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비가 내리던 황구지천 곳집말 벚꽃십리길 ☆

봄꽃이 갑작스레 앞다투어 피어나는 바람에 올해는 절정의 수원 벚꽃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비 내리는 날 가장 좋아하는 황구지천 벚꽃십리길로 벚꽃 엔딩이라도 보려고 달려갔더니 인간 만사는 새옹지마라고, 기다렸다는 듯 내리는 벚꽃 비 풍경에 반해버렸습니다. 서수원 체육공원에서 출발하여 고색뉴지엄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오목천교 건너 벚꽃 터널이 멋져 보여 그쪽으로 넘어갔습니다.

2022.04.11. 황구지천(좌), 2023.04.05. 황구지천(우)

벚꽃 터널 아래로 마치 눈이 내린 듯 하얀 융단이 깔렸습니다. 휘날리는 꽃잎이 우산 위로 쌓여 세상에 둘도 없는 예쁜 벚꽃 우산이 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벚꽃이 예년보다 일주일 늦게 피어 4월 11일 방문했을 때 절정이었는데, 올해는 일주일이나 일찍 피는 바람에 4월 5일인 지금, 이미 벚꽃 엔딩입니다.

지난해에 마스크를 쓰고 벚꽃길을 걸으며 마스크 쓰는 세상이 끝나고 편안하게 숨 쉬며 만나자고 꽃에게 인사했는데,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올해에는 마스크를 벗고 꽃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벚꽃길이 환상적이죠?

황구지천 곳집말 벚꽃십리길은 오목천교 부근부터 고색뉴지엄을 지나 솔대공원까지 약 2㎞가량 이어지는 꽤 긴 구간입니다. 하루 전만 해도 벚꽃이 절정에 이르러 인산인해였다면, 제가 방문한 날은 비가 내려 한산했습니다. 꽃잎이 떨어진 벚꽃길 풍경이 운치가 있어서인지 모델과 함께 온 사진가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평범했던 벤치에도 꽃잎 문양이 새겨졌고, 산책로도 꽃잎 장판으로 화려하게 변했습니다.

꽃잎 끝에 빗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연분홍빛으로 화사했던 벚꽃 터널이 막바지에 붉게 보이는 이유는 꽃잎이 떨어지고 팥죽색의 꽃받침만 남아 그렇습니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로 너무 멋진 풍경입니다. 벚꽃이 졌다고 비가 내린다고 집에만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황홀한 풍경이지요. 예상하지 못했던 비 오는 날 벚꽃 엔딩 풍경에 반해버렸습니다.

황구지천 벚꽃길에서 가장 화려한 구간은 철교가 있는 곳으로 눈이 내린 설경처럼 아름답습니다. 일찍이 피어오른 만큼 꽃이 빠르게 지는 바람에 4월 8일 열리는 황구지천 친환경 벚꽃축제는 꽃이 없는 축제가 될듯하여 아쉽지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어 기대하며 방문해 볼 만합니다.

황구지천 친환경 벚꽃축제

일시 : 2023. 4. 8.(토) 13:00 ~ 17:00

위치 : 고색뉴지엄(권선구 산업로 85) 옆 황구지천 일대

프로그램 : 벚꽃길 걷기, 무당벌레 바람개비 만들기, 데코샌드 키링 만들기, 풍선아트, EM 흙공 던지기

문의 : 031-228-6616 평동 행정복지센터

2022.04.11. 황구지천(좌), 2023.04.05. 황구지천(우)

절정일 때나 엔딩일 때나 황홀한 황구지천 곳집말 벚꽃십리길은 1999년 3월 25일 곳집말 주민들이 뜻을 모아 벚나무를 심어 조성한 아름다운 길입니다. 사계절 모두 가볼 만한 곳으로 봄에는 벚꽃, 여름은 신록, 가을엔 단풍, 겨울은 설경이 아름답습니다.

저는 오전에 방문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벚꽃 엔딩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꽃길을 걸으며 인증샷을 남기고 벚꽃잎 쌓이듯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주황색의 고색교로 가기 전 반환점인 철교를 건너 차를 주차해둔 서수원 체육공원으로 갑니다. 신기하게도 양방향의 벚꽃 개화는 시간 차가 있습니다. 고색뮤지엄이 있는 쪽이 먼저 개화하여 이미 꽃잎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건너편은 이제 개화를 준비 중입니다. 꽃구경하기에는 늦었다 생각 말고 일단 가본다면 생각지도 못한 황홀한 풍경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수원의 4대 하천은 광교산을 발원으로 하는 서호천, 수원천, 원천을 비롯하여 황구지천으로, 그중 황구지천은 4대 하천 중 자연 생태환경의 보전이 가장 잘 된 곳이며 철새들의 놀이터입니다. 황구지천은 연장 13.10㎞의 준용 하천으로 군포시 삼성산에서 발원하여 부곡 저수지, 왕송 저수지를 거쳐 흐르다가, 금곡동 금곡천, 호매실동 호매실천과 합류하여 장지동 서호천과 합류한 후 대황교동 지점에서 수원천 및 원천천과 합류하여 황구지천을 형성합니다.

여행을 갈까? 말까? 망설여질 때에는 가야 후회가 없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일단 시도했을 때 행운이 찾아올 수 있는 길목이 생겨나는 법입니다. 엔딩이라도 보자 하는 마음으로 찾은 황구지천 벚꽃십리길에서 만난 황홀한 벚꽃 비 풍경이 저를 찾아왔듯이 말입니다.

황구지천 오목천교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대중교통 : 수원역 출발(시내버스 31-1, 광역버스 1007), 수원역 환승센터(30-1, 35, 700-2) → 서수원 주민편익시설 하차

주차 : 서수원 체육공원(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904-30, 주차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