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영월에 살아요_집에서 집으로
집에서 집으로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산으로 올라온 이후로는 통 읍내로 나갈 일이 없었는데, 마침 며칠 전 볼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읍내 나들이에 나섰다. 유년시절과 학창 시절을 모두 보낸 읍내에 이제 연고지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알 수 없는 감정이 들기는 했지만 그 익숙함이 어디 가겠나. 몇몇 가게가 새로 생기고 몇몇 가게는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읍내는 여전한 내 고향의 모습이다. 일전에도 한번 읍내에 왔을 때 참 묘한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곳도 같은 영월일뿐더러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오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더 이상 ‘내 집’, 혹은 ‘우리 집’이 물리적으로 없다는 사실이 마음의 거리를 멀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소회까지 할 정도는 아니어서 읍내를 빤 한번 둘러보고는 다리를 건넜다. 읍내에 살던 때에도 다리를 건너는 일은 흔치 않았다. 집이며 학교며 시장이나 병원, 마트 등 웬만한 시설들은 대부분 중앙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내게 제일 낯선 영월은 다리 건너편에 있는 덕포다. 마침 오늘이 장날이길래 정말 오랜만에 장 구경을 했다. 장 구경, 장국영. 이라는 말장난을 많이도 했었는데 요즘엔 아무도 웃어주지 않겠지. 앞서 덕포에 들를 일이 없었다고 했는데, 나는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종종 다리를 건너곤 했다. 첫 번째가 기차를 이용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가 요 장날에 장 구경을 오는 일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 방문을 해서인지 이미 장은 파장 분위기였다. 곳곳에 벌써부터 자리를 정리하는 사람들과 남은 떨이를 판매한다며 호객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원래 장이 서는 날에는 아침 일찍 와야 제대로 장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나 역시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오늘 일정을 조금 더 서두를 걸 그랬다는 후회를 잠시 했다. 채소와 과일을 지나고 도너츠와 떡볶이를 지나고 생선과 해산물도 지나고 통닭과 사탕도 지나고 더덕과 꿀과 각종 약재를 지나면, 의류와 냄비와 도마가 나온다. 도너츠랑 참외를 하나씩 사고 싶었는데, 이런 바보! 지갑과 핸드폰을 차에 두고 왔다. 카드도 현금도 없이 달랑 카메라 하나만 들고 왔으니 나는 장 구경을 할 자격이 없다. 빈손에 아쉬운 마음만 들고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길, 슬쩍 돌아본 덕포오일장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장마당 아래로 반짝이며 흐르는 동강, 그 강 건너편으로 마치 절벽 틈새에 피어난 꽃처럼 금강정이 자리를 잡고 있고, 금강정 뒤로는 봉래산이 듬직하게 우뚝 솟아 있는 풍경. 형형색색 천막과 파라솔 뒤로 영월의 절경이 펼쳐져 있다.
읍내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며 또 한 번 알쏭달쏭한 기분이 들었다. 집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집을 떠나는 아쉬운 마음과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는 반가움이 교차한다. 또 읍내에서 살 때는 청령포를 지나 38국도에 들어서면 그제야 비로소 집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영월군-’이라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으면 영월은 내게 어디든 집이나 다름없다. 하긴 과거의 집이나 오늘의 집이나 내게는 모두 영월이니까. 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에코브릿지 아래에 있는 ‘시유어게인’이라는 문구가 괜히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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