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기회기자단] 교통의 요지 안성 오랜역사를 품은 죽주산성의 봄
[이민숙 기자]
화사한 봄을 즐기기 위해 안성 죽주산성을 찾았습니다.
죽주산성에 오르니 시원하게 뻗은 도로와 너른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네요.
죽주는 고려시대 죽산 지역의 지명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영남길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죽산은 영남대로가 조령과 추풍령 방면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죽주산성에서는 그러한 안성의 옛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든지 얼마되지 않아 죽주산성에 도착합니다.
삼국시대에 처음 축조하여 몽고 침략 때와 임진왜란 때 다시 쌓은 산성은 내성, 중성, 외성의 3중 구조입니다.
현재는 외성만이 원래의 성벽이 남아있고 내성과 중성은 많은 보수를 하였습니다.
산성 탐방은 성 둘레 1,688m, 높이 2.5m의 토석성을 따라 걷게 됩니다.
죽주산성 초입 산성에 관한 설화가 안내되어 있네요.
옛날에 일찍이 과부가 된 홀어머니의 두 남매 이야기로 성장하며 비범함을 보여 장사 남매라 불리었습니다.
나라에 큰 전쟁이 나자 남동생이 나갔으나 패하고 도망쳐 오자
누나는 자결을 권하는데 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내기를 하기로 합니다.
누나는 죽산에 산성을 쌓고 남동생은 나막신을 신고 송아지를 끌고 임금님이 계시는 도성까지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계략으로 누나가 내기에 지면서 자결을 하였고 남동생은 훌륭한 장수가 되어 나라에 크게 공헌하였다 합니다.
설화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죽주산성은 오르막 끝 성문을 통과하면 완만한 능선 사이로 포옥 안긴 성안이 자리를 잡았고
산 능선을 따라 둥글게 외성 성곽길이 시작됩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죽주산성 테마역사공원 집수시설 개선 사업의 막바지 단계로 조금은 어수선한 전경이네요.
성안과 능선 사이로 송문주 장군 사당 충의사가 있습니다.
죽주산성은 신라가 북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교역항이던
현재의 화성당성인 당항진으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으로 축조되었습니다.
진성여왕 때에는 견훤이 이 성에 진을 치고 세력을 키웠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1236년 고려시대 몽고군의 제3차 침입 당시
방호별감 송문주가 성 안에 있던 백성들과 함께 몽고군과 싸워 승리하였습니다.
사당은 후세 사람들이 송문주의 공덕을 기리기 위하여
성 북쪽에 지었고 세월이 지나 퇴락한 것을
죽산부사 유언지가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제향하였습니다.
본래 1칸이었던 사당은 현재 3칸의 견고한 맞배지붕집으로 보존됩니다.
송문주 장군의 승리로 당시 몽군은 우회하게 되었고
임진왜란 때에도 죽주산성은 격전지가 되었는데
황진 장군의 기습작전으로 탈환하며 왜군은 더 이상 용인과 이천을 넘보지 못했다 전해집니다.
성 안과 송문주 장군 사당까지 둘러본 후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성곽을 오릅니다.
성 둘레 1,688m 역사와 탁 트인 전망, 봄 풍경을 즐기며 약 1시간 느린 산책이었습니다.
초반 잠깐 급경사의 오르막이 있을 뿐 대부분 완만한 평지 길입니다.
그런데도 곳곳으로 탁 트인 전망이 이어지네요.
왜 이곳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었는지 알게 됩니다.
오르막 끝으로 넓은 평지 사이로 옛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은 북포루입니다.
산성의 포루는 군사들이 망을 보면서 대기하던 곳이었는데 산성을 오른 후 처음으로 탁 트인 풍경과 마주합니다.
신록이 짙어지던 능선 아래로 너른 평지와 마을, 낮은 구릉의 능선이 펼쳐집니다.
시원한 전망이 좋아서는 과거에도 이러했겠지, 라는 생각에 잠시 시간 여행을 즐기며 한참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죽주산성은 2001년부터 진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내성, 중성, 외성 등 3중 성벽의 구조로 밝혀졌습니다.
중성은 신라시대, 외성은 고려 시대, 내성은 조선시대 축조되었음이 확인되었고
대부분의 성벽이 최소 3차례 이상 수축한 흔적이 있습니다.
당시의 동문 자리에 장대석과 석재의 흔적이 있고 성 남쪽에는 장대지와 문터가 남았습니다.
봄이 오는 풍경을 따라 산성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포루, 북포루를 지나온 성곽길은 남문지로 향하고 그 사이로 비봉산 정상 등산로와도 연계됩니다.
비봉산은 해발 391m의 아담하고 편안한 산입니다.
등산 코스는 약수사에서 너리굴 문화마을까지 약 3km 왕복 2시간 코스로 안내됩니다.
정상 좌우로는 s자로 형성되어 축성된 성곽의 형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네요.
우거진 소나무 길을 따라 남문지로 향합니다.
탁 트인 전망이 잠시 사라지고 건너편으로 제법 큰 봉우리의 능선이 이어지네요.
하지만 찰나였을 뿐 능선과 맞닿아 형성된 마을과 함께 사통팔달 이어지는 시원한 도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죽산성지 지척으로는 중부고속도로가 관통하고 평택 충주 간 국도와 용인 진천 간 국도가 교차합니다.
예전에도 그러했고 현재도 안성 죽산은 교통의 요지이네요.
남문과 동문의 갈림길을 지나 성곽 거의 끝자락으로 치성의 흔적도 확인됩니다.
남문을 통과하며 마을로 이어지는 산길도 연결되고요.
약 1.5km 능선 주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성에서도 예부터 여러 갈림길이 있었네요.
선조실록에 사간 이덕형이 상소를 올려
"죽산 취봉은 형세가 매우 든든하여 단 한 명의 군사로도 길을 막을 수 있는 험한 곳"
이라 알렸던 그 전경이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그 길과 마을 사이로 드넓게 이어지는 벌판은 그럼에도 땅은 비옥했음도 보여줍니다.
죽주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약 천년의 역사가 서렸습니다.
그곳은 지금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동시에 잎을 올리며 화려한 숲이 형성되어갑니다.
성곽길 따라 역사와 계절을 동시에 즐겨보세요.
안성 죽주산성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죽양대로 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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