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책 읽는 서대문] 법과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판사가 쓴 <어떤 양형 이유>를 읽게 되었습니다. 법률 용어인 양형(量形)이 처음에는 생소했는데요.
양형이란 법원이 형사재판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그 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것입니다.
양형은 개인의 신체적, 경제적 자유 등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적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접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지인이 이 책을 소개해 주면서 '현직 판사가 쓴 책인데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것이 많아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니 꼭 읽어보라'라고 권했습니다.
방송이나 기사에 꾸준히 인용되는 판결문을 쓴 박주영 판사가 펴낸 첫 번째 책인 <어떤 양형 이유>는 세상을 울린 실제 판결문에 실린 양형 이유와 법과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법정 에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2019년에 출간된 이 베스트셀러는 처음 생각처럼 전혀 딱딱하지 않았습니다. 평안하게 읽혔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정폭력, 청소년 범죄, 가스라이팅,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 억울한 죽음, 장애인 불평등, 미혼모에 관한 사례를 읽으면서 깊은 슬픔에 가슴이 아팠고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그들과 동고동락할 수 없더라도 시선만큼은 낮아야 한다'라는 구절에서는 작가의 진심이 그래로 느껴졌습니다.
판사라는 직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량이 많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판결에 한 사람의 인생, 더 나아가 가족의 인생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심리적으로 얼마나 부담이 클까요?
특히 이 책은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인간적인 면이 돋보였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소설, 시, 노래, 영화 등을 적재적소에 인용하며 생각을 풀어냅니다.
책 속의 또 다른 책(문화)을 만날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은 또 다른 매력은 수많은 사건과 사연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평온할수록 법정은 최소한 그만큼 참혹해진다"라는 글귀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법원은 세상의 고통과 절망과 절규가 한곳에 있는 장소입니다.
법정에 선 모든 이들의 책망과 옹호를 감내하며 판결문을 써 내려갔을 판사의 고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때로 참담한 마음이 듭니다. 책에 소개된 하나하나의 사연을 읽으면서 책이 아니면 결코 이해하지 못할 여러 사례를 되짚어 보기도 했습니다.
막연히 법에 대한 책은 어렵다는 생각을 바꿔준 책이었어요.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사진, 글 : 서대문구 블로그 서포터즈 '유지희'>
- #책읽는서대문
- #서대문
- #어떤양형이유
- #박주영판사
- #양형
- #법정에세이
- #베스트셀러
- #가정폭력
- #아동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