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천연 꿀에 인생을 걸다, 화진벌꿀 박길호 대표_희망화성 7월호
출처: 화성시 소식지 '희망화성' 2024년 7월호
급속히 감소하는 꿀벌.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어 인간 생존까지 위협을 받게 된다고 한다.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자연 녹지가 줄어들자, 화성시 농가에도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꿀벌의 개체 수가 70% 이상 감소하면서 양봉농가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에서도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한국양봉협회 화성시 지부를 이끄는 화진벌꿀 박길호 대표(75세)를 만났다.
글_시민명예기자 이성신 / 사진_최규석
양봉으로 새로운 삶을 얻다
숲속에 자리 잡은 밀원에 들어서자 줄지어 늘어선 벌통 주변은 생각보다 조용한 편이었다.
오히려 작업장 비닐하우스 옆 수돗가 함지박에 벌이 빼곡했다.
맑은 물이 가득 담긴 함지박에 모여 있는 벌이 신기해 여쭤보니 물을 먹는 중이며 꿀벌에게 밀원식물만큼 맑은 물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길호 대표가 농원 한편에 자리한 하우스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제가 좀 왜소하죠? 27세에 위 절제 수술을 해서 그래요.
수술 후 퇴직하고 건강 관리를 고심하던 차, 이웃에 양봉하는 부부를 보면서 양봉에 대한 꿈을 갖게 됐지요.
지금은 배울 곳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귀동냥 눈동냥 하며 배우던 시절이라 참 힘들었어요.
기대 수명이 10년이라고 의사가 말했지만, 로열젤리를 먹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희망을 품게 됐지요.”
박 대표는 경상남도 진주가 고향이라 진주에서 시작해서 밀원을 찾아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로 옮겨 다니며 채밀을 시작했다.
몇 년 후 우연히 만난 분의 소개로 화성에 인연을 맺게 됐다.
50년 전 화성은 축산 농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에게 화성은 젖소를 키우기 위해 심은 옥수수에, 맑은 공기, 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다양해서 반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는 전국을 떠돌던 고된 작업을 접고 화성에 자리를 잡으며 화성시 양봉의 시초가 됐다.
그가 화성에 자리 잡고 양봉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양봉 농가가 늘어났다.
'햇살드리' 획득으로 품질 인증받은 100% 천연 꿀
한국양봉협회 화성지부는 2000년 13명으로 시작해서 24년이 지난 지금은 120여 농가로 늘어났다.
박 대표는 2011년부터 13년간 지부장으로 봉사한 노고를 인정받아 화성 시사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가 지부장으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화성에서 생산된 고품질 농특산물에만 주어지는‘햇살드리’ 브랜드로 벌꿀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햇살드리’는 한국양봉협회 양봉산물 연구소와 한국양봉협회로부터
30여 가지의 까다로운 검사를 합격해야 인증받을 수 있다.
합격한 후에도 매년 검사원이 직접 방문해 제품에 등급이 적힌 최종 라벨을 붙이고 봉인하는 등 철저한 품질관리가 이뤄진다.
“양봉 농가는 늘어났지만, 일반 마트에서 파는 저가 꿀(사양 꿀)과 경쟁이 어려워졌어요.
천연 꿀을 생산해도 눈으로 진짜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품질을 보증해 줄 브랜드가 필요했어요.
‘햇살드리’ 인증을 받으려고 많은 시간과 땀을 흘렸죠.”
우선 양봉 농가에서 설탕물을 먹인 꿀을 뜨지 않기로 하고, 둘째 검사비를 내고,
검사 기간이 20일 정도 소요돼도 철저한 품질관리로 등급제(+1등급, 1등급, 2등급)를 고수하자는 약속을 받아내어
120개 양봉 농가 중 60개 농가가 참여했다.
‘햇살드리’ 벌꿀은 4월~7월 말까지 4개월을 야외에서 이동하며 꿀을 채취하고 휴지기에는 설탕물과 화분으로 키우다가
4월 이전에 정리 채밀(겨울과 봄 동안 먹은 설탕물 정리 작업)을 두어 번 한 후 얻는 100% 천연 꿀이다.
뚜껑에는 QR 코드가 있어 이를 찍으면 생산 이력 조회가 된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천연 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어서 로컬푸드 직매장과 개인 주문으로만 판매가 되고 있다.
시중 가격보다 비싸도 품질을 믿고 사 주는 고객이 있어 위로가 된단다.
양봉 농가, 위기를 만나다
최근 몇 년 사이 화성시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고 많은 밀원수가 잘려 나가면서 꿀벌에게 가혹한 환경으로 변했다.
이에 개체 수가 줄면서 벌꿀 수확량이 감소하고,
3년 전보다 60% 오른 보조 사료(설탕) 가격으로 생산 단가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양봉 회원도 65세 이상 고령화 추세여서 걱정이 더 깊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밀원 환경의 변화와 나이 듦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회원들이 꿀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살뜰히 챙기고 있었다.
회원들의 벌꿀 가공 작업을 돕기 위해 화진 벌꿀 농원 내에 농축기, 화분 떡 제조기를 갖추고,
아들을 곁으로 불러 설비 가동 등의 업무를 맡겼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회원들을 생각하는 박 대표의 마음이 느껴졌다.
“꿀벌은 인간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대부분 농작물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어서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농작물 수확량도 감소합니다.
기후변화가 꿀벌 개체 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해요.
국유림, 사유림, 공원 등에 밀원수를 꾸준히 심고 가꿔야 합니다."라며 밀원수 심기를 강조했다.
“또, 양봉 농가의 60~70%가 70대인데, 힘들고 생산비도 잘 나오지 않으니 젊은 층이 하지 않으려고 해요.
양봉 농가에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보조 사료비 지원금 증액, 양봉 농가의 직불금 지급, 친환경 농약 사용 등
근본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빠른 속도로 산업화하는 화성시의 도시 환경이 밀원을 밀어낸 대가를 치러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봉과 함께하는 인생은 아름다워
“젊을 때 양봉한다고 무시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부러워합니다.
양봉은 은퇴가 없고 양봉하려면 공기 좋은 산속으로 다녀야 하잖아요.
또, 우리는 아플 때 맞는 벌침을 하루에 열 방 이상 맡기 때문에 건강하죠.
이 나이에 다른 사람들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내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가 마무리 되어갈 즈음 박 대표는 위 절제 수술로 의기소침했던 젊은 날.
양봉을 시작한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박 대표의 밝은 표정에 자긍심이 가득해 보였다.
40년 넘게 꿀벌과 함께 한 그의 바람처럼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주변 곳곳에 밀원수를 심고 관리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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