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경남 함안 / 함안 랜선 여행] 고려의 혼이 흐르는 고려동 유적지(高麗洞 遺蹟址)
온라인 홍보 명예기자단 조윤희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을 위해 개인생활 방역수칙을 지키며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함안 고려동 유적지(咸安 高麗洞 遺蹟址)
-경상남도 기념물 제56호(1983년 8월 2일 지정)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2길 37-10(지번. 산인면 모곡리 580)
여름의 시간이 하늘을 찔러대니 파랗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마치 바다가 머리 위에 펼쳐진 것 같을 지경입니다.
끝없이 내리던 폭우가 끝나니 햇빛의 횡포가 이렇게 시작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자꾸 우리를 떠나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마을인 고려동 유적지는 1983년 8월 2일에 경상남도 기념물 제56호로 지정되었으며, 고려 말 성균관 진사 이오가 고려가 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의 유민으로 절의를 지키기로 결심하고 살아온 장소랍니다.
배롱나무를 볼 목적으로 찾았었던 함안 고려동 유적지에서 배롱나무 보다 저를 매료시킨 것 둘 있었으니 하나는 고택이요, 또 하나는 백일홍이었답니다.
함께 산책하듯 고려동 유적지를 둘러보실까요?
처음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마을을 개방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몇 채의 집 대문이 열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낯선 이방인에게 품을 열어젖힌 고려동 유적지는 제게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게 할 장소가 되었답니다.
효산정(孝山亭)
순릉 참봉과 성균관 교수를 지낸 효산 이수형의 유적인 효산정부터 잠시 들러 보았지요.
효산은 조선 고종 때 부자지간의 도리를 논하는 상소를 수차례 올렸으며 이로 인하여 10여 년간 유배생활을 했으며, 귀양이 끝난 후 낙향해서 효산정을 짓고는 수신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썼다고 해요.
흰 구름 사이를 날아가는 기러기 한 마리와 숲에서 이를 바라보는 다른 한 마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편지봉투에 흥선대원군과 그의 아들 이재면이 보낸 편지를 귀양살이하고 있는 효산에게 보냈었는데 이것을 모은 백운래홍첩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효산정 옆에는 고택 느낌의 아담한 건물이 있었는데 식당인지 안에 계신 분이 분주히 움직이고 계셨답니다. 단순하면서 예쁜 것이 눈길이 자꾸만 가더군요.
자미정
대문 안에서부터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백일홍이 이방인을 맞아주고 있었습니다.
'인연, 그리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백일홍과 자미정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집의 주인이었던 모은 이오 선생이 좋아한 배롱나무(자미화) 덕분에 백일홍도 대접을 받는 것 같이 느껴지더군요.
고려 말엽에 밀양에서 살면서 의령을 자주 왕래하면서 모곡동을 지날 때 무성한 수풀 사이에 자미화(배롱나무)가 활짝 핀 것이 사랑스러워 나무 밑에 말을 메고 소요하다가 드디어 자리를 잡아 그곳에 살게 되었다지요.
이명현과 이중현, 이상과 이윤침은 다 공의 후예이며 모두 나라에 이름을 드러내 자미원(紫微垣, 왕궁)에 드나들면서 국사에 참여했는데 자미나무(배롱나무)가 무성한 곳에 터를 잡은 데서 연유한 것이래요.
휴식 공간이었던 자미정은 순조 33년(1833)에 창건하고 고종 15년(1878)에 중건했으나 한국전쟁 때 불타버리고 주추만 남아 현재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해요.
이오 선생이 좋아했던 '자미화는 재령이씨와 성쇠를 같이 한다.'라고 함주지를 편찬한 한강 정구 선생의 글에서 자미화가 이오 선생의 고려에 대한 단심을 보여주는 꽃이자 충절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해서 이곳 고려동 유적지에 있는 배롱나무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오네요.
솟을 대문 형식인 출입문을 보니 고려 때에도 이런 형식으로 집을 지었나 의아했는데 조선 후기의 한옥보다는 좀 투박한 느낌이 들긴 하더군요.
계모당(사랑채)
자미당 왼쪽으로 담으로 구분 지은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종택의 사랑채인 계모당의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주거공간 중 한 곳인 사랑채는 집의 안채와 떨어져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용도로 쓰는 집채랍니다.
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방을 둔 형식의 사랑채인 계모당은 안채와의 지붕 높이를 맞추기 위해 기단을 막돌로 쌓았으며 기단으로 오르는 계단을 설치하였고 대청과 건물 사방에 툇마루를 설치해서인지 여유까지 느껴졌답니다.
