 어리목광장이 나온다.
제주시내, 노형동에서 버스 이용시 40-50분 소요되고 정류장에서 내려 10여분정도 걸어 올라오면 된다
제주시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는 노형동이 최고로 손꼽힐 곳이고 조금만 눈여겨 보면 옛스러운 모습들도 눈에 많이 들어오는 곳임을 알 수가 있다. 아는 것만큼 새롭게 보이는 노형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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