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경북 의성 여행코스 추천 :: 재밌는 조형물과 역사가 담긴 '도동리' 산책
안녕하세요. #의성군블로그기자단 이재준입니다. 오늘은 도동리 일대 산책을 해보았습니다. 날은 흐리고 겨울이지만 주말이라고 집에만 있으면 몸이 무거워지죠. 따뜻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외출을 했습니다.
도동리는 의성 중앙의 큰길 동편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옛날에는 향교가 있다고 해서 교동이라고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 때 큰길 동쪽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도동리로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도동리는 의성읍에서도 꽤 넓은 지역에 걸쳐 있습니다. 저도 지도를 찾아보고는 놀랐네요. 의성읍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산과 논밭까지 다 행정구역 상 도동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제가 산책한 길은 아시아어린이공원에서 성광성냥공업사로 가는 골목길입니다.
큰길에서 골목길로 접어드니 '발화 남겨진 기억의 풍경'이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2018년에서 2021년까지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진행했던 공공미술사업입니다. 당시 안동을 기점으로 활동하던 젊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들과 도동리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마을을 꾸미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길을 오르는데 무너지고 낡은 기와집과 멀리 보이는 새 건물이 대조적으로 보입니다. 구옥도 잘 정비하고 유지하면 나름의 레트로한 감성을 풍겨주기 마련인데요. 아직 남아 있는 오래된 집들과 새로운 건물이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져 지역의 특색이 되고 하나의 문화, 하나의 역사가 될지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 길을 오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음직한 성냥으로 꾸며진 나무와 타다 만 성냥을 표현한 벤치가 보입니다. 조선혜, 양현진 작가의 '성냥나무 이야기'입니다.
아시아어린이공원에 어르신들이 산책을 나오셨네요. 겨울이라 공원은 조용합니다. 공원 입구 조형물은 이정민 작가가 꾸민 '도동리 이야기'입니다. 도동리 이야기를 문자로 투각하고 조명효과를 주었다고 하네요.
나무에 연이 걸려 있고 새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날리다가 버려진 연은 아니고 조형물로 설치한 연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신문지에 대나무를 붙여서 가오리연을 만들어서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아시아어린이공원에서 성광성냥공업사로 향하는 좁은 골목에 접어들면 재밌는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공공미술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김수경 작가의 작품으로 '담장 위의 소품'이라는 제목입니다. 의성 재래시장에 위치한 의성대장간과의 협업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도 대장간과 연계한 업사이클 소품 조형입니다. 심재광 작가의 작품입니다.
다음은 성다솜 작가의 '모빌 풍경2'가 보이네요. 와이어로 연결해서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게 만든 조형물입니다.
성냥공장 가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산책길입니다.
재밌는 조형물들을 구경하며 걸으니 심심하지 않네요. 공공미술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전시되는 작품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닌 사회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지역사회의 참여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공미술입니다.
이원재 작가의 '담장 이야기'와 강태검 작가의 '모빌 풍경1'을 지나칩니다. 봄, 여름으로 담장 아래 꽃밭이나 채소를 가꾸어도 좋을 것 같군요.
각각의 집 벽에 붙은 우편함에 집주인의 얼굴을 묘사한 그림과 전하는 말들로 꾸며놓았네요. '아들딸들아 행복하게 잘 살아라.',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부모님 마음은 다 같지 않을까요? 뭉클함이 느껴집니다.
원종운, 김영랑 작가의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1차년도 지역조사의 내용을 기반으로 성냥공장과 의성마늘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화했다고 하네요.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재밌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조금 더 걸으니 의성향교가 보입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1394년 태조 3년에 창건된 건물이니 정말이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는 의성의 문화유산입니다.
내친김에 향교 뜰도 한 바퀴 걷습니다. 언제 봐도 멋진 광풍루의 모습과 키 큰 나무숲 사이 대성전이 보입니다.
향교에서 나오면 정면에 성광성냥공업사가 바로 보입니다. 현재 이곳은 '의성성냥공장 문화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25년까지 178억을 들여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성냥박물관과 함께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가족과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 각종 공방들이 들어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광성냥공업사의 내부를 잠깐 구경할까요? 2019년에 찍은 영상입니다. 첫 부분에 저 앞에 걷고 있는 분이 잠깐 나오는데 2020년 2월에 타계하신 성광성냥의 손진국 대표님입니다. 지금은 공장 내부가 깔끔하게 정리되고 청소가 되었습니다.
담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공터에 구내식당 건물이 보입니다. 열심히 성냥을 만들던 인부들이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했겠죠. 내부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문화재생사업이 시작되면 누가 이 자리에서 국숫집 하나 열면 좋겠다는 실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구내식당 옆의 커다란 창고에 지난 여름에 들어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갈라진 담벼락 사이로 보이는 넝쿨식물과 빛의 일렁거림이 예술이었습니다.
축목부엔 여전히 이태리포플러 나무들이 누워 있습니다. 지금도 성냥이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네요.
작은 골목길을 통해 되돌아갑니다. 그 옛날 성냥공장 직원들의 숙소로 쓰였던 작고 예쁜 집도 몇 채 지나칩니다.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니 이곳에서 오래 사셨다는 할머니 한 분이 나와 계셨습니다. 성냥공장이 활발하게 운영되던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대단했제~ 사람들이 을매나 많았는지 모린다. 의성 사람들 다 여기서 일했지요." 건강하시라는 말을 전하고 길을 나섭니다. 의성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동리 짧은 산책기를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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