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에 숲이 자랐다, 당진에 조성된 도시숲에 가봤어요.

산업단지에 숲이 자랐다, 당진에 조성된 도시숲에 가봤어요.

산업단지와 도시숲.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회색 공장지대에 무슨 숲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바로 그 낯선 공간 한가운데, 뜻밖의 녹색 쉼터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저는 충남 당진에 있는 송산2일반산업단지의 기후대응 도시숲을 직접 다녀왔어요.

송산2일반산업단지는 어떤 곳일까요?

송산2일반산단은 충남 당진시 송산면에 자리 잡은 대규모 산업단지입니다.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기계금속 등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들어서 있고, 하루에도 수십 대의 대형 트럭과 자재들이 오가는 곳이죠. 주변은 공장과 도로, 그리고 택지 개발지로 채워져 있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숲이나 자연과는 거리가 먼 공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 눈에 띄게 푸르른 숲이 생겼습니다. 일부러 만든 인공 숲이지만 막상 들어서 보면 전혀 인위적이지 않게 느껴져요.

삭막한 공장지대 한가운데 말 그대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 같았습니다. 산업단지는 많은 에너지를 쓰고, 탄소도 많이 배출합니다.

트럭과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공기가 오염되고 소음도 끊이지 않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집약된 구조 때문에 ‘도시 열섬 현상’도 심하게 나타납니다.

주변보다 온도가 훨씬 높고, 일하는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 역시 미세먼지와 소음, 고온 등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도시숲은 기후적 안전지대이자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으며, 미세먼지도 줄여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좌 석문산단 도시숲, 우 송산산단 도시숲 / 출처 당진시청

당진시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산업단지 주변에 기후대응 도시숲을 조성했습니다. 2020년부터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왔고, 올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제가 다녀온 송산2일반산단 숲이죠.

도시숲은 1ha 규모로 만들어졌고, 소나무, 이팝나무, 서양측백, 화살나무, 홍가시나무 등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는 산림청 권장 나무 3,000그루 이상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단일 수종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빽빽하게 조성되어 있어, 바람이 숲을 통과하며 공기를 더 깨끗하게 만들고 햇볕도 잘 막아줍니다. 숲은 평균 기온을 3~7도 낮춰주고, 습도를 20% 가까이 올린다고 해요.

실제로 한여름 한낮에 방문했는데도 도로보다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 누구나 앉아 쉴 수 있었습니다. 무성한 나무 그늘은 밖과 확연히 다른 청량함이 있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소리’였습니다. 한참 들리던 트럭 소리, 공장 소리가 잦아든 기분이었어요. 점심시간을 숲에서 보내는 현장 근로자들도 종종 보였는데, 도시숲이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이 도시숲은 어쩌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작은 ‘회복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이나 기후정책이라 하면 멀고 큰 주제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런 작은 숲 하나가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공기를 맑게 하며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쉼을 주는 ‘정책’이라는 걸 실감하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