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채우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때, 혼자 있고 싶을 때, 마냥 걷고 싶을 때, 임실 성수산 왕의숲으로 가자. 푸르름이 반기니 상쾌해지고 차분해진다. 그곳으로 향한다.


으며 쉬며 놀며

수변 탐방로에 위치한 연못

깊숙이 자리한 상이암에는 고려를 세운 왕건과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가 기도를 올려 새로운 나라를 열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고 해서 성수산 왕의숲이다. 첫걸음은 주차장과 방문자센터 바로 옆에 있는 수변 탐방로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길을 곁에 두고 사부작사부작 걷는 길이다. 슬픈 전설이 있는 쌍둥이 나무를 지나 목교를 건넌다. 앞뒤로 수려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단단한 바위에서 생명을 틔운 나무들의 강인함이 경이롭기만 한다. 풍성하진 않지만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도 평화롭다. 잘 놓인 데크길을 걷다 보면 머리 위로 뻗은 나무 군락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수변 탐방로가 끝나면 연못이 이어진다. 고즈넉한 정자와 곳곳에 놓인 나무 그네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흔들리는 그네에 몸을 맡기고 초록 연잎이 무리를 이룬 연못을 느긋하게 바라본다. 한참 뒤 시선을 거둬 저 멀리 산 끝으로 옮긴다.

파란 하늘과 초록 숲의 조화가 기분을 들뜨게 한다. 연못을 뒤로하고 위로 향한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숲속 놀이터가 있다. 나무로 된 구조물과 트리하우스, 미끄럼틀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 거리가 가득하다. 바로 위 너른 잔디광장도 뛰놀기 좋은 공간이다. 이어 편백 숲이 등장한다. 오두막을 닮은 크고 작은 벙커형 북카페가 군데군데 놓여있다. 동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숲 가까이 캠핑장이 있으니 하룻밤 신세 지는 것도 좋겠다.


차오르는

자연휴양림 뒤에는 깊고 넓은 편백나무 힐링공간이 자리한다. 하늘 위로 곧게 뻗어 있어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듯하다. 숲으로 들어서자 진한 나무 향이 온몸을 감싼다. 눈을 감고 스흡, 입으로 코로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신다. 내뱉는 호흡에 온갖 시름과 걱정, 고민을 쏟아낸다. 다시 세포 하나하나에 초록 기운을 가득 채우듯 천천히 음미하며 깊게 숨을 쉰다. 여러 차례 반복하니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쪽에는 좀 더 편한 자세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반쯤 누울 수 있는 의자가 놓여있다. 몸을 뉘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를 맞댄 여러 그루의 편백이 여백을 채운다. 언뜻언뜻 푸른 하늘도 보인다. 머무는 것만으로도 자연은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를 건넨다. 상이암 방향으로 걷는다. 평지와 오르막이 이어지는 길. 차로 갈 수도 있지만 오롯이 느끼고 사색하기 위해 두 발로 나선다. 청아한 산새 소리, 가을을 수놓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동행해 준다. 소원을 비는 돌탑 수십 개도 볼 수 있다. 작은 돌 하나 집어 들어 탑 위에 살포시 얹는다.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 성수산의 아름다운 전경을 보려면 상이암 가기 전 갈림길에서 왕의 기도터로 가보는 것도 좋겠다.


왕의숲 코스 약도


글, 사진 = 전라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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