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일 전
[솔향강릉:2025 여름] 어쩌면 저 달이 내 마음을 알아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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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펜션 <책 타는 마을 해품달> 어쩌면 저 달이 내 마음을 알아줄지도 몰라 |
책과 함께 즐겁게,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책 모으는 일이 좋아서 4만 권 이상의 책을 수집한 바깥주인 신명섭 씨와 그 책이 걱정되는 안주인 이미숙 씨는 ‘책을 읽는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기로 했다. ‘책을 탄다’라는 주제로 책과 함께 놀기로 한 것이다.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책을 베개 삼아 낮잠도 자고 장난감처럼 책과 함께 놀아볼 수도 있으니 해품달에서는 즐거움이 두 배다.
조선시대 가상의 왕과 비밀에 싸인 무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궁중 로맨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처럼 해품달 펜션은 바깥주인 신명섭 씨와 안주인 이미숙 씨의 사랑을 해와 달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초승달에서 보름달에 이르기까지 아기자기하게 구역을 나누고 각기 다른 테마를 담았는데, 치유 농장에 걸맞게 입구에 이용객들이 직접 심고 가꾸어서 수확하는 키친 가든ㆍ텃밭을 두었다. 여기서 거둔 고구마나 상추, 토마토, 고추 등의 채소는 피자나 비빔밥, 쌀국수, 바비큐 같은 음식 체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5~6월이면 푸르게 일렁이는 밀밭이 장관을 이루고, 따뜻한 환영 인사를 건네는 듯 펜션 벽에 쓰인 “어쩌면 저 달이 내 마음을 알아줄지도 몰라”라는 글귀가 다정하다.
해 뜨는 집 구역에는 자그마한 수영장과 어른들이 즐기는 족욕장, 카페와 식당, 펜션이 있다. 카페에서는 갓 내린 커피를 즐기면서 책을 읽거나 정담을 나눌 수 있고, 식당에서는 음식 체험이 가능하다.
펜션 1동은 단독 단체방으로 흥부 놀부 방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졌다. 아이가 많아서 부자, 돈이 많아서 부자였던 흥부 놀부 형제가 마침내 우애를 되찾았듯이 욕심내지 않고 서로 나누며 사랑하고 챙겨주는 좋은 부자들의 방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펜션 2동은 1층에 개구쟁이 아이를 둔 가족을 위한 알라딘 방, 간절한 소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피노키오 방, 상상이 실제가 되는 꿈을 가진 이들을 위한 앨리스 방이, 2층에는 자연 속에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하이디 방과 참으면서 즐기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신데렐라 방이 있다.
다른 테마 지닌 3대의 버스 도서관
<책 타는 마을 해품달>의 이야기는 너른 정원과 계곡을 두루 아우르며 초승달, 반달, 보름달로 이어지는 이곳부터가 진짜다. 책 타는 마을 초승달 구역의 하이라이트는 각기 다른 테마를 지닌 3대의 버스 도서관이다.
파란색 어린 왕자 버스, 분홍색 빨강 머리 앤 버스, 노란색 신기한 토끼 버스를 이용해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타는 것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책 속의 문자가 자유를 얻고, 아이들도 더 이상 책에 갇히지 않으며, 읽어야 한다거나 읽혀야 한다는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니 이곳에서 아이들은 어린 왕자처럼, 빨강 머리 앤처럼, 토끼뿐 아니라 강아지나 고양이, 하늘을 나는 새처럼 그저 내 마음대로다. 인연의 소중함을 뜻하는 수십 개의 연이 걸린 ‘읽지마 책방’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편안하게 책을 읽다가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염색이나 등 만들기 체험을 할 수도 있고, 맷돌에 갈아서 내려 마시는 진한 커피 한 잔의 낭만도 즐길 수 있다. 책상 하나에 책꽂이 하나뿐인 작가의 방 위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계절마다 달라지는 멋진 풍경을 보며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50년 된 밤나무와 아름드리 벚나무가 지키는 반달 모양의 달빛 놀이공원에는 미끄럼틀, 시소 등이 있는 놀이터와 사랑 의자, 꽃 그네를 놓아 가족이 함께 즐기고 쉴 수 있도록 했다.
보름달 모양의 달빛 정원을 빛나게 하는 건 넓은 잔디밭으로 야외 결혼식, 칠순잔치, 어린이집 운동회, 각종 이벤트 등 여러 가지 행사가 가능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IOC 관계자들이 약식이지만 이곳에서 동계올림픽 전 종목 친선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치유 온실과 야외 공연장, 소나무 미니 정원, 바비큐장, 별자리 숲속 캠핑장 등도 이채롭다. 벚꽃, 양귀비, 데이지, 수국, 코스모스가 피고 지는 ‘썸 타는 강둑’ 너머 계곡에서는 뗏목 타기뿐 아니라 버들치, 피라미, 퉁가리 같은 민물고기가 심심치 않게 잡혀서 온 가족을 행복한 어부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놀이와 쉼이 공존하는 치유의 공간
신명섭 씨가 책 다음으로 아끼는 공간은 달빛 정원 옆에 있는 치유 온실이다. 아니, 그에게는 <책 타는 마을 해품달> 전체가 치유 공간이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그저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걷고 달리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야말로 지친 일상을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책 타는 마을의 초승달, 반달, 보름달도, 치유 온실도 그래서 만들었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2021년에 치유농업사 2급 자격증도 땄다.
이들이 가꾸고 있는 <책 타는 마을 해품달 펜션>은 그저 먹고 마시고 자는 곳이 아니다. 부부는 이곳이 놀이와 쉼이 공존하는 치유의 공간,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문학적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손 닿을만한 곳에 장난감처럼 툭툭 책을 던져놓은 것도 사실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느끼고 책과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책을 읽지 않으면 또 어떤가. 사시사철 초승달과 반달, 보름달이 함께 뜨는 너른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놀면 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면 <책 타는 마을 해품달>에서는 그 모든 것이 자유다.
글/ 이옥경 명예기자 사진/ 진재민 명예기자
강릉시 사천면 해살이길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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