안채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홑처마 팔작지붕을 얹은 안채에는 현판이나 건물의 이름이 어디에도 걸려있지 않습니다. 안채에 붙어있는 부엌의 문이 열려있어서 안을 구경할 수 있어서 어릴 때 고모님 댁에서 봤었던 정지(부엌의 경상도 방언)가 딱 떠오르면서 안채가 조선시대가 아닌 근세에 지은 건물로 보이더라고요.
'대청마루 신발 신고 올라가지 마세요.'
ㅡ 주인백 ㅡ
대청마루가 얼마나 반질반질하게 관리가 잘 되었던지요.
부엌을 제외하고는 툇마루가 대청마루와 연결되어 있는 특징이 참 맘에 들어 차마 걸터앉기도 송구할 정도였지만 잠시 앉아 쉬는 동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며 토닥거려주더군요.
사당
안채 뒤쪽에는 따로 공간을 구분하기 위한 것인지 담을 쌓았고 그 안에는 한 칸으로 된 사당이 있더라고요. 문이 닫혀 있어서 보이는 부분만 담아왔네요.
안채에서 아래채로 건너가는 문간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지금도 사용을 하는 것인지 남녀 구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랫채
창살이 참 멋진 아래채만 봐도 종택에 집이 여럿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직접 건물을 둘러보니 대단하다 할 정도로 한 울타리 안에 여러 채가 있음에 깜짝 놀랐지 뭐예요.
곳간채
안채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에 있는 곳간채를 보자면 모두 4칸인데 판문을 달아 닫아놨더군요. 이 곳간채에는 가을에 추수한 곡식들이 수백 석이나 되었을 테고 밭에서 농사지은 작물들이 저장되어 있었겠지요.
모계정사
모계정사. 이곳에서는 모계공 이명배께서 학문을 연마한 곳랍니다.
담을 경계로 시간과 동떨어진 세상을 만나게 되는 고려동 유적지는 이오가 처음 조성한 상태가 아니라 200년 후에 1차로 완성되었다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뒤에 중건한 것이라지요.
하지만 이곳에 터를 잡은 고려 사람 이오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 왕조가 들어서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터를 잡고 살아왔고 그의 후손들이 살아내면서 이곳이 고려 유민의 거주지임을 뜻하는 '고려동학'이라는 비석을 세웠지요.
논과 밭을 일구어 자급자족을 하였으며, 아들에게도 조선 왕조에 벼슬하지 말 것과 자기가 죽은 뒤라도 자신의 신주(新主)를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라고 유언을 남긴 이오의 유언을 받든 후손들이 19대 60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이에 고려동(高麗洞)이라는 이름이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게 된 이유랍니다.
유난히 많은 백일홍이 길목과 보이는 곳에서 환하게 웃어주고 있던 게 인상적이던 고려동 유적지를 돌아보는 내내 방문객들의 걸음이 그치지 않으면서 고택을 돌아보며 찰칵, 꽃을 보며 찰칵, 앵글 속의 모델이 되는데도 그저 침묵인 이곳이 좋습니다.
율간정
고려동학비(高麗洞壑碑), 고려동담장(高麗洞垣墻), 고려종택(高麗宗宅), 자미단고려전(紫薇壇高麗田) 3,000여 평, 자미정(紫薇亭), 율간정(栗澗亭), 복정(鰒亭) 등이 보존되어 있는 고려동 유적지는 마을이라기에는 작고, 한 사람의 집이라기에는 규모가 있는데 지금 사진 속의 집은 율간정이랍니다.
율간정은 모은 이우 선생의 둘째 손자인 율간 선생이 벼슬에서 물러나 장수 유식하던 곳이라고 해요.
주 출입구인 솟을 대문 안쪽에 있는 냉장고 안에는 시원한 생수가 준비되어 있어서 집에 온 손님을 그저 보내지 않으려는 예를 보이시니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율간정 앞 넓은 터에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었는데 그중 토마토가 얼마나 예쁘게 익어가던지 다른 데로 눈을 못 돌릴 정도더라고요.
마침 지나가시던 문화해설사님이 몇 개 맛봐도 된다고 해서 허락받은 서리를 해 봤는데요.
보기에 예쁜 것이 맛도 얼마나 좋던지요.
"종부님, 지으신 토마토 감사히 몇 알 잘 먹었습니다~~~"
배롱나무에 반한 이오 선생이 만든 그리고 그 후손들에 의해 형성된 고려동 유적지에서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가옥의 변천을 엿볼 수 있으며 배롱나무의 수려함을 즐길 수 있어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곳이지요.
다음 주 정도면 배롱나무에 불이 붙은 듯하겠지요.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느린 걸음으로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고려동 유적지에서 한여름의 정취를 맛보러 오시겠어요?
후회 없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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