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영광정(迎狂亭)’ ; 8인의 독립운동가들! 항일투쟁 결의를 다지다.
예로부터 호남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순창은 물이 맑아 옥천(玉川)이라 불렸다. 이런 자연 환경 속에서 많은 석학들이 배출되었고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읊던 누정(樓亭)도 많다. 순창·정읍간 국도21호선를 달리다 보면 추령천을 끼고 도는 길목에 아담한 정자를 발견할 수 있다. ‘영광정(迎狂亭)’이다. 한자를 직역하면 ‘미치광이(狂)를 맞이(迎)하는 정자(亭)’라는 의미로, 겉으로 보면 괴이한 이름을 가진 정자다.
그러나 그 유래를 살펴 되면 선현들의 숭고하고 결의에 찬 독립항쟁 의지가 숨겨져 있는 유서 깊은 장소임을 알게 된다. 영광정은 구한말 경술국치(1910)로 일제에 국권이 침탈되자 1921년 이 지역 8인의 독립운동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추령천 옆 ‘기룡암(騎龍巖)’ 위 냇가에 지은 정자로, 빼앗긴 조국을 되찾고 배일사상을 고취하려는 은밀한 모임을 가진 곳이다.
모임을 주도한 이는 금옹 김원중(1860~1930)으로, 이항로, 김정중, 설문호, 이봉운, 안종수, 송국빈, 김요명 등이 함께 영광정에 모여 일제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미치광이 행세를 하며 의병모집과 물자준비 등 항일운동을 도모했다고 한다.
추령천을 끼고 근거리에 호남유학의 정수가 깃든 하서 김인후 선생의 ‘훈몽재(訓蒙齋)’가 있고, 영광정을 세운 김원중이 바로 선생의 12대손이라고 하니, 세대를 이어 흐르는 올곧은 선비정신이 숭고하게 느껴졌다.
영광정은 사방 1칸 팔작지붕 형태를 가진 아담한 한옥 건물이다. 전면과 옆면엔 초서와 행서로 쓰인 두 개의 현판이 있고, 처마 끝에는 나라 잃은 서러움과 굳은 독립의지를 표현한 태극 팔괘 무늬가 새겨져 있다.
두 점의 현판은 김원중의 친필이며, 내부에는 중수기, 중수에 찬조한 사람들의 명부를 적은 편액과 ‘영광정운(迎狂亭韻)’이라는 제목의 시문편액 다섯 점이 있다. 시문편액은 하서 김인후의 후손과 남곡 안종수, 금의후인 이종기의 작품이라 한다.
추령천이 흐르는 쌍치면은 백방산(668m) 자락에 사방이 국사봉(665m), 장군봉(606m) 등 준수한 산봉우리로 둘러 쌓인 산악지형으로 공기 좋고 물이 맑아 내딛는 발걸음마다 동양 산수화를 그려놓은 듯한 수려한 풍광을 볼 수 있다. 추령천은 순창군 복흥면 서북단 추령봉에서 발원하여 쌍치면을 거쳐 정읍 산내면 옥정호로 들어가 섬진강 본류가 된다.
추령천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기룡암(騎龍岩)’은 영광정 아래에 있는 바위로 용의 발톱 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룡암은 영암정과 오래된 장송 옆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방문했을 때 뜻밖에도, 강 가운데 고고한 자태로 서 있는 한 마리의 학과 그와 묵언의 대화를 하는 듯한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한국전쟁 당시 쌍치면 일대 대부분의 건물이 잿더미가 되었지만, 영광정은 소실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건물이 쇠락하자 1974년 보수되었고 1990년 6월30일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34호로 지정되었다.
영광정에서는 매년 3월1일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영광정 8인 의사 추모제’가 개최되고 있다. 영광정을 통해 변함없이 아름다운 추령천의 물결처럼 세대를 이어 도도히 흐르는 숭고한 선비정신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물멍하기 좋은 힐링 장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영광정
주소 : 전북 순창군 쌍치면 시산리 367-1
입장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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