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우리의 노래가 힘든 이주노동에 위로가 되고, 이주민 사회에 기쁨으로 전해지길”
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이주민밴드-내·외국인이 함께 부르는 노래
각 나라별, 민족별 특징이 있다. 흥이 많은 나라나 민족이 있는가 하면, 차분하지만 손재주나 감각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의 타고난 성향도 있지만 국가나 지역사회가 겪었던 정치적·문화적 요인들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남아 국가 중 필리핀 출신 이주민을 만나면 동양적 느낌보다 서양의 자유분방함을 경험한다. 서양의 식민 지배가 오래되다 보니 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이 자연스럽게 스민 탓이다. 그래서 매사에 적극적이고 마음속 생각을 춤이나 노래로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의 이주민밴드 리더인 필리핀 출신 리키 역시 마이크를 잡는 순간 평소의 내성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의 거침없는 표현과 에너지가 부러웠다.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이주민밴드는 2021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연습장은 여주시청 뒤편에 있는 그루브 밴드 연습실이다. 이주민밴드 구성을 보면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높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 오후가 아니면 연습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다음날 출근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두 시간이 넘는 저녁 시간 동안 모두가 유쾌하게 밴드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일상이 그렇지만 문화 활동에서도 이주민은 내국인보다 어려움이 많다. 우선 노동시간이 길어서 공동연습이나 합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이주민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다 보니 실력 편차가 커서 다른 연주자와 호흡을 맞출 때도 애를 먹는다. 이뿐 아니라 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국가마다 선호도가 달라서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힘든 과정쯤은 한 방에 날려버릴 흥겨움과 통쾌함이 밴드 활동의 장점이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연습장에 들어서자 밴드 음악의 박진감으로 활력이 넘쳤다. 드럼, 신시사이저, 일렉 기타, 베이스 기타와 보컬이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들려주었다. 밴드의 메인보컬로 활동하는 필리핀 출신 루이스 씨가 ‘Bad Case Of Loving You’를 부르고 있었다. 두건에 찢어진 청바지, 자유로운 몸짓까지 외형은 제법 전문 밴드다운 모습이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자라서 팝송의 가사 전달도 훌륭했다. 1시간 연습을 마치고 잠깐의 휴식 시간을 이용해 밴드 리더 리키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이주민밴드 리더 리키라고 합니다. 필리핀 사람입니다. 한국에는 2016년에 왔습니다. 현재 가남에 있는 파이프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있을 때부터 노래를 부르거나 기타 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노래 부르고 공연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준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 감사드립니다.
여주에 누나가 살고 있는데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밴드 단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함께 가입했습니다. 예전에는 주말이면 잠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심심하고 재미없었습니다. 요즘은 누나와 밴드 멤버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밴드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우리는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만난 외국인들로 구성된 이주민밴드 팀입니다. 처음에는 멤버들 실력이 좋지 않아서 밴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1년은 악기 교육 위주로 연습했습니다. 팀원들 모두 열정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나면 기숙사에서 매일 2시간 이상씩 연습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자체 연주할 수 있는 곡들도 생겼습니다. 이제는 6개의 공연 곡을 완성했고, 새로운 노래를 선정해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밴드에는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나요?
여주 이주민밴드에는 중국 출신 2명, 베트남 1명, 한국 1명, 필리핀 4명 등 총 8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밴드 활동 지도는 ‘희찬밴드’의 이희찬 선생님이 해주고 계십니다. 2년 넘게 밴드 활동을 했지만, 큰 갈등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밴드 활동을 시작하면서 서로의 생활방식이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자유롭게 노래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하게 밴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는 우리의 휴식 공간입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주노동자로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입니다. 한국에서는 마음을 나눌 친구도 많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노래가 큰 위로가 됩니다. 특히 밴드 음악을 하다 보면 마음속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뿐 아니라 단원들 모두가 밴드 활동을 통해 한국 생활이 조금 더 즐거워졌습니다.
밴드의 첫 공연은 외국인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23 여주시 세계문화축제’에서 처음 무대 공연을 했습니다. 많이 긴장했는데 관객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12월에 있을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2023년 성과보고회에 공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리부터 공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주 이주민밴드는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저희가 실력이 더 좋아진다면, 여주에 있는 다른 밴드 팀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만국 공통의 언어라고 한다. 가사 내용을 알지 못해도 노래가 전하는 느낌, 행복한 기운만으로도 마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밴드 활동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주민밴드가 지향하는 서로의 생각과 방식을 존중하자는 합의는 중요하다. 이주민밴드는 그 합의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로 성장해 가고 있다.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이주민밴드가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힘든 이주노동에 위로가 되길 바란다. 노래를 통해 이주민 사회에 즐거움을 전하는 역할을 담당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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