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조용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서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선 유학의 정신을 간직한 곳, 바로 예림서원입니다. 김종직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서원은 유학의 전통과 선비 정신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예림서원은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종직(1431~1492)을 배향하고 있습니다. 김종직은 점필재라는 호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성리학의 학문적 토대를 다진 인물로 조선 중기 유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림서원의 시작은 1567년, 밀양 부사 이경우가 퇴계 이황의 자문을 받아 설립한 덕성서원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밀양 유림의 뜻에 따라 김종직을 모시며 학문과 덕행을 후학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던 덕성서원은 1606년 다시 복원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이전을 거쳐 1680년 지금의 부북면 위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서원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으로 거듭났습니다.

1635년, 서원의 이름은 ‘예림서원’으로 바뀌었고, 숙종 6년(1680)에는 사액을 받아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는 사액서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유림의 교육 공간을 넘어, 국가 차원의 교육과 제사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예림서원은 유교 서원의 전형적 배치인 ‘전학후묘(前學後廟)’ 형식으로 지어졌습니다. 앞쪽에는 교육 공간인 강당과 재실이, 뒤편에는 제사 공간인 사당이 위치하여 학문과 예(禮)의 조화를 상징합니다.

서원의 중심 공간인 강당(예림재)은 유생들이 모여 학문을 토론하고 배우던 장소입니다. 그 옆에는 생활공간인 돈선재와 직방재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교육과 일상생활이 함께 이루어졌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원 뒤편 높은 곳에는 김종직을 기리는 사당인 육덕사(六德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의 사당은 지금도 매년 지역 유림에 의해 제향이 거행되는 공간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끊기지 않는 유학 전통을 보여줍니다.

서원 내에는 제사 준비를 위한 전사청과 학문 독려를 위한 독서루도 남아 있습니다. 각각의 건물들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유교의 실천적 가치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건축적 요소로 기능합니다.

예림서원에는 김종직의 저서인 『이존록』과 『점필재문집』의 목판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지 유산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후학들에게 그의 사상을 계승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으로 기능합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1년 예림서원도 훼철되었으나, 3년 후인 1874년 강당이 다시 세워지고 ‘예림재’라 불리며 복구되었습니다. 이는 지역 유림의 강한 의지와 유교 교육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재 예림서원은 밀양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유산으로서, 지역 학생들의 교육 장소이자 시민들의 역사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단체 답사객은 물론, 조용한 고택 여행을 선호하는 개인 관광객에게도 알맞은 장소입니다.

예림서원을 거닐며 마주한 건물 하나하나, 공간의 구성이 전하는 메시지, 조선 유학의 본질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김종직이 남긴 정신을 이어가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긴 이 서원은 단순한 유적이 아닌 전통을 숨 쉬게 하는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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