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고즈넉한 도시 풍경 속에 깊고 묵직한 역사의 울림이 깃든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밀양 의열기념관입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의열단의 활동과 정신을 기리는 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뜨거운 민족혼을 되새기게 합니다. 한걸음 한걸음 전시실을 걸을 때마다 독립을 향한 청춘들의 결연한 의지를 생생히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관 초입에는 의열단의 이념과 철학이 상징적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의열단은 무장 투쟁을 통해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급진적이고도 혁명적인 노선을 지녔습니다. 당시 현실을 돌파하려 했던 그들의 결단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섹션에서는 '의열정신의 본향'이라는 주제로 그들이 왜 싸웠는지,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를 조명합니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밀양 지역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역사를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일제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밀양 청년들의 투쟁사가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영상은 관람객의 몰입을 돕기 위해 감각적인 편집과 함께 당시 상황을 재현한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전시관 한쪽에는 의열단의 내부 규율인 ‘최고 이상 4개 항목’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왜놈을 몰아낸다’, ‘조국을 되찾는다’, ‘계급을 없앤다’, ‘토지를 고루 나눈다’라는 규율은 당시 의열단원들의 결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행동 강령으로 작용했던 점에서 묵직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의열단을 창립한 약산 김원봉 선생의 활동과 생애에 관한 전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뛰어난 지략과 강한 신념으로 의열단을 이끌었던 그의 정신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의열단이 창립된 장소인 반씨주택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역사 그 자체입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항일 무장투쟁의 불꽃은 이후 국내외 독립운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전시관에서는 반씨주택의 내부 구조와 창립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한 모형이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습니다.

의열단 창립 당시의 10인의 단원들이 소개된 공간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결단이 담담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폭탄 대신 자신의 몸을 던졌던 청년들, 그들의 초상과 짧은 전기문은 오늘날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의거’라는 말이 그토록 뜨겁게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의열단의 대표적 활동 중 하나인 제1차 국내 기관 총공격에 관련된 실제 판결문이 전시된 구역은 당시 일제의 대응과 재판 과정까지 보여주며, 보다 생생한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손으로 써 내려간 판결문의 잉크 자국 하나하나에도 시대의 긴장감이 배어 있었습니다.

비밀리에 전달되던 기밀부 신임장과 의열단 격문은 당시 독립운동의 조직성과 전략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격문에는 민족의 자존과 해방을 향한 단호한 어조가 담겨 있었으며, 당시 시민들에게 얼마나 강한 울림을 주었을지 짐작게 했습니다.

전시관 한편에는 모젤 권총과 발터 P38 등 당시 사용되었던 무기들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단원들이 목숨을 걸고 운반했던 이 무기들은 단순한 전투 수단이 아니라, 독립에 대한 결의를 상징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정적 속에서 마주한 총기의 차가운 금속은 오히려 뜨거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일제의 심장부에 폭탄을 던지다’는 타이틀 아래, 실제 투쟁 장면과 그 배경이 전시된 이 공간은 의열단의 전술적 접근을 보여줍니다. 경찰서, 총독부, 헌병대 등 일본 제국주의의 중심을 직접 겨냥한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테러가 아닌, 철학과 원칙을 지닌 저항이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마지막 전시 구간에서는 의열단의 의거 장면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흑백 필름과 재연 영상이 교차하며, 한 명 한 명의 의열단원이 남긴 삶과 죽음이 관람객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 이 영상은 전시의 피날레로 적절한 구성이었습니다.

의열단의 여성 독립운동가인 박차정 의사에 대한 소개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몸담으며 무장투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그녀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주체적인 투사였습니다. 생애와 업적이 꼼꼼히 정리되어 있어 관람객들에게 여성 독립운동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밀양 의열기념관은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저항 정신과 자주독립의 의지를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차분하게 둘러보는 내내 ‘이 정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했습니다. 오늘날의 평화가 그들의 희생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며 밀양을 찾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역사 현장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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