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명예기자] 숲속 어린이공원에 숨겨진 이야기 … 나들이어린이공원
나는 우거진 나무숲 한가운데 있다. 사방을 둘러보니 나뭇잎들로 무성하다. 새소리가 요란하고 간간이 아이들 소리가 크게 들린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있어 더 평화롭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았다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적막감만 감도는 숲속으로 착각했을 듯하다. 비싼 돈 써가며 힐링하러 멀리 갈 필요 없이 아무 때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쉼터로도 손색이 없다.
아이들이 있어 더 평안을 주는 곳, 바로 가양동 서쪽 끝에 자리 잡은 나들이어린이공원이다. 때는 5월 말경 주말 오후. 한강타운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공원인데 온통 커다란 나무들이 둘러쳐 있다.
오후 풍경에 취해있던 차에 갑자기 “뻥~ 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린이놀이터 건너편에 어른 한 명과 아이들 셋이 놀고 있다. 그곳에서 나는 소리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원형경기장인 듯 둘레가 두꺼운 시멘트벽으로 되어 있고, 벽을 향해 공을 찰 때마다 나는 소리였다. 아이들이 공을 힘껏 찰 수 있도록 시멘트로 둘레를 만들었는데, 둘레 높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생 정도의 키보다 약간 낮은 벽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날씨다. 요즘 날씨가 널뛰듯 더웠다 추웠다 하는데 오늘은 흐린 가운데 약간 서늘한 듯 시원하다. 다가올 한여름의 폭염을 예고하듯 더웠던 며칠 전을 생각하면 오늘 같은 날은 밖에서 놀기 적당한 날씨다.
공원이 의외로 커서 둘러보니, 한강타운아파트 단지에 속한 나들이어린이공원에는 창의놀이터라는 이름의 어린이놀이터가 있다. 가양동신대아아파트 어린이놀이터도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나들이어린이공원과 가양동신대아아파트 어린이놀이터 사이에 철제 울타리가 있다. 마침, 공원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분에게 “양쪽을 트면 좋을 텐데 사이에 울타리가 있으니 좀 아쉽네요.”라고 하니, “아마 아파트 단지가 달라서 어린이놀이터를 따로 설치한 것 같다."라며, “여기는 울타리에 상관없이 저기 입구를 통해 양쪽 아파트 단지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한다."라고 한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가양동신대아아파트에서 나들이어린이공원으로 들어오는 아치형 입구가 있고, 장미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가끔 인접한 아파트끼리 통행을 막고 산다는 등 안 좋은 뉴스를 접하다 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어봤는데, 이곳 주민은 그런 거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어 물어본 게 부끄러워진다. 어떤 이유로든 울타리가 철재로 막혀있을지언정 아파트 단지가 다름에도 서로 간에 마음의 울타리는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가양동신대아아파트단지에서 들어가는 농구장도 나들이어린이공원 옆에 붙어 있는데, 농구장은 사방이 펜스로 설치되어 있다. 나들이어린이공원과 트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 펜스는 농구공이 농구장 밖으로 튕겨 나가는 걸 막기 위한 용도라고 한다. 오지랖 넓은 나를 탓하며 그들의 수고에 머리를 숙인다.
펜스로 인한 오해도 풀리고, 쉴 겸 창의놀이터를 바라보며 긴 의자에 잠깐 앉아 있으려니, 네 명의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가볍게 지나가고, 몇몇 어른들도 공원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등 왔다 갔다 하며 이곳을 통로로 이용하는 모습들이 자유롭다.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도 새소리에 어울리려는 듯 경쾌한 발걸음들이다. 단절에 대한 나의 오해를 완전히 풀어버리는 그런 발걸음들이다. 이 발걸음들은 행복한 걸음이든 행복을 향한 한 걸음이든 이곳을 오고 가며 쉬었다 가든 놀다 가든 내딛는 모든 걸음마다 경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양동신대아아파트 주민이라는 어느 아빠가 유니폼을 입은 아이와 함께 농구장에서 공 차기를 하고 있다. 내일 있을 축구 시합을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단다. 아이의 축구 대회를 위해 아빠가 아이와 함께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20~30여 분 짧은 시간 동안일지라도 농구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 시간이 아이에게는 즐거운 시간이고 아빠에겐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농구장에서 보는 아이 사랑 풍경이다.
공원 안에서는 남자 어린이가 아빠와 엄마와 함께 비둘기들에게 과자를 주면서 신이 난 모습이다. 아이와 엄마는 비둘기가 날아오면 놀라서 피하고 피하면서 또 과자를 주고 비둘기들이 더 가까이 오면 비둘기들에게 더 다가가고 그러면 비둘기들이 살짝 날아올랐다가 다시 다가와서 과자를 쪼아 먹는 비둘기 놀이에 빠져 흡사 게임을 하듯 즐기는 분위기다. 비둘기 놀이는 아이 엄마도 예전에 많이 해봤을 텐데 엄마가 더 즐거워하고 날아오는 비둘기에 놀라는 소리도 더 크다. 처음엔 아빠도 함께하다가 의자에 앉아 지켜보고 있길래 아빠에게 다가가서 사진 촬영에 대해 허락을 받고 이야기를 걸어보니 한강타운아파트 주민인 듯하다. 나들이어린이공원에서 보는 아이 사랑 풍경이다.
“아이는 온 동네가 키운다."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두 아파트 단지가 함께하는 곳이라서 더 좋다.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이만큼 큰 나무숲을 이루고 있듯이 아이들도 튼튼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바란다.
강서까치뉴스 이병택 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